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라라라' 버리고 짝퉁MBC가 되어가는군요
공영프로그램 버리고 상업성 프로그램 채운 MBC 개편안
▲ 김재철 MBC 사장. ⓒ 유성호
네, 알려진 대로 28일자로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개편안을 확정하셨더군요. 주말 <뉴스데스크> 8시 이전과 <후플러스> <W> <라라라> 등 9개 프로그램 폐지가 골자였습니다.
일선 PD들과 프로그램을 아끼는 시청자들의 반발을 뒤로하고 '단계적 회의와 토론'을 거쳤다고 하시니 할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5년간 누적 적자 50억 원을 보였다는 <W>를 드셨더군요. 진짜 돈이 문제였던가요? 그렇담 신설 프로그램은 진정 '저비용, 고효율' 프로그램인 맞는 건가요?
너무나 신자유주의스러운 MBC의 '선택과 집중'
"돈이 있어야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거다. 지금 시대가 그렇다."
"그럼 먹고 살아야 되니 돈 못 버는 프로그램은 버리자는 거냐.(조합)"
"더 좋은 방송을 하기 위해서 돈도 있어야 된다는 거다. 돈이 있어야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거다. 지금 시대가 그렇다. 그 돈으로 드라마 작가도 잡고, 특종상도 더 주고 그런 거다.(김재철 사장)"
지난 20일과 27일 열린 MBC 긴급 공정방송협의회에서 나온 김재철 사장 이하 사측과의 일문일답을 MBC 노조가 정리한 '비상대책위 특보 30호' 내용 중 일부입니다. 내용을 더 볼까요?
"우리 보도 프로그램의 경쟁력 너무 떨어졌다. 1차적으론 우리 기자들에게 책임이 있다. 예전에 <2580> 잘 나갈 때 특종이 꼭 하나 있었다. 특종이 많아서 항상 화제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신선하고 공격적인 아이템이 많이 사라졌다."
사장님 이하 경영진의 현직시절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적 <2580>을 얘기하는 건가요? MB 정권 들어 연성화된 KBS의 심층탐사보도 프로그램이나 실종되다시피 한 SBS에 비해 선전하고 있는 건 여전히 MBC 시사보도프로그램들이 아니던가요? 그런데 특종이 없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고요? 그거야 말로 정량 분석이 아닐까요?
"<김혜수의 W>는 국내 방송 프로그램 중 국제 문제를 우리시각에서 다루고 있는 유일한 정규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프로그램 하나쯤은 대한민국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MBC에 바라는 시청자의 요구 아닐까요? 경영진의 근시안에 답답할 뿐입니다.
<후플러스>는 또 어떤가요. <암니옴니>부터 <뉴스후>를 거쳐 지금까지 굵직굵직한 심층보도로 시청자들의 갈증을 풀어준 프로그램입니다. 축구만 투 톱 세우나요. 심층보도도 <PD수첩> <후플러스> 세우면 안 되나요? 감독이 철학부재상태입니다."
<PD수첩> 오행운 PD가 자신의 트위터(@luckypd)에 올린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스폰서 검사'나 '공직윤리지원관실' 특종을 터트린 <PD수첩>은 국민들의 눈이 있어 폐지하지 못하는 건가요? 그럼 10%를 넘기는 시청률 때문입니까? '신자유주의'스러운 논리인 '선택과 집중'은 시청률과 광고수주가 그 철학의 요지로 보이는데요.
<슈퍼스타K> 베끼기가 <W> <후플러스>보다 중요?
▲ MBC '김혜수 W' ⓒ MBC
"이로써 본사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시사매거진 2580>과 <PD수첩>만 남게 됐다. 뿐만 아니라 평일 프라임 타임대(오후 7시에서 자정까지)의 오락비율은 53%에서 57.6%로 수직 상승했다. 이는 상업방송인 SBS의 56.3% 보다도 높은 것이다. 이로써 공영방송 MBC가 오로지 돈벌이를 위해 공영성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마침내 현실화 됐다."
