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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정치 무관심? 독일·일본보다는 낫네

[20대 정치 성향 분석 ⑤] 탈정치화 되어가는 세계 젊은이들

등록|2010.10.12 08:55 수정|2010.10.12 08:55
이 글은 <오마이뉴스 창간 10주년 기념 기획-르포기사 공모전> 심층취재(탐사보도) 분야 우수작입니다. [편집자말]
20대의 탈정치화, 그리고 그것을 상징하는 선거 때의 낮은 투표율은 2000년대 이후 늘 논란거리였다. 지식인 사회를 비롯해 시민사회까지 20대의 탈정치화를 소리높여 비판하곤 했다. 그러나 이런 20대들이 지난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과 압도적인 야당지지로 선거판세를 뒤흔들자 이에 대한 분석과 해석이 지금까지도 난무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스마트폰과 트위터가 이끈 소셜네트워크의 영향이라는 과학적(?) 분석에서 20대를 타겟으로한 정책들이 유효했다는 아전인수식 해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실제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주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글 싣는 순서
① '제 밥그릇만 챙긴다'던 그들, 왜 움직였나
- 두 번의 촛불 뒤 높아진 정치적 효능감
② '유시민'일 때와 '유시민'이 아닐 때, 달랐다
- 20대 투표의 키워드는 인물과 이슈
③ 한나라당, 여자 마음 '쥐뿔'도 몰랐어요
- 무엇이 20대 여성을 움직였나
④ 정말 트위터가 20대를 투표소로 불러왔을까
- 소셜네트워크 효과는 앞으로의 일

⑤ 20대 정치 무관심? 독일·일본보다는 낫네
- 탈정치화 되어가는 세계 젊은이들
이에 20대가 직접 20대의 정치참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 최근 어떤 경향으로 변해가고 있는지 분석해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원장 손석춘)은 20대 회원들이 직접 20대들의 정치참여행태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기획기사를 작성해보도록 했다.

총 8명의 20대들이 3개월간 발로 뛰며 작성한 이 기획기사는 20대들의 정치참여행태를 둘러싼 각종 담론들의 정합성을 각종 자료와 통계들로 검증해보고 새로운 해석과 분석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기자 말>

[20대 프로젝트팀]
성치훈, 변규강, 안재혁, 최성용, 구자은, 이다경, 김성주, 박용진

한국 일본 독일의 20대 중 누가 가장 정치적일까

'꿈과 창의력이 없는 지루한 세대', '자기 일만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슬픈 세대'

얼핏 보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의 20대를 나타내는 말 같지만, 이는 한 학자가 독일의 젊은 세대들을 지칭한 표현들이다.

이 뿐만 아니라 '그들의 비판과 시위는 어디에 머물러 있었는가?'라는 문제제기부터 '큰 위기 속에서는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난 경제위기와 같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도 대학생들은 마치 이상적인 세계의 가능성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소극적으로 행동한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과연 독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언제부터 감지되었을까. 또한 대학생들의 정치적 관심도와 사회적 가치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 출처: http://www.bpb.de/wissen/C11SZM,0,0,Wahlbeteiligung_nach_Altersgruppen.html 1994년과 1998년은 투표통계 중지로 당해 연도 투표율이 그래프에서 빠져 있음) ⓒ


경쟁과 효율성 추구, 정치로부터 멀어지는 독일대학생들

▲ 독일의 20대 투표율은 꾸준히 하락하여 지난 2009년 하원선거에서는 20대 전반과 후반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사진은 1967년 12월 6일 쾰른 학생회관에서 10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동참호소를 하고있는 독일사회주의대학생연맹(Ideologe des Sozialistischen Deutschen Studentenbunde (SDS) 대표 ⓒ


