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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어떤 직업을 가질까"

직업 고민하는 중학교 1학년 딸아이를 지켜보며

등록|2010.10.06 14:30 수정|2010.10.06 14:30
드디어 딸의 고민 하나가 해결된 모양이다. 지난 1월에 캐나다에 온 딸아이는 초등학교 7학년에 전학을 했다. 현재는 세컨더리스쿨 8학년(우리나라의 중학교 1학년). 아이가 이곳에 왔을 때는 7학년 세 학기 가운데 거의 두 학기가 끝난 상태였고, 온전히 다닌 것은 세 번째 학기뿐이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적어오라는 숙제를 내줬다. 그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이며, 갖고자 하는 직업을 설명하고, 갖고자 하는 이유, 직업을 통하여 자신과 사회에게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를 A4 한 페이지 분량으로 적어서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숙제를 받아든 딸아이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당시 아이는 최근 자주 인터넷에 소개되었던 그러나 생소한 직업을 적어냈다. 내용을 채우기 위해서 인터넷을 뒤지고, 엄마인 나에게 물어보고 나름 정리를 해서 제출한 것이다. 그 일이 있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직업은 생각보다 수요가 없는 것 같더라. 인터넷을 조사해보니 미국에서조차도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이 400명을 넘지 않는다고 하더라"는 내 말을 듣고, "엄마, 그럼 나는 어떤 직업을 갖지?"라고 다시 되물었다.

나야 판에 박힌 답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나쁘지 않고, 그러나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면 돼"라고. 당시 아이에게 직업 선택의 기준이 뭐냐고 했더니 "훗날 퇴직해서 연금을 많이 받는 것"이라는 말에 대답하는 딸이나 묻는 나나 서로 크게 웃었었다.

이후 종종 아이는 나에게 본인이 어떠한 직업을 가졌으면 좋은지 물었고, 나는 아직 시간이 많이 있으니까 시간을 두고, 책을 읽으면서, 어른들과 이야기도 해보는 등 보다 고민하고 정하라는 대답만 반복했었다. 그렇게 한 3~4개월이 흐른 것 같더니 드디어 자신의 직업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결정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문학을 해야겠다고 하였다. 편안한 자세로 책읽는 것, 그냥 대책없이 쓰는 것이 주특기인 딸은 며칠 전 국문학을 전공한 분과 산길을 걸으면서 장시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당시 나는 "그래, 다른 어른들로부터 세상이야기도 듣고 해라. 내가 하면 잔소리만 되니까" 하면서 뒤만 따라갔었다.

아마도 그분과의 대화가 문학을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아이에게 나름 자신감을 심어준 모양이었다. 자신의 장래 직업에 대한 생각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지만, 내 눈에는 어리게만 보이는 딸이 그런 고민을 시작했고 나름 목표를 설정했다는 사실에 엄마인 나는 뿌듯하다.

캐나다에 딸아이를 데리고 와서 잘 했다고 느낀 것은 딸아이의 영어실력이 늘어서만은 아니다. 이곳에 와서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인생을 설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이다. 너무 섣부른 판단이겠으나 만약 아이가 한국에서 있었다면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아이는 공부에 치여서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달리느라 정작 자신의 문제를 고민할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경제 교육을 시작한다. 아이 3명 정도를 한 그룹으로 만들고 그들에게 한 달에 2500불의 수입이 있다고 가정하고 저축을 포함해 세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계획을 작성해오라는 프로젝트이다.

그 숙제를 할 때면 아이들은 자동차를 운영하는데 얼마가 드는지, 연료비는 얼마가 드는지, 식비는 얼마가 들고, 교육비는 얼마가 드는지에 대해서 세부적인 것까지 부모에게 물어본다고 한다. 프로젝트를 완성할 즈음 그들의 경제관념이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종종 생각한다. 살아있는 교육이라는 것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우리가 추구해야할 교육이 정말 이런 모습이여야 하지 않을까? 하고.
덧붙이는 글 옳고 그름보다는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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