MBC '비상대책위 특보 30호'의 또 다른 내용입니다. 예능, 오락 프로그램의 비율이 SBS를 따라잡았더군요. <뉴스데스크>의 전진 배치가 바로 이번 개편의 핵심임을 입증해 주는 대목입니다. 9시와 10시, 드라마를 연이어 편성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SBS의 편성이 부러우셨던 게지요.
또 다른 신설프로그램을 볼까요?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은 요즘 장안의 화제인 Mnet의 <슈퍼스타 K>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지요. 얼마 전 편성회의에서 김재철 사장이 "우리는 왜 <슈퍼스타K>같은 프로그램을 못 만드냐"며 질타를 하셨다지요.
<슈퍼스타K>의 제작비는 현물협찬을 제외하고도 회당 1억 5천만 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MBC와 달리 Mnet 측에서 오랜 준비를 해 왔고, 그럼에도 시즌1 초기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과 포맷이 유사하다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과연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의 제작진은 얼마나 프로그램을 준비하셨는지요. 작금의 '베끼기' 비난을 딛고 또 순탄히 성공할 거라 예상합니까? 2007년 시청률 부진으로 급하게 종영됐던 MBC의 <쇼바이벌>이란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억이나 하십니까?
추석 때 파일럿으로 방영됐던 <여배우의 집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연 <후플러스>나 <W>를 없애고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프로그램인가요? 남자 연예인들이 여배우들의 집사로 변신해 그녀들의 소망을 들어준다는 내용은 <우리 결혼했어요> '집사 버전' 재탕일 뿐입니다. 연예인들의 출연료는 얼마나 책정하셨는지요?
과연 이런 프로그램들이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프로그램 전체가 하나의 인권보고서"라고 호평하며 '10대 인권보도'로 선정한 <W>와 맞바꿀 프로그램인지요. 아티스트와 인디밴드들이 출연했던 <라라라>는 어떻고요? <후플러스>와 <W>의 폐지 청원에 이미 5천 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29일 오후 4시 기준)했다는 건 알고 계신가요?
실패한다면 나간다는 약속, 꼭 지키세요!
"실패할 것이란 생각을 먼저 하면 안 된다. 책임은 제가 질 것이고, 실패한다면 제가 두 손 두 발 들고 나가겠다."
'쪼인트' 김재철 사장께서는 '공정방송협의회'에서 이런 발언도 하셨더군요. 그간 MBC 노조측에서 끊임없이 퇴진운동을 벌여왔으나 버티신 분께서 이번 개편의 '선택과 집중', '저비율 고효용'에 명운을 건 걸로 보이는데요.
이 약속 꼭 지키실 걸로 믿겠습니다. MBC 노조 또한 "그러나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우리는 '공영성 포기'와 '위험한 도박'에 대한 현 경영진의 책임을 반드시 끝까지 물을 것이다"라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으니까요.
끝으로, 부디 이번 MBC 개편을 바라보는 여러 의견을 수렴하시기 바랍니다. 트위터 분위기는 대신 제가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경청하시기를.
"MBC의 11/1 가을 개편안은 다분히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으로,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상업방송'의 본분에 충실한 "주식회사 문화방송"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은 맥락. MBC는 이제 소유구조도 바꿔서 '공영방송' 꼬리표 떼려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Narciman)
"김 사장님. MBC도 공영방송입니다. 그럼 아예 뉴스도 없애시지? 주말 뉴스도 앞 당긴 것도 돈 벌려고 그랬나요…?"(@boohwal96)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영성을 버리고 정부 정책을 무한 RT하는 트위터 계정으로 변신을 하려나 봅니다."(@songDiamond)
"MBC의 <음악여행 라라라>가 폐지된다고 한다. 김죄철 사장에겐 결국 소수를 통한 다양성은 무시되는 '자본주의 샬랄라'인 게지."(@yison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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