투표율만으로 정치참여의 적극성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간접민주주의 하에서 투표권 행사는 가장 기본적인 정치참여 행태이기에 그것을 가늠하는 척도로는 사용할 수 있다. 투표율의 변화가 일정한 경향성을 띠고 있지는 않지만, 20대의 투표율은 꾸준히 하락하여 지난 2009년 하원선거에서는 20대 전반과 후반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투표율이 점차 하락하고, 특히 20대의 투표율이 가장 낮은 것은 비단 독일뿐 아니라 많은 곳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전체평균 투표율(70.8%)과 20대의 투표율(20대 전반 : 59.1%, 20대 후반 : 61.2%)은 약 10%포인트 정도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가장 투표율이 높은 60대(80%)와는 약 20%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독일 20대의 정치적 관심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지난 2008년 독일의 교육연구부에서는 '대학생들의 정치적 성향과 사회적 가치의 변화'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1983년부터 2007년까지 축적된 자료를 가지고 작성된 이 보고서는 대학생들의 정치적 관심도와 참여도, 정치적 이념 성향, 민주주의에 대한 견해, 사회적 기본 가치 등에 대한 변화를 다루고 있다.

다만 여기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한국의 경우 전문대학 등을 포함한 대학진학률이 2009년 81.9%로 나타나고, 2009년 발간된 OECD 교육지표에서도 4년제 대학진학률이 61%로 34%(2007년 기준)의 독일보다 크게 높다는 것이다. 즉 한국에서는 20대 전반과 중반의 대표집단을 대학생으로 설정하는데 무리가 없지만, 독일의 경우 오히려 대학생 비율이 절반을 넘지 못한다. 위 보고서에서 다루는 것은 대학생들만의 변화이다.

▲ 출처 : Studierendensurvey 1983-2007, AG Hochschulforschung, Universitat Konstanz ⓒ


먼저 정치적 관심도의 변화를 살펴보면 83년 54%였던 수치가 2007년 37%로 급감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수치는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다'를 0점으로, '매우 관심이 있다'를 6점으로 할 때, 5-6점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비율을 나타낸다. 특히 2007년에는 21%의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음을 뜻하는 0점과 1점을 택해, 단기간 내에는 정치적 관심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정치적 관심도 외에 대학생들이 정치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지표는 '정치와 공적인 삶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다. '매우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95년 들어 처음 20% 후반대로 떨어졌다가 다시 30%대를 회복했으나 2007년 28%로 하락했다. 즉 정치와 공적인 삶을 덜 중요하다고 여기는 비율이 높아지는 반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의 수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연대에서 개인의 경쟁 모드로

위와 같이 직접적으로 대학생들의 정치적 관심도를 나타내는 수치 외에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은 경쟁이라는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이다. 경쟁은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연대를 깨는 역기능도 가지고 있다. 80년대만 하더라도 '경쟁 없이 노력 없다'는 경쟁의 순기능은 그렇게 크게 신뢰받지 못하였지만,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는 사회적 연대를 해치는 부정적 기능보다 긍정적 기능을 높게 평가하는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일정한 경향성을 갖지 않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경쟁의 순기능을 완전히 긍정하는 집단은 90년에 46%로 정점을 이뤘으나 이후 조금씩 하락하여 2007년에는 33%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순기능을 부정하는 비율은 83년 22%에서 2007년에는 12%로 하락했다.

한편 2007년에는 경쟁이 사회적 연대를 해친다고 강하게 긍정하는 대학생들은 단 24%로 이는 83년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뚜렷하고 일관된 증가세나 감소세를 보이지 않아 시대에 따른 의식 변화를 명확하게 결론짓기는 힘들지만, 경쟁의 역기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줄어들고 긍정적인 측면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 (Studierendensurvey 1983-2007를 토대로 재구성) * '전혀 중요하지 않다'를 0점, '매우 중요하다'를 6점으로 할 때, 이를 다시 0~2점까지는 '덜 중요하다', 3-4점은 '중요하다', 5-6점은 '매우 중요하다'로 나누어 최종 수치화 하였다. ⓒ


