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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반란, 노지채소밭 갈아엎은 4대강 사업 탓"

[지역언론 별곡 333] 의제 설정 뒤흔드는 배추파동, 언제까지?

등록|2010.10.03 17:35 수정|2010.10.04 14:13
'배추값 폭등 일상 흔들다.'
'배추값 폭등에 밭떼기 가격도 급등'
"배추 한포기 1만원, 4대강이 만든 결과"
'김치들의 반란'...배추김치에 이어 양배추-무도 '금값'

치솟는 배추값이 도시민과 농가의 일상뿐만 아니라 언론의제를 뒤흔들고 있다. 예년 같으면 김장철을 맞아 경제 또는 사회면의 시세동향 정도에 머물던 배추뉴스가 올해는 1면에서부터 정치면, 사회면도 모자라 기획, 르포와 사설까지 장식하고 있다. '배추가 금값'이라며 연일 배추행방을 좇느라 정신이 없다. 지면과 영상에서 묻어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검색 사이트 <카인즈>(KINDS)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9월 1일부터 10월 1일까지 31일 동안 <카인즈>에 입력, 게재된 전체 기사 중 검색어 '배추'로 입력된 뉴스는 모두 1645건.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32건에 비하면 3배가 넘는 수치다. 이 중 지역종합일간지가 504건으로 가장 많고, 경제일간지 462건, 전국종합일간지 331건, TV 뉴스 229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사유형과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산지동향과 가격시세, 소비자 반응을 다룬 스트레이트 기사와 해설, 기획특집기사가 연일 중요 의제를 선점하고 있다. 연일 가격이 치솟는 배추파동의 원인을 놓고 해석 또한 분분하다. 지면에 묻어나고 있는 배추상황을 지역별로 짚어본다.

[강원] "몸값 폭등 배추 훔치다 '덜미'...군부대 납품 어쩌나?"

▲ <강원도민일보> 2일자 배추관련 기사. ⓒ 강원도민일보


대도시와 군부대 납품을 많이 해 온 곳이다. 그러나 배추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무김치나 양배추김치 역시 '금값'이 되고 있다. 태풍의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고랭지 배추 출하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역언론들도 바빠졌다.

<강원도민일보>는 1일 ''배추값 폭등' 일상 흔들다'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금값처럼 뛰어 오른 배추가 식탁과 농가를 위협하고 있다"며 "힘들기는 배추농가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어 기사는 영월농협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상고온과 잦은 강우로 인한 바이러스로 배추 뿌리가 녹아내려 생산량이 잘해봐야 작년의 3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유통업체와의 계약금이 있지만 배추가 완전히 망가질 경우 계약 파기가 될 수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군부대에 계약납품을 하고 있는 지역 농협과 농업인들의 적자폭도 커지고 있다"는 기사는 "군납으로 계약된 배추가격과 현재시가의 가격 격차가 심해 올 연말까지 적자폭은 8억원이 넘어설 것"이라는 농협 관계자의 말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신문은 또 이날 '김치들의 반란...배추김치에 이어 양배추-무도 급값'이란 제목의 다른 기사에서 "배추김치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무김치나 양배추김치 역시 '금값'이 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배추김치 대용으로 먹고 있다는 양배추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2일 '몸값 폭등 배추 훔치다 덜미'란 제목의 기사도 시선을 끈다. "평창경찰서는 고랭지 배추 420포기를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이모(73·서울 영등포구)씨와 채모(65·경기 부천시)씨 등 3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는 기사는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달 30일 낮 12시17분쯤 평창군 용평면 어모(63)씨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주인이 없는 틈을 타 42만원 상당의 배추 420포기를 자루에 넣어 1t 화물차에 싣고 달아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신문은 지난달 29일 '김치값 천정부지...이제 '금'치도 아닌 '다이아'치'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제는 김치를 '금'치가 아니라 '다이아'치라고 불러야 할 판"이라며 "배추 값이 이렇게 비싸지면 직접 김치를 담가 먹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강원일보>도 지난 30일 '채소값 2배 올랐는데 농가소득은 기대 이하'란 제목의 기사에서 울상 짓는 농가의 표정을 중요 이슈로 다뤘다. 기사는 "삼척시 하장면 465농가 1,287㏊의 농경지에서 재배하는 배추의 경우 올해 4900여톤을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이상 기상으로 작황이 부진해 실제 생산량은 계획을 밑도는 반면 가격은 5톤 트럭 1대에 250만~3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0만~200만원에 비해 최대 2배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고 보도했다.

