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밤, 신혼부부는 잠들지 못했다
반지하공급 줄이겠다는 서울시 대책은 '탁상행정'
지난 26일, 추석을 하루 앞두고 갑작스런 폭우로 수해를 입은 서울 강남 세곡동에 자원봉사를 다녀온 친정언니를 만났습니다.
언니는 "어쩌면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한지 몰라. 왜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더 큰 불행이 닥치는지 모르겠어. 이번 집중호우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 대부분이 생활 형편이 어려운,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이더라"고 했습니다. "추석날 차례는 고사하고 물에 잠긴 살림살이며 가전제품, 이불, 옷가지들을 끄집어 내고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더라"며, 참으로 마음이 아프더라고 말입니다.
추석 연휴 침수된 가옥들, 남일 같지 않았던 이유
21일 오후, 경기도 일부 지역을 비롯하여 서울에 물폭탄이 터져 물난리가 났을 때, 우리 가족은 마침 서울에 없었습니다. 추석 명절을 하루 앞둔 그날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경남 함안에 있는 시댁에 갔기 때문입니다.
시댁에 도착하여 때늦은 점심을 먹고, 손위 동서와 여러 종류의 나물들을 다듬고 데치며 올해 유난히 비싼 채소와 과일값을 화제에 올렸습니다. 뒤이어 동태전이며 산적, 동그랑땡등 차례 음식을 장만한 뒤 잠시 허리를 펴려고 거실로 나왔을 때, TV에서 속보로 보여주는 긴박한 화면에는 서울 광화문 일대가 온통 물바다가 되어 있었습니다.
103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고 했습니다. TV 속 서울은, 분명 그날 아침 우리 가족이 떠나왔던 서울이건만 상상하지 못했던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서울의 중심지인 광화문 광장이 저 정도라면 지하철이며 지하도, 주택가는 과연 어떤 상태일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뒤이은 소식으로 이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승강장에 물이 유입되어 전동차가 무정차 통과하고, 1호선은 서울역에서 이촌역 운행이 중단되고, 구로역 근처 1호선도 운행이 중지되었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우리 가족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추석이라는 대명절을 맞아 수해를 입고 망연자실하고 있을 사람들을 걱정했습니다.
추석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다시 TV를 켰을 때 갑작스런 물난리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명절날 아침에도 물에 잠긴 가재도구를 꺼내어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코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20여년 전 저도 2년 동안 반지하에 살았던 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 내리는 밤, 신혼부부는 잠들지 못했다
1991년 3월에 결혼한 저는, 그 해 서울 잠실 석촌동 단독주택의 반지하에서 1년 동안 세를 살았고, 1992년 3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성남시 상대원동에 있는 빌라 반지하에서 살았습니다.
처음 신혼 살림을 차렸던 석촌동 반지하집은 옆집과 골목을 같이 쓰며 현관문을 서로 마주보며 4세대가 살았는데, 주인집 대문에 가려면 골목길 우리집 현관문 앞을 꼭 지나야 했습니다. 골목길에서 두 개의 계단을 내려서서 신발을 벗으면, 그곳이 우리집 싱크대가 놓인 부엌이자 거실이었습니다.
반지하에 신혼살림을 차린다고 했을 때, 시부모님들 걱정은 대단했습니다. 시골에서는 볼 수 없는 반지하집에서 자식들을 살게 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해서 비가 내리는 날이면 괜찮냐고 걱정 실린 전화가 걸려 오곤 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조금이라도 비가 많이 내린다 싶으면 우리 부부는 깊이 잠들 수 없었습니다. 틈만 나면 현관문 바로 앞 하수구 구멍이 나뭇잎이나 쓰레기에 막히지 않았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그런 덕분인지, 아니면 이번처럼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지 않아서인지 석촌동 반지하집에 물이 드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다음해인 1992년 3월, 남편의 회사가 성남 상대원동 공단으로 이전을 하면서 우리도 회사 근처의 빌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때도 어쩔 수 없이 반지하를 계약하고 이사를 했는데, 이제 막 신축한 빌라 반지하층 이웃집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과 세 살된 딸을 둔 젊은 부부가 먼저 들어와 살고 있었습니다.