▲ (Studierendensurvey 1983-2007를 토대로 재구성) * '전혀 옳지 않다'를 0점으로 '완전히 옳다'를 6점으로 할 때, 이를 다시 0~1점까지는 '절대 그렇지 않다', 2점은 '그렇지 않다', 3점은 '부분적 동의/부분적 부정', 4점은 '그렇다', 5~6점은 '매우 그렇다'로 나누어 최종 수치화하였다. ⓒ


▲ (Studierendensurvey 1983-2007를 토대로 재구성) * '전혀 옳지 않다'를 0점으로 '완전히 옳다'를 6점으로 할 때, 이를 다시 0~1점까지는 '절대 그렇지 않다', 2점은 '그렇지 않다', 3점은 '부분적 동의/부분적 부정', 4점은 '그렇다', 5~6점은 '매우 그렇다'로 나누어 최종 수치화하였다. ⓒ


대학체제개편, 변화를 요구받는 학생들

위에서 언급된 정치적 관심도 저하와 정치와 공적인 삶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저하, 경쟁의 긍정적인 측면 수용 등의 원인들은 여러 가지로 꼽힌다. 정치적 정향과 사회적 가치라는 인식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다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대학체제개편을 그 주원인 중의 하나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교육체제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속된 경기불황으로 인해 국가는 대학에 들어가는 교육예산을 삭감했고, 재원부족을 겪는 대학들은 주마다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2006년 2학기부터 처음으로 등록금 징수를 시작했다. 전체 16개 주 중 베를린 등을 비롯한 10개 주는 아직까지 등록금이 없지만, 바이언 등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학기당 최대 약 500유로(한화 약 76만원)의 등록금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에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지만 이는 사회국가(Sozialstaat) 하에서 무상교육으로 대표되던 독일 교육체제의 한 축에 이미 금이 갔음을 뜻한다. 또한 무상교육만큼이나 유명한 독일의 대학평준화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대학 간 격차가 발생하고 이에 관련된 정보가 공개됨에 따라 평준화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공개된 정보는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는 기관들에게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고, 대학들은 서로 경쟁을 해야만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학생들은 변화된 학제 안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공동시장이 완성되고 국가 간 노동력 이동이 늘어남에 따라 서로 다른 학제 하에서 교육을 받은 지원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문제로 제기되었다. 또한 외국학생 유치에서 미국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1998년 소르본 선언이 탄생하였는데, 이는 각국 대학에서 이수한 수업에 대한 비교인증을 수월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천명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언급된 것이 볼로냐 선언이다. 볼로냐 선언은 특히 학사 3년, 석사 2년을 기본으로 하는 3+2학제의 도입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2010년까지 모든 학위는 볼로냐 선언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독일 학위제도인 디플롬(Diplom)은 폐지되게 된다. 이는 단순히 제도의 변화를 떠나서 학생들의 수학기간이 단축됨을 뜻하며 동시에 한 학기에 의무적으로 이수해야만 하는 수업과 치러야 하는 시험의 양도 늘어나게 되었다.

학생들은 점차 대학교가 중·고등학교처럼 변해가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실제로 대학생들의 정치참여 저하에 관한 기사에서 이들은 주로 변화된 학제 안에서 학업 외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것을 그 이유로 꼽는다. 지난 2009년 6월 독일에서는 교육의 총체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대규모로 일어났는데, 당시 대학생들의 요구조건 중 하나가 계속 문제시 되고 있는 3+2 학제의 폐지였다.

등록금이 징수되고 있는 주의 학생들은 등록금 마련의 부담에 가중된 학업 스트레스까지 짊어지며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참고로, 집계기관에 따라 공식적인 참가인원의 차이는 있으나 2009년 6월 17일 독일 전역 70개 이상의 도시에서 최소 15만명에서 최대 26만명의 학생들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독일연방공화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학생 시위이며, 당시 대학생들은 입학정원의 증대, 등록금 폐지, 경제영역으로부터 학문의 독립, 교육시스템의 민주화, 3+2 학제의 철폐 등을 요구했다.)     

