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괜히 샀나? 김장이나 할 수 있을지"
[참을 수 없는 채솟값 ①] 살 게 없는 주부들 "내가 미쳐"...상인들 "죽을 맛"
"이 집은 김치를 이렇게 갖다놔서 눈치 보이지 않아 좋다. 요즘에는 김치 더 달라는 말 못하잖아. 김치도 아주 맛있다. 많이 먹고 가야지."
"김치 정말 맛있지? 그래서 난 가끔 오면 이 집에서 김치를 사가지고 가."
9월 29일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끔씩 가던 음식점에 갔다. 그 집에서는 김치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게 식탁 위에 두 개의 작은항아리를 준비해놓고 열무김치와 배추김치를 놔두었다. 하여 배추가 정말 그렇게 비싼가? 할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그 전날에는 다른 음식점에 갔었다. 그 음식점에서는 김치라고는 아예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누구 하나 김치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김치를 달라는 사람도 없었다.
그날은 김치 인심이 좋아서 그랬을까. 평소보다 더 맛있는 점심을 먹고 계산을 하면서 그 친구가 "김치 파는 것 있어요?" 하고 물으니 식당 주인은 "요즘은 김치를 팔 수가 없어요. 식당에 오는 손님들한테 내놓는 것도 아주 버거워요. 그렇다고 다른 때보다 더 올려 받아야 하는데 그럴 수도 없고" 한다.
싸게 파는 채소 전, 상태 안 좋은 거만 한가득
그날 저녁 TV뉴스에 배추, 무 등 채소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고 했다. 마치 무슨 큰 일이 난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여 30일에 광명시장 등 두 군데를 다녀보았다.
추석에 담근 김치가 바닥이 나기도 했고 정말 그렇게 비싼가, 내 눈으로 확인도 하고 싶었다. 추석이 지나면 채솟값이 내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필요한 만큼만 만들었다. 해마다 명절이 지나면 채소 값이 안정이 되곤 했기에.
시장 한 곳은 한 포기에 1만원이란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어이가 없어 만져만 보고 왔다. 50평생, 내 생전에 배춧값이 이렇게 비싼 건 처음이다. 정말이지 기가 막혔다. 배추 한 포기에 8000원~1만3200원, 무 3300원~4500원, 대파는 3500원~4500원이고 열무와 얼갈이배추 한 단에도 3000원~3500원이었다. 그나마 호박과 시금치는 조금 내린 가격이었다.
배춧값을 물어보던 한 주부는 "어쩌지. 정말 내가 미치겠다. 이번 주말에 손님 치러야하는데 큰일이네"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장을 보러 나온 다른 주부들도 채솟값을 물어보고 대부분은 놀라 그대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채소를 파는 주인들도 채소 가격을 물어봐도 안 산다는 것을 아는지 파는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차라리 만들어놓은 반찬을 사다 먹는 것이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어디선가 "오이 3개 1000원, 무 1개에 2000원, 호박 1000원 빨리 안 오시면 못 삽니다"한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 채소 전 앞에는 나같은 주부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나도 그 앞에서 오이를 사려고 차례를 기다렸지만 좀처럼 틈이 보이질 않는다. 할 수 없이 비집고 들어갔다.
그런데 세상에나. 평소 같으면 버려도 주워가지 않을 정도로 꼬부라진 오이, 겉이 말라 비틀어진 무, 상처투성이인 노각 등을 주부들은 고르고 또 골랐다. 조금이라도 크고 덜 꼬부라진 채소들을 고르려고 눈과 손이 바빴다. 하지만 그곳에도 배추는 없었다. 주부들은 "이거라도 사가면 몇 번은 먹겠지"한다. 나도 오이 몇 개 사서 그곳을 나왔다. 다른 채소 전에서도 배추는 보기 힘들었다.
채소 전에서는 배추김치 대신 고구마순 김치를 담가야 겠다면서 5단을 사가는 주부도 있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그를 지켜본다.
반찬가게 아줌마 "물어보는 사람만 많고, 죽을 맛"
눈에 띈 반찬가게가 있어 들어갔다. 그곳에선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주부와 주인의 실랑이가 한창이었다.
"어머나 5000원 어치가 요것 밖에 안 돼요? 한끼 먹으면 없겠네."
"조금 줘서 미안해요. 오늘 파김치 1㎏에 7000원인데 많이 준 거예요. 다음에 오면 많이 줄게요."
"배추김치는 얼마예요?"
"오늘 배추김치는 1㎏에 12000원이에요."
"그럼 이건 얼마나 될까요?"
"이건 2만원(중간 배추 반 포기)도 넘어요."
"내가 미쳐 미쳐"를 연발하던 그 주부는 미처 결정을 못 내린 채 한동안 서 있더니 파김치만 사가지고 돌아갔다.
