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도 광화문 침수... 서울시, 9년 동안 뭐했나?"
[현장] 서울 한가위 홍수 진단과 지속가능한 복구 방향 긴급 토론회
▲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관에서 '서울 한가위 홍수 진단과 지속가능한 복구 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박창근 시민환경연구소장, 이재석 서울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 소장, 오충현 동국대 환경과학과 교수. ⓒ 유성호
"2001년, 2003년, 2010년 같은 재난이 10년 동안 3번이나 일어났다. 공학적, 이런 거 다 떠나서 서울시는 이번 홍수피해가 인재라는 것을 인정해라. 이번에도 이것을 천재라고 이야기하면 대책은 또다시 겉돌 수밖에 없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일침이다. 박 교수는 29일 오전 열린 '서울 한가위 홍수 진단과 지속가능한 복구 방향' 긴급토론회에서 "이번 홍수피해는 103년 만의 집중폭우로 인한 천재"라는 서울시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환경전문가들을 비롯해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 백원우·김진애 국회의원, 그리고 한명희 시의원 등도 참석했다.
▲ 박창근 시민환경연구소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관에서 '서울 한가위 홍수 진단과 지속가능한 복구 방향'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서울시 홍수피해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박 교수는 "하수관거가 제대로 되어 있다면 강우가 발생한 지 1시간이 지나면 모든 강우는 출구로 빠져나가야 한다"며 "(출구까지) 도달시간이 1시간인데 2시간, 3시간에 대해 해석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간당 75mm(하수관거 설계기준)의 비가 24시간 오더라도 자연스럽게 (출구로) 빠져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침수피해가 있었던 지난 21일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71mm였다.
박 교수는 또한 "광화문 사거리 지역에선 2003년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66mm였는데도 침수피해가 있었다"며 "그때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임시변통, 단기대책만 마련해 놓고 장기적인 대책은 실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청계천에 대해서도 "배수상태가 불량해 도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며 "청계천 범람 위험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박 교수가 "오늘 발제의 결론"이라며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파워포인트를 띄우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재난이 발생할 경우 공무원의 전형적인 대처방안
(1) 인재가 아닌 천재라고 규정함
(2) 천재라는 논리를 개발함 : 수많은 말 바꾸기와 부적절한 논리 개발
(3) 잘못된 진단에 근거한 잘못된 처방(전문가들을 활용함)
(4) 같은 재난이 또 발생함
박 교수는 "금번 홍수피해 상황에서 바람직한 대처방안은 인재임을 인정한 상태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화문광장 '물샐 틈 없이' 만들어 놓고 '천재'라는 건 과도해"
▲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관에서 '서울 한가위 홍수 진단과 지속가능한 복구 방향'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서울시 방재 정책 진단과 개선 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그러면서 염 처장은 "22일에는 3시간 강수량이 500년 빈도라고 주장했던 서울시가 27일에는 200년 빈도라고 보도자료에 적었더라"며 "어떻게 불과 3일 만에 300년이 줄어드냐"고 비꼬았다.
이어서 염 처장은 "2001년에도 똑같이 광화문에 홍수피해가 있었는데 서울시는 그때도 천재였고, 지금도 천재라고 한다"며 "도대체 9년 동안 뭐했나"라고 성토했다.
또한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주변 도로를 정비해 빗물받이를 아예 없애고, '여성이 행복한 서울 프로젝트'를 한다고 보도블록 밑을 다 시멘트로 발라놓는 등 그야말로 물샐 틈 없이 만들어 놓고서는 천재라고 말하는 건 과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염 처장은 "정책 실패보다 더 나쁜 게 원인 은폐"라며 "서울시는 정보를 공개하고 왜곡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가 남산 안기부 건물 지하벙커에 재난대책본부를 꾸려놓고 있는데, 거기까지 가서 2시간 동안 싸우다 결국 자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왔다"며 "서울시는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시의회와 민간이 함께 공동조사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260mm의 비에 수도 서울이 침수되는 사태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며 "서울시를 홍수와 더불어 사는 도시로 재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10월 국정감사, 하반기 행정사무감사 통해 수해원인 규명할 것"
이어진 토론에서 한명희 서울시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은 "어제 서울시의원들이 서울시 물관리국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는데 그때도 200년이 아닌 500년 빈도로 보고를 받았다"며 "서울시가 어쩔 수 없는 기후변화로 인해 수해가 발생했다는 식으로 문제를 덮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이번 폭우로 인해 지하철 1, 2, 4호선이 마비되고 역사로 엄청난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며 "이러한 것들이 조금만 더 진행됐더라면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진상조사단을 꾸려서 제대로 된 원인 규명을 하지 않으면, 이후에 홍수대란으로 인해 1000만 서울시민의 생존이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수방대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서울시의원을 대표해 참석한 그는 "이번 하반기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해 원인이 규명될 수 있도록 시의회 차원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백원우 의원 역시 "10월 12일 국정감사에서 침수 원인에 대해 꼭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서울시 관계자는 불참했다. 염형철 사무처장은 "서울시 관계자도 초청했는데 결국 오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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