빌라 반지하는 석촌동 단독주택 반지하보다는 여러모로 살기에 편리했습니다. 훨씬 넓은 평수였기에 거실다운 거실과 부엌 싱크대도 넓어서 큰 불편함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아줌마, 아줌마 집에 물들어와요!"
그날은 비가 다른 날보다 제법 많이 내렸습니다. 오후 3시쯤이었나? 잠이 든 딸아이 옆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데, "아줌마! 아줌마 집에 물들어 와요!" 하는 앞집 아이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앞집과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터이기에 서로 현관문을 열어 놓고 살았는데, 그날도 열어 놓은 현관문을 통해 앞집 아이가 물에 잠기는 우리집을 저보다 먼저 발견한 것입니다. 깜짝 놀라 허둥대며 내다보니, 거실 바닥을 비롯하여 싱크대 밑이며 냉장고 밑, 심지어 신발장 밑, 현관 바닥까지 물이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모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이 물이 어디서 어떻게 들어왔는지 찾아 나섰더니, 원인은 바로 화장실 하수구 구멍이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많은 비가 쏟아지자, 상대원동 언덕길 아래쪽에 위치한 빌라, 그것도 반지하인 우리집 화장실 하수구로 빗물이 역류하기 시작했고, 그 물은 화장실을 가득 채우고 화장실 문턱을 넘쳐 나와 거실과 부엌까지 침투하고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세수대야와 쓰레받이를 챙겨들고 빗물을 쓸어 담았습니다. 그런 상황은 앞집도 우리집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 추석에 내린 폭우로 많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가 겪었던 그날의 피해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앞으로 또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우리에게 집주인은 화장실 하수구 높이를 한뼘쯤 높이고, 화장실 바닥도 그만큼 높여 주는 공사를 해 주었습니다.
그날 이후, 조금이라도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화장실문부터 열어 하수구를 살펴보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지하주택 공급 줄인다고? 돈 없는 사람은 어떡하라고
이번 침수 피해로 서울시는 1984년 다세대주택 주거 유형이 도입된 이후, 저소득층을 위주로 공급이 되어 온 반지하주택에 대한 신규 공급을 억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서울시 주택 326만가구 중, 약 35만가구(10.7%)가 반지하주택이고,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집중호우로 1만2518동이 침수됐는데, 그 피해를 입은 주택 대부분이 반지하주택이기 때문입니다.
반지하 주택 건축을 규제하는 대책으로, 임대주택 형식의 대체주택을 2014년까지 22만3000가구를, 2018년까지 총 34만가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이미 반지하주택이 포함된 다가구·다세대주택 401동(2688가구)을 매입하여 임대 주택으로 활용 중인데, 이들 주택을 적정한 시기에 폐쇄하고 다른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반지하 주택이 최근에 등장한 것도 아닌데 서울시의 그런 정책들이 진정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서민들을 위한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현재 반지하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곳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생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임대주택 등으로 대체주택을 마련한다 해도, 지금보다 훨씬 비싼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 그런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반지하주택을 줄여 수해를 입는 사람들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이번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던 1호선, 2호선 지하철은 어떻게 되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3호선, 4호선 또 다른 지하철은 괜찮은 건지요. 그리고 서울시에는 지하공간이 반지하주택만 있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대형빌딩마다 지하 7층, 8층까지 자리잡은 주차장이며 상가들, 이번 폭우에 잠겨 시내버스 운행이 불가능했던 시내도로 곳곳의 지하차도는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요?
요즘 전세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까닭에 '전세대란'이라고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 반지하주택에 거주하던 저소득층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하는지요. 그분들의 한숨소리가 들리지 않는지요. 또 현실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의 소리는 들리지 않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추석 명절이었기에 이번 피해가 더 마음 아팠을 수해민들. 돈없고 몸이 고된 그분들도 서울에 살고 있는 서울 시민이고, 우리의 이웃입니다. 그분들과도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믿을만한 정책은 정말 기대하기 힘든 일인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비단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겁니다.
