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은 박근혜에게 왜 애정을 품었나?
[서평] 2007년 우석훈이 쓴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를 읽고
▲ 책겉그림〈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생각의 나무
헌데 우석훈은 참여정부가 결코 좌파정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정권은 동북아중심국가에다 기업경제에 촉각을 세웠고, 1명이 100명을 먹여 살린다는 한미FTA에도 열을 냈기 때문이란다. 그것은 지극히 극우파와 가까운 정책이라 규정한다.
우파와 좌파를 생각하자니 얼마 전에 읽은 책이 떠오른다. 구갑우 외 13인이 쓴 〈좌우파사전〉이 그것이다. 거기서도 그랬다. 우파의 순기능이란 국가 발전과 동력 확보에 있고, 좌파는 지속 평등을 위한 분배와 복지에 힘을 쏟는다고. 그런 관점에서 보더라도 노무현 정부는 후자보다 전자 쪽에 훨씬 많은 힘을 보탰다.
그 때문일까? 우석훈은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한미 FTA에 대해 많은 우려를 나타냈던 게. 그건 결코 미국과 윈윈게임이 될 수 없다고 단정한다. 설령 1-2년은 멋져 보일지 몰라도 머잖아 우리는 그들의 산업 전략에 질질 끌려다닐 거라 말한다. 멕시코도 그랬고, 미국과 FTA를 체결한 많은 나라들이 그 꼴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는 그 폐해가 차차기 정권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그만큼 현 정권의 선택 또한 중요한 몫이 될 것이다. 현정권도 참여정부의 끈을 이어받고 있고, 그 노선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한미 FTA에 열을 낼 게 뻔하다. 그리고 그 피해는 다음 정권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다.
그 때문일까? 우석훈이 박근혜 의원에게 애정을 쏟는 게. 왜 일까? 지난 대선 당시 물불 가리지 않고 몰아붙이는 이명박의 건설업계 리더십보다 어머니처럼 냉정하고 차분하면서도 뭔가 따뜻한 리더십을 그녀에게서 기대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런 애정을 그 당시 박근혜 의원에게 품었던 것이다. 헌데 그 바람이 다음 대선에 또 분다면 어찌될까?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취리히도 가보시고 로잔도 가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유가 되시면 코펜하겐도 가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새로운 지평과 세계가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왕이면 육영수 여사의 딸이었다고 역사가 박근혜 의원님을 기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고단했던 한국 민중의 삶이 어떻게 스위스 국민들처럼 행복해질 수 있는지 이 봄에 진지하게 고민해보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강한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것이 결국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건국 이후 가장 부드러웠던 인물은 육 여사라고 사람들이 평가하더군요."(236쪽)
이 책의 둘째 마당은 각 인물열전을 담고있다. 박노자를 비롯하여 오세훈과 강금실, 진중권과 김지하가 그들이다. 그들 중 19세기와 20세기에서 21세기로 살아남은 자들이 과연 누구인지 진중하게 추적한다. 한 시대에 깨어 있는 지성인이 그 시대에 함몰되지 않고 어떻게 세기를 달리하여 진화할 수 있는지, 그 '인물에 대한 탐구서'라 할 수 있다.
셋째 마당은 녹색환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걸 생각하자니 얼마 전에 읽은 김철의 <도시, 디자인에 눈을 뜨다>가 떠오른다. 거기서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서울시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비교해 놓은 게 있다. 코펜하겐은 그 도로가 400km인데 서울은 110km에 불과하다는 거다. 그때 나는 자전거전용 도로를 넓히고 그 활성화 대책을 세우면 녹색도시는 충분히 이룰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헌데 우석훈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한다. 이른바 출퇴근용 무료서틀버스가 그것이다. 서울시만 해도 그런 대안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쾌적한 생태도시가 될 수 있다는 거다. 그 재원은 자가용 운행자에게 오염자 부담원칙을 적용하거나, 3조 원 가까이 발생하는 에너지개선특별회계에서 끌어오면 된다고 한다. 어떤가? 다음 서울 시장이나 대선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닐까?
뭐든 지나간 세월을 되돌아보는 건 의미로운 일이다. 그 궤적을 짚어봄으로써 바른 앞방향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취한 한미 FTA도 그렇고, 현 정부가 취하고 있는 4대강 개발과 뉴타운 정책들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등골이 터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경제력 기반이 약한 서민들이다. 하여 향후 10년의 진정한 꿈을 꾼다면, 참여정부와 현 정부의 징검다리 기간을 되짚어 본, 우석훈의 시선을 따라 세상을 내다보는 것도 뜻깊은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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