[대전충청] "배추 한포기 1만원, 4대강이 만든 결과"

▲ <대전일보> 2일자 배추관련 기사. ⓒ 대전일보


이 지역 신문들도 연일 배추값 고공행진에 따른 불안한 소식들을 무게 있게 싣고 있다. <대전일보>는 30일 ''배추대란'… 식탁서 김치 사라질 판'이란 제목의 1면 기사에서 "배추값 고공행진의 불똥이 식탁으로 옮겨 붙을 조짐"이라며 "배추 확보 어려움을 이유로 가정이나 기업 및 관공서 구내식당에 김치를 공급해 오던 일부 김치가공공장들이 배추김치 생산을 중단하는 등 이대로 배추값 파동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식탁에서 배추김치 맛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1일 '배추가격 폭등 학교급식 김치입찰 유찰 잇따라'란 제목의 기사에선 "대전시교육청과 김치 납품업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말 대전지역 250여 개 학교가 급식김치 입찰을 진행했으나 10여 개 학교에서 유찰됐다"며 "이는 납품업체들이 써내는 김치가격과 학교 측에서 생각하는 납품단가가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배추파동은 4대강이 만든 결과라는 기사도 나왔다. <중부매일>은 지난 30일 "배추 한포기 1만원, 4대강이 만든 결과" 란 제목의 기사에서 "채소값이 오른 것은 날씨의 영향만은 아니다"며 4대강을 원인을 이렇게 들었다.

"일반적으로 가을 채소는 노지(露地)에서 경작하는 채소가 많다. 또 대표적 노지채소 경작지는 역시 하천 부지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밀어 붙이며 4대강 주변의 하천경작지를 갈아엎었다. 여기에 이번 출하시기까지만 공사를 늦춰달라는 농민의 요청까지 묵살했다. 오로지 임기내 4대강 완수에만 매달렸다. 실제 4대강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낙동강 주변에 사는 분들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이런 와중에 <충북일보>는 30일자 '괴산절임배추 주문 폭주 군청 홈피 마비'란 제목의 기사에서 울고 웃는 또 다른 풍경을 스케치했다. "충북 괴산군의 대표 농산물인 괴산절임배추가 시세의 5분의 1 가격에 예약 접수하면서 괴산절임배추 사이트와 군청 홈페이지가 마비됐다"는 기사는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배추 가격이 1포기에 1만4000원선에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8~10포기 1상자의 괴산절임배추 가격은 13만원 가량(8~10포기)에 이르는 현 시세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대전일보>도 유사한 기사를 2일 내보냈다.

[광주전라] "밭떼기 가격도 급등...금배추야 잘 자라거라"

▲ <광주일보> 30일자 1면. ⓒ 광주일보

산지 배추를 찾아 나선 기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광주일보>는 1일 "금배추야 잘 자라거라"란 제목과 함께 나주시 남평읍 풍림리 풍광마을에서 박소복례(68)씨가 11월 출하를 앞둔 자신의 김장배추 밭에 물을 주고 있는 모습을 큼지막한 1면 사진으로 메시지를 대신했다.

이 신문은 또한 '배추값 폭등에 밭떼기 가격도 급등'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배추 소매가격이 포기당 1만4000원선까지 치솟으며 11월 김장철에 수확하는 가을 김장배추와 월동 배추의 밭떼기 거래가격도 급등하고 있다"면서 "현재 산지 밭떼기 거래가격은 333㎡(100평) 당 김장배추는 120만원, 월동배추는 100만원선으로 지난 2008년 30만∼40만원, 2009년 40만∼50만원에 비해 2∼3배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전북도민일보>는 배추값 폭등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습을 부각시켰다. '배추값 폭등 논란... "4대강 때문" vs "터무니 없다"'란 제목의 30일자 기사에서 "민주당 박병석 의원 등은 29일 채소값 급등에 대해 '날씨 탓도 있지만 4대강 사업에 따른 채소 재배 면적 급감이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며 "이같은 주장이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가면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는 기사도 함께 실었다. 얌체 중간상인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기사도 눈에 띈다. 지난 29일 <새전북신문>은 "800원짜리 배추가 8000원?"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주의 한 대형유통마트에서는 배추 1포기에 7980원이라는 가격표가 내걸렸다"며 "최초 산지가격과 최종 소비자 가격의 차이가 무려 '10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비단 배추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 파, 시금치, 상추 등 대부분의 채소류 가격이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기사는 "농산물이 농민의 손을 떠나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이처럼 많은 비용이 드는 원인은 바로 유통과정에 있다"고 얌체 상혼을 꼬집었다.