언니는 "어쩌면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한지 몰라. 왜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더 큰 불행이 닥치는지 모르겠어. 이번 집중호우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 대부분이 생활 형편이 어려운,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이더라"고 했습니다. "추석날 차례는 고사하고 물에 잠긴 살림살이며 가전제품, 이불, 옷가지들을 끄집어 내고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더라"며, 참으로 마음이 아프더라고 말입니다.
추석 연휴 침수된 가옥들, 남일 같지 않았던 이유
▲ 21일 오후 서울 도심에 내린 폭우로 인해 호수처럼 변한 광화문네거리를 버스와 승용차들이 지나고 있다. ⓒ 뉴시스
21일 오후, 경기도 일부 지역을 비롯하여 서울에 물폭탄이 터져 물난리가 났을 때, 우리 가족은 마침 서울에 없었습니다. 추석 명절을 하루 앞둔 그날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경남 함안에 있는 시댁에 갔기 때문입니다.
시댁에 도착하여 때늦은 점심을 먹고, 손위 동서와 여러 종류의 나물들을 다듬고 데치며 올해 유난히 비싼 채소와 과일값을 화제에 올렸습니다. 뒤이어 동태전이며 산적, 동그랑땡등 차례 음식을 장만한 뒤 잠시 허리를 펴려고 거실로 나왔을 때, TV에서 속보로 보여주는 긴박한 화면에는 서울 광화문 일대가 온통 물바다가 되어 있었습니다.
103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고 했습니다. TV 속 서울은, 분명 그날 아침 우리 가족이 떠나왔던 서울이건만 상상하지 못했던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서울의 중심지인 광화문 광장이 저 정도라면 지하철이며 지하도, 주택가는 과연 어떤 상태일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뒤이은 소식으로 이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승강장에 물이 유입되어 전동차가 무정차 통과하고, 1호선은 서울역에서 이촌역 운행이 중단되고, 구로역 근처 1호선도 운행이 중지되었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우리 가족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추석이라는 대명절을 맞아 수해를 입고 망연자실하고 있을 사람들을 걱정했습니다.
추석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다시 TV를 켰을 때 갑작스런 물난리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명절날 아침에도 물에 잠긴 가재도구를 꺼내어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코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20여년 전 저도 2년 동안 반지하에 살았던 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 내리는 밤, 신혼부부는 잠들지 못했다
▲ 추석 연휴에 쏟아진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서울 화곡동 주민들이 24일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꺼내 햇볕에 말리고 있다. ⓒ 남소연
1991년 3월에 결혼한 저는, 그 해 서울 잠실 석촌동 단독주택의 반지하에서 1년 동안 세를 살았고, 1992년 3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성남시 상대원동에 있는 빌라 반지하에서 살았습니다.
처음 신혼 살림을 차렸던 석촌동 반지하집은 옆집과 골목을 같이 쓰며 현관문을 서로 마주보며 4세대가 살았는데, 주인집 대문에 가려면 골목길 우리집 현관문 앞을 꼭 지나야 했습니다. 골목길에서 두 개의 계단을 내려서서 신발을 벗으면, 그곳이 우리집 싱크대가 놓인 부엌이자 거실이었습니다.
반지하에 신혼살림을 차린다고 했을 때, 시부모님들 걱정은 대단했습니다. 시골에서는 볼 수 없는 반지하집에서 자식들을 살게 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해서 비가 내리는 날이면 괜찮냐고 걱정 실린 전화가 걸려 오곤 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조금이라도 비가 많이 내린다 싶으면 우리 부부는 깊이 잠들 수 없었습니다. 틈만 나면 현관문 바로 앞 하수구 구멍이 나뭇잎이나 쓰레기에 막히지 않았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그런 덕분인지, 아니면 이번처럼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지 않아서인지 석촌동 반지하집에 물이 드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다음해인 1992년 3월, 남편의 회사가 성남 상대원동 공단으로 이전을 하면서 우리도 회사 근처의 빌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때도 어쩔 수 없이 반지하를 계약하고 이사를 했는데, 이제 막 신축한 빌라 반지하층 이웃집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과 세 살된 딸을 둔 젊은 부부가 먼저 들어와 살고 있었습니다.