경쟁과 효율성의 수용, 대학생들의 미래상은?

사실 1980년대 후반부터 이미 장기간의 수학연한, 높은 중도포기율, 강의 불만족, 낙후된 교육환경, 대학의 과밀화 등으로 인해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고, 1990년대 들어서는 세계화의 확산으로 대학의 국제화를 요구받았지만, 국제화된 교육과정 부족, 복잡한 학위과정과 입학자격, 외국에 덜 알려진 학위 등의 문제로 인해 유학국가로서 독일의 매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1990년대 후반부터 대학의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독일은 여러 정책을 추진하였는데, 계약을 통한 성과 중심의 대학 관리 방식의 도입, 재단법인형 대학의 등장, 대학의 독자적 학생 선발권 강화, 등록금 징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학의 자율성을 증대시킨다는 목표 아래 추진되었지만 성과에 따라 각 대학에 대한 지원을 달리함으로써 결국 대학들은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설정해야만 했다.

또한 이러한 효율성과 생산성은 계량적일 수밖에 없기에 비생산적으로 보이는 학문영역이나, 성과가 분명치 않거나 판별하기 어려워 계량화하기 힘든 부문의 활동이나 과업은 축소 혹은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적에 따라 교수의 급여를 차등지급하겠다는 정책도 그 업적의 기준에 따라 연구와 교육활동이 이루어 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학문적 자유를 제약할 수 있는 요인이다.
   
결국 위에서 언급한 등록금 징수, 평준화의 가치 훼손, 학제 개편 등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개혁이 아니라 예전부터 문제로 제기되며 변화를 모색해 온 것들이다. 이미 2000년에 독일학술자문위원회는 권고를 통해 독일대학이 이제 서서히 영국, 미국화되어 가고 있으며 대학연구의 실용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결론적으로 독일의 대학교육은 자본, 경쟁, 효율성, 생산성이라는 가치를 받아들이며 200여년이 넘게 자유와 평등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켜온 훔볼트의 교육이념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학문과 연구 지향적인 대학 분위기에서 전인적 인간을 양성해 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필요로 하는 노동자를 양성해내는 직업교육의 부분을 늘리고 있으며 이는 곧 경제영역의 힘이 커짐을 의미한다.

볼로냐 선언으로 인한 학제개편도 결국에는 국가 간 노동력의 이동을 쉽게 한다는 측면에서 자본, 생산성 등의 가치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혹자는 그동안 학문의 요람으로 기능해 온 독일이 그 전통을 버리고 이러한 일련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두고, 미국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굴종이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주목하고 지켜봐야 할 것은 대학생들이다. 현재 대학생들은 바뀐 학제와 정책, 규율 속에서 직·간접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제2의 생활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교가 변화된 가치를 수용한다면 학생들 역시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캠퍼스 밖의 일상생활에서도 학업 혹은 등록금, 생계와 관련된 일에 계속 매달려야 한다면 이 역시 정치적 정향이나 사회적 가치의 변화를 수반할 가능성이 크다.

즉 도입부에 언급된 현 대학생들만을 지칭하는 부정적인 표현들이 생겨나는 것과 정치적인 관심도가 떨어지는 등의 현상은 자본, 경쟁, 효율성 등으로 대변되는 대학체제개편과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교육개혁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과연 다음에 발간된 보고서에서 독일 대학생들의 정치적 관심도와 사회적 가치가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지 매우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오랜 방황 속에 변화를 모색하는 일본의 20대들