"그래도 다른 때보다 반찬 사러오는 사람 많지요?"
"제법 오긴 오는데 물어만 보고 그냥 가는 사람이 더 많아요. 그리고 요새는 배추김치는 팔면 팔수록 손해예요. 언니들이 집에서 김치 담가 봐요. 양념값만 따지면 이게 싼 편이라니까요. 요즘 같으면 우리도 밥도 못 먹고 죽 먹을 판이에요."
한국 사람들 밥상의 대표음식인 김치는 단 하루도 안 먹으면 속이 느낄 할 정도인데 정말 큰일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무말랭이 한 팩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0월 1일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도 김치 걱정이 늘어졌다. A는 "어제 생협에서 문자가 와서 배추를 사러 갔더니 문자 받고 간 사이에 배추가 동이 났더라고. 기가 막혀서.회원이 아닌 사람들이 회원들한테 부탁을 해서 그렇게 빨리 동이 났다고 하더라고"한다.
그런가하면 B는 "난 작년에 담근 김장김치가 몇 포기 남아서 김장하기 전에 치우려고 김치 찜을 해먹으려다 말았다. 어찌되었든 아껴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중국에서 배추 수입을 해오면 그동안 힘들게 농사지은 농부들은 어쩌냐?" 하며 한동안 이야기가 오고가고 했다.
"고춧가루 사면 뭐하나, 김장이나 할 수 있을지"
배추파동으로 정부에서는 중국에서 배추수입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것 역시 일시적인 방편일 것이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고 강력한 태풍도 왔었다. 거기에 비도 자주 내려 채소들이 맥을 못춘 것이 사실이다. 실외온도가 영상 30도가 되면 비닐하우수안은 40도~50도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 날이 여러 날 계속되었고 비도 자주 내린 탓에 시금치, 상추, 호박 등 채소의 생산량이 많지 않아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하여 이 난리를 겪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렇게 이상기온이 자주 생기고 세계적으로도 이상기후에 많은 변수가 생기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날씨도 아열대성기후로 변할 가능성이 많다고 자주 언급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시적인 대책인 배추수입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그에 맞는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친구들에게 "그나저나 김장고춧가루는 어떻게들 했어?" 하고 물었다. 한 친구는 10근 샀는데, 난 30근 등을 샀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25근을 샀는데 김장이나 제대로 담글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했다. "그러게 말이다. 우리가 손만 뻗치면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게 김치였는데 이젠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되려나 보다" 긴 한숨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김치 정말 맛있지? 그래서 난 가끔 오면 이 집에서 김치를 사가지고 가."
9월 29일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끔씩 가던 음식점에 갔다. 그 집에서는 김치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게 식탁 위에 두 개의 작은항아리를 준비해놓고 열무김치와 배추김치를 놔두었다. 하여 배추가 정말 그렇게 비싼가? 할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그 전날에는 다른 음식점에 갔었다. 그 음식점에서는 김치라고는 아예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누구 하나 김치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김치를 달라는 사람도 없었다.
그날은 김치 인심이 좋아서 그랬을까. 평소보다 더 맛있는 점심을 먹고 계산을 하면서 그 친구가 "김치 파는 것 있어요?" 하고 물으니 식당 주인은 "요즘은 김치를 팔 수가 없어요. 식당에 오는 손님들한테 내놓는 것도 아주 버거워요. 그렇다고 다른 때보다 더 올려 받아야 하는데 그럴 수도 없고" 한다.
싸게 파는 채소 전, 상태 안 좋은 거만 한가득
▲ 채소가게. 주인아주머니는 배추가 금값이라니까, 모두 배추를 심는 바람에 김장철에는 처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쏟아질 거라고 걱정하더군요. ⓒ 조종안
그날 저녁 TV뉴스에 배추, 무 등 채소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고 했다. 마치 무슨 큰 일이 난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여 30일에 광명시장 등 두 군데를 다녀보았다.
추석에 담근 김치가 바닥이 나기도 했고 정말 그렇게 비싼가, 내 눈으로 확인도 하고 싶었다. 추석이 지나면 채솟값이 내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필요한 만큼만 만들었다. 해마다 명절이 지나면 채소 값이 안정이 되곤 했기에.
시장 한 곳은 한 포기에 1만원이란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어이가 없어 만져만 보고 왔다. 50평생, 내 생전에 배춧값이 이렇게 비싼 건 처음이다. 정말이지 기가 막혔다. 배추 한 포기에 8000원~1만3200원, 무 3300원~4500원, 대파는 3500원~4500원이고 열무와 얼갈이배추 한 단에도 3000원~3500원이었다. 그나마 호박과 시금치는 조금 내린 가격이었다.