[대구경북] "배추가 금추...복지시설, 채소반찬 올리기 엄두나지 않아요"

▲ <영남일보> 1일자 사설. ⓒ 영남일보


이 지역도 배추가 '금추'됐다는 기사들이 자주 눈에 띈다. 지난 29일 <영남일보>는 '배추가 '금추', 1포기 9200원…추석 지난 뒤 되레 더 올라'란 제목의 1면 기사와 5면 관련 해설기사에서 "채소값의 고공행진은 올들어 이상저온과 태풍, 집중호우가 추석때까지 이어지면서 작황부진에 따른 공급부족이 주 원인"으로 꼽았다.

이 신문은 1일 사설에서도 배추파동을 걱정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배추 수급불균형, 빨리 대책세워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배추는 섬유질과 비타민을 공급하는 가장 서민적인 음식인 만큼 수급 및 가격 안정이 중요하다"며 "중간유통 상인이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의 농간을 부리지 못하도록 철저한 단속을 해야 하며 농협과 계약재배를 늘리는 등 안정적 공급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일 <경북매일신문>은 "채소반찬 올리기 엄두나지 않아요"란 제목의 기사에서 채소값 폭등에 이중고 겪는 복지시설을 조명했다. "최근 채소값이 폭등하면서 지역의 무료급식소 등 사회복지시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기사는 "평소 후원금이나 지자체 지원금이 부족해 가뜩이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채소값 폭등으로 소외계층들에게 꼭 필요한 채소와 과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경남] "당국, 고작 한다는 말이 한 달 정도 지나면 원상회복?...답답"

▲ <국제신문> 1일자 1면. ⓒ 국제신문

<국제신문>은 1일 '배추파동에 김치대란'이란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식당 반찬에서 배추김치가 사라지고 있다"며 "며칠 전부터 상당수 식당이 배추값 폭등으로 '금치'가 된 김치의 추가 제공을 거부하더니 30일부터 아예 '공고'를 하고 김치를 내놓지 않는 업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시장의 반응을 전했다.

신문은 이날 3면 '급식업체도 한계상황 … 학교 식단 배추김치 사라질 판'이란 제목의 기사에서도 "부산지역 급식 식자재 납품업체의 대표 단체인 부산학교급식연합회는 30일 부산시교육청을 방문해 '10월 계약이 이미 끝난 상태에서 채소가격이 급등해 업체로서는 너무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배추김치는 깍두기 열무김치 얼갈이김치 등으로 대체하고 엽채류 등 채소반찬은 나물류로 바꿀 수 있도록 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공문을 내려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김치공장으로부터 김치 완제품을 납품받아 공급하고 있는 고등학교 급식업체들은 종전 계약대로는 도무지 배추김치를 공급하기 힘들다는 게 골자다. <경남도민일보>는 1일 '폭등 채솟값 대책은 없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무사안일한 당국의 대책을 이렇게 꼬집었다.

"입이 딱 벌어져 시장 보기가 겁난 서민들은 당국이 면피성 발언이 아닌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기를 바라지만 그 욕구를 충족시킬만한 시원한 대답은 어디에도 찾을 길이 없다. 고작 한다는 말이 한 달 정도 지나면 원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추측성 해명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야 김장철을 앞둔 채소 민심을 다독거릴 수 없다. 원인규명이 바르고 정확해야지만 확실한 수급대책이 설 수 있고 그래야만 흉흉해진 민심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제주 ] "우리도 각오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주지역도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배추값 폭등을 막기 위한 중간 유통상인의 매점매석 행위 단속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제민일보>는 지난 29일 '배추 유통상인 매점매석 단속 강화키로'란 제목의 기사에서 관련 기사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비장함도 묻어났다. <제주일보> 29일 '배추 1포기에 1만5000원이라니'란 제목의 사설에서 읽힌다. 사설은 "제주시농협 하나로 클럽 배추 상품 1포기 값은 1만5000원으로 추석 전주보다 70% 이상 오른 값이다"며 "예년 같으면 추석 대목을 고비로 채소가격 상승세가 안정세로 돌아섰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기현상"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사설은 "문제는 근본적으로 공급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웬만한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다는 점이다"며 "각오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또한 사설은 "다음 달 중순이후 평야지대 배추가 나오면 다소 안정을 보일 것이라는 식의 안일한 자세는 사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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