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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불만에 검사실 불지른 전직 경찰관 중형 확정

대법원 "징역 5년...판사와 검사에 대한 위해는 엄한 처벌 불가피"

등록|2010.10.02 14:33 수정|2010.10.02 14:34
검찰 수사에 불만을 품고 담당 검사실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직 경찰관에게 대법원이 징역 5년을 확정했다.

K(44)씨는 지난해 2월 16일 새벽 전주지검 H검사실의 방범창을 뜯고 들어간 뒤 검사 책상 위에 있던 법전, 소파, 책상 등에 불을 질러 2453만 원의 재산피해를 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앞서 조직폭력배 전담 경찰관인 K씨는 2007년 8월 자신의 정보원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단순 민사 사안을 폭력조직에 의한 공갈사건으로 조작해 허위 범죄첩보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폭력조직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2008년 9월 K씨를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K씨는 한 달 뒤 보석으로 석방됐다. K씨는 재판과정에서 공소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검찰에 대한 강한 불만을 갖게 됐다.

재판이 진행되던 중 2009년 초 K씨는 검찰에 의해 뇌물수수 등 비리혐의로 내사가 진행돼 2회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직무유기 등의 혐의가 추가로 발견돼 청탁자 등에 대한 조사까지 진행되자 중형을 선고받을 것을 우려한 나머지 자신을 수사하고 있는 담당검사실에 보복성 테러를 가해 수사를 무력화시키고자 방화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하지만 위 사건으로 직위해제 돼 김밥가게를 운영하던 K씨는 검찰이 주장하는 범행 시각에는 직원을 집까지 태워다 주고,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차안에서 맥주를 마시며 매출 장부를 정리하다가 PC방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범행을 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또 K씨는 범행현장(검사실)에서 발견됐다는 라이터는 2009년 1월 H검사실에서 S씨와 대질조사를 받으면서 휴식을 취하던 중 S씨에게 담뱃불을 붙이라고 건네 준 라이터가 검사실에 남아 있다가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것이거나, 2차 조사를 받으면서 만졌던 라이터가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라이터처럼 감정의뢰 된 것이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인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종문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공용건조물방화미수, 허위공문서작성,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직 경찰관 K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야간에 좁은 승용차 안에서 장부정리를 했다는 주장은 경험칙상 쉽게 믿기 어려고, 설령 범행 시간에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입한 사실이 있더라도, 직원을 집에 데려다 주고 편의점에 들렀다가 범행현장인 검사실에 도찰할 수 있었다고 보이고, 범행현장에서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라이터 등이 발견된 점 등에 비춰 현장부재(알리바이)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조직폭력 범죄를 전담해 수사하는 경찰관이던 피고인이 자신의 정보원의 부탁을 받고 단순 채무불이행 사건을 조직폭력배의 갈취사건으로 조작하기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ㆍ행사하고, 검찰로부터 추가 수사를 받게 되자 불만을 품고 보석으로 석방된 틈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력을 무력화시키고자 담당 수사검사실에 방화를 기도한 것으로 죄질 및 결과가 매우 중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들어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에 불만을 품고 자신의 주장만을 앞세운 채 국민의 위임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사법기관인 판사나 검사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데, 이런 행위를 방치하면 사법기관인 판사와 검사들이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 상당한 위축을 가져올 수 있고, 이는 결국 일반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점에 비춰 피고인에게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K씨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형량도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반면 징역 7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각각 항소했고, 광주고법 전주1형사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지난 6월 항소를 모두기각하고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불만을 품고 보석으로 석방된 틈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력을 무력화시키고자 담당 수사검사실에 방화를 기도한 죄질 및 결과가 매우 중한 점,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오로지 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은 불리한 양형인자"라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5년간 경찰공무원으로서 성실히 근무해 온 점,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징계 등을 받은 적이 전혀 없고 수차례 표창을 받은 점, 공용건조물방화가 미수에 그친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검찰수사에 앙심을 품고 전주지검 검사실에 불을 지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K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알리바이를 내세우고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라이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나, 이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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