한국 20대의 탈정치화 경향과 선거 때마다 보이는 낮은 투표율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되는 게 아니냐며 걱정하고는 했다. 1960-1970년대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격렬한 학생운동인 '전공투'의 불꽃이 사그라지고 90년대 이후 일본의 20대 젊은이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탈정치화되고 개인화된 집단으로 표현되고는 했다. 더구나 이런 일본 20대들의 탈정치화 경향과 더불어 그들의 특이한 마니아 문화, 히키코모리, 프리터족의 출현 등이 겹치고 세계 최고의 고령화 사회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일본의 20대는 희망없는 세대의 표본으로 인식되곤 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20대 역시 선거마다 낮은 투표율을 보이기 시작하자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009년 일본 민주당이 무려 50여 년만에 처음으로 자민당 일당체제를 깨면서 정권교체에 성공하자 일본의 20대와 젊은이들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 민주당이 파견법 전면개정, 아동수당 지급 등 일본 젊은층을 공략하는데 성공하면서 자민당 일당체제가 무너졌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등장했고 이를 본보기 삼아 한국도 마찬가지로 젊은층에 어필해야 정치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이야기되기도 했다.

90년대 고용빙하기 이후 지속 하락한 일본 20대의 투표율

일본의 '밝은선거추진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20대는 1990년 선거이래로 엄청난 폭의 투표율 하락을 경험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20대의 이런 엄청난 투표율 하락은 90년 일어난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이후 약 20여 년간 계속되고 있는 청년고용문제의 심화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을 일본에서는 '고용빙하기'라고 부를 정도로 청년실업문제가 심화되었으며 특히 1999년과 2003년 두 번에 걸쳐 개정된 일본의 파견법은 2007년 기준으로 일본 파견노동자 350여만 명 중 약 68%가 34세 미만 청년으로 구성되는 등 비정규직화도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일본 자민당의 고이즈미 전 총리가 '우정민영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일본사회를 개혁하자고 하는 개혁바람을 일으키자 20대의 투표율이 급상승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자민당의 고이즈미 전 총리의 이런 개혁이 결국 신자유주의를 기조로 한 개혁이었고 이로 인해 일본 청년층의 경제문제가 더 심각해 졌다는 데에 있다. 이로인해 일본의 청년층은 결국 2009년 선거에서 대거 자민당을 이탈하고 민주당을 찍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투표율 역시 20대에서 약
3% 포인트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30대 역시 다른 연령층보다 투표율이 더 많이 올랐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대보다는 30대가 변화의 바람 이끌어

그러나 이를 두고 일본의 20대가 곧 일본정치를 변화시킬 만한 힘을 발휘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실제 투표결과를 보면 20대는 오히려 다른 연령대보다 민주당을 가장 지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기권도 20대에서 가장 많았는데 일본의 경우 투표용지에 자필로 후보자의 이름을 기재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20대들이 후보자의 이름 등을 가장 잘 몰랐다고 예상할 수 있다.

결국 20대들이 여타의 연령대보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가장 약했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오히려 변화의 바람이 가장 컸던 것은 30대들로 특히 일본의 30대 젊은층들은 민주당의 '저출산대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선거에서 일본의 20대들은 자발적으로 20대의 투표장려운동(2009년 8월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일본 20대들은 아이보트ivote 등의 단체를 만들어서 투표참가 독려 켐페인을 벌이기도 했다)을 벌이고 있으며 실제 20대의 투표율은 급격한 하강곡선을 박차고 명백하게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5년, 2009년 연이어 '변화', '개혁'등의 이슈가 일본의 20대에게 어필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일본의 20대가 사회변화를 촉구하고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20대의 경우 20대 초반 학생들이 선거에서 기권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으나 정작 노동시장에 진출하고 사회생활을 경험한 30대는 개혁과 변화를 크게 바라는 것으로 드러나 일본 젊은층의 개혁바람, 변화에 대한 기대는 쉽게 사그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양극화나, 청년실업, 비정규직, 경쟁과 효율성의 논리에 무너지는 대학과 공동체 등의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청년들이 지난 20여 년간 공통적으로 겪은 문제다. 일본과 독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20대, 젊은이들이 유난히 탈정치화 되거나 보수화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최근 한국의 20대가 보여주는 역동성이나 활발한 선거 참여 등은 일본이나 독일과 비교했을 때 더 긍정적인 면이 많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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