빌라 반지하는 석촌동 단독주택 반지하보다는 여러모로 살기에 편리했습니다. 훨씬 넓은 평수였기에 거실다운 거실과 부엌 싱크대도 넓어서 큰 불편함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아줌마, 아줌마 집에 물들어와요!"
그날은 비가 다른 날보다 제법 많이 내렸습니다. 오후 3시쯤이었나? 잠이 든 딸아이 옆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데, "아줌마! 아줌마 집에 물들어 와요!" 하는 앞집 아이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앞집과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터이기에 서로 현관문을 열어 놓고 살았는데, 그날도 열어 놓은 현관문을 통해 앞집 아이가 물에 잠기는 우리집을 저보다 먼저 발견한 것입니다. 깜짝 놀라 허둥대며 내다보니, 거실 바닥을 비롯하여 싱크대 밑이며 냉장고 밑, 심지어 신발장 밑, 현관 바닥까지 물이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모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이 물이 어디서 어떻게 들어왔는지 찾아 나섰더니, 원인은 바로 화장실 하수구 구멍이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많은 비가 쏟아지자, 상대원동 언덕길 아래쪽에 위치한 빌라, 그것도 반지하인 우리집 화장실 하수구로 빗물이 역류하기 시작했고, 그 물은 화장실을 가득 채우고 화장실 문턱을 넘쳐 나와 거실과 부엌까지 침투하고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세수대야와 쓰레받이를 챙겨들고 빗물을 쓸어 담았습니다. 그런 상황은 앞집도 우리집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 추석에 내린 폭우로 많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가 겪었던 그날의 피해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앞으로 또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우리에게 집주인은 화장실 하수구 높이를 한뼘쯤 높이고, 화장실 바닥도 그만큼 높여 주는 공사를 해 주었습니다.
그날 이후, 조금이라도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화장실문부터 열어 하수구를 살펴보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지하주택 공급 줄인다고? 돈 없는 사람은 어떡하라고
이번 침수 피해로 서울시는 1984년 다세대주택 주거 유형이 도입된 이후, 저소득층을 위주로 공급이 되어 온 반지하주택에 대한 신규 공급을 억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서울시 주택 326만가구 중, 약 35만가구(10.7%)가 반지하주택이고,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집중호우로 1만2518동이 침수됐는데, 그 피해를 입은 주택 대부분이 반지하주택이기 때문입니다.
반지하 주택 건축을 규제하는 대책으로, 임대주택 형식의 대체주택을 2014년까지 22만3000가구를, 2018년까지 총 34만가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이미 반지하주택이 포함된 다가구·다세대주택 401동(2688가구)을 매입하여 임대 주택으로 활용 중인데, 이들 주택을 적정한 시기에 폐쇄하고 다른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반지하 주택이 최근에 등장한 것도 아닌데 서울시의 그런 정책들이 진정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서민들을 위한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현재 반지하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곳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생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임대주택 등으로 대체주택을 마련한다 해도, 지금보다 훨씬 비싼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 그런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반지하주택을 줄여 수해를 입는 사람들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이번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던 1호선, 2호선 지하철은 어떻게 되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3호선, 4호선 또 다른 지하철은 괜찮은 건지요. 그리고 서울시에는 지하공간이 반지하주택만 있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대형빌딩마다 지하 7층, 8층까지 자리잡은 주차장이며 상가들, 이번 폭우에 잠겨 시내버스 운행이 불가능했던 시내도로 곳곳의 지하차도는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요?
요즘 전세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까닭에 '전세대란'이라고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 반지하주택에 거주하던 저소득층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하는지요. 그분들의 한숨소리가 들리지 않는지요. 또 현실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의 소리는 들리지 않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추석 명절이었기에 이번 피해가 더 마음 아팠을 수해민들. 돈없고 몸이 고된 그분들도 서울에 살고 있는 서울 시민이고, 우리의 이웃입니다. 그분들과도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믿을만한 정책은 정말 기대하기 힘든 일인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비단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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