배춧값을 물어보던 한 주부는 "어쩌지. 정말 내가 미치겠다. 이번 주말에 손님 치러야하는데 큰일이네"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장을 보러 나온 다른 주부들도 채솟값을 물어보고 대부분은 놀라 그대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채소를 파는 주인들도 채소 가격을 물어봐도 안 산다는 것을 아는지 파는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차라리 만들어놓은 반찬을 사다 먹는 것이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어디선가 "오이 3개 1000원, 무 1개에 2000원, 호박 1000원 빨리 안 오시면 못 삽니다"한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 채소 전 앞에는 나같은 주부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나도 그 앞에서 오이를 사려고 차례를 기다렸지만 좀처럼 틈이 보이질 않는다. 할 수 없이 비집고 들어갔다.
그런데 세상에나. 평소 같으면 버려도 주워가지 않을 정도로 꼬부라진 오이, 겉이 말라 비틀어진 무, 상처투성이인 노각 등을 주부들은 고르고 또 골랐다. 조금이라도 크고 덜 꼬부라진 채소들을 고르려고 눈과 손이 바빴다. 하지만 그곳에도 배추는 없었다. 주부들은 "이거라도 사가면 몇 번은 먹겠지"한다. 나도 오이 몇 개 사서 그곳을 나왔다. 다른 채소 전에서도 배추는 보기 힘들었다.
채소 전에서는 배추김치 대신 고구마순 김치를 담가야 겠다면서 5단을 사가는 주부도 있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그를 지켜본다.
반찬가게 아줌마 "물어보는 사람만 많고, 죽을 맛"
눈에 띈 반찬가게가 있어 들어갔다. 그곳에선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주부와 주인의 실랑이가 한창이었다.
"어머나 5000원 어치가 요것 밖에 안 돼요? 한끼 먹으면 없겠네."
"조금 줘서 미안해요. 오늘 파김치 1㎏에 7000원인데 많이 준 거예요. 다음에 오면 많이 줄게요."
"배추김치는 얼마예요?"
"오늘 배추김치는 1㎏에 12000원이에요."
"그럼 이건 얼마나 될까요?"
"이건 2만원(중간 배추 반 포기)도 넘어요."
"내가 미쳐 미쳐"를 연발하던 그 주부는 미처 결정을 못 내린 채 한동안 서 있더니 파김치만 사가지고 돌아갔다.
"그래도 다른 때보다 반찬 사러오는 사람 많지요?"
"제법 오긴 오는데 물어만 보고 그냥 가는 사람이 더 많아요. 그리고 요새는 배추김치는 팔면 팔수록 손해예요. 언니들이 집에서 김치 담가 봐요. 양념값만 따지면 이게 싼 편이라니까요. 요즘 같으면 우리도 밥도 못 먹고 죽 먹을 판이에요."
한국 사람들 밥상의 대표음식인 김치는 단 하루도 안 먹으면 속이 느낄 할 정도인데 정말 큰일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무말랭이 한 팩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0월 1일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도 김치 걱정이 늘어졌다. A는 "어제 생협에서 문자가 와서 배추를 사러 갔더니 문자 받고 간 사이에 배추가 동이 났더라고. 기가 막혀서.회원이 아닌 사람들이 회원들한테 부탁을 해서 그렇게 빨리 동이 났다고 하더라고"한다.
그런가하면 B는 "난 작년에 담근 김장김치가 몇 포기 남아서 김장하기 전에 치우려고 김치 찜을 해먹으려다 말았다. 어찌되었든 아껴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중국에서 배추 수입을 해오면 그동안 힘들게 농사지은 농부들은 어쩌냐?" 하며 한동안 이야기가 오고가고 했다.
"고춧가루 사면 뭐하나, 김장이나 할 수 있을지"
▲ 배추값 폭등으로 인해 포장김치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대형마트 포장김치 코너에 '업체측 공급사정으로 인해 1인당 1박스만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여 있다. ⓒ 권우성
배추파동으로 정부에서는 중국에서 배추수입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것 역시 일시적인 방편일 것이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고 강력한 태풍도 왔었다. 거기에 비도 자주 내려 채소들이 맥을 못춘 것이 사실이다. 실외온도가 영상 30도가 되면 비닐하우수안은 40도~50도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 날이 여러 날 계속되었고 비도 자주 내린 탓에 시금치, 상추, 호박 등 채소의 생산량이 많지 않아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하여 이 난리를 겪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렇게 이상기온이 자주 생기고 세계적으로도 이상기후에 많은 변수가 생기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날씨도 아열대성기후로 변할 가능성이 많다고 자주 언급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시적인 대책인 배추수입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그에 맞는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친구들에게 "그나저나 김장고춧가루는 어떻게들 했어?" 하고 물었다. 한 친구는 10근 샀는데, 난 30근 등을 샀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25근을 샀는데 김장이나 제대로 담글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했다. "그러게 말이다. 우리가 손만 뻗치면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게 김치였는데 이젠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되려나 보다" 긴 한숨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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