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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잔고 2100원으로 여자 셋이 뭘 하느냐고요?

[인터뷰] 대한민국 알리는 <락킹 매거진>의 편집자들을 만나다

등록|2010.10.08 16:58 수정|2010.10.08 18:53

▲ 락킹을 창간한 3인방, 왼쪽부터 변사라(24), 최정윤(25), 박상아(26)씨. ⓒ 곽진성



서울 낙성대 역 부근에 위치한 7평 남짓한 월세방. 이 작은 공간에 특별한 꿈을 가진 여성 3인방, 박상아(26), 최정윤(25), 변사라(24)씨가 산다. 잘 나가던 '스타일리스트, 방송작가, 워싱턴대학교 졸업생'이었던 이들, 하지만 그런 3인방에게 다가온 '운명적인 꿈'은 그녀들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덕분에 '차가운 도시 여자'라 불리던 3인방의 삶은 통장잔고가 2100원 남은 궁핍함으로 변했다. 정장이 잘 어울리던 그녀들이 운동복을 입고, 화려한 풀 메이크업 대신 퀭한 눈으로 하루를 지새운다. 그런데, 그런 어려움에도 3인방이 밝게 웃는다. 왜일까?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꿈, '쿨한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목표를 한발 한발 진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꿈은 2010년 여름, 창간한 무료잡지 <락킹(roking)매거진>(www.roking-korea.com)을 통해 현실이 됐다.

신선한 한국의 현재를 보여준다는 의미를 지닌 <락킹>은 그 이름만큼 화제다. 창간호가 미국의 유수 대학에 배포되는 것은 물론, 다음호부터 마이크로소프트, 미 항공우주국(NASA) 카페테리아에 비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된 작업에 몸은 힘들지만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어 행복한 그녀들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진짜 알리미였다. 뜨거운 열정으로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락킹 3인방. 이 특별한 여성들을 10월의 첫날, 만나 보았다. 

내가 아는 대한민국은 쿨하고 멋지다

▲ <락킹>을 창간한 변사라씨 ⓒ 곽진성


<락킹>이 만들어지는 낙성대 월세방을 찾았다. 숙소 겸 작업실인 공간에는 해외로 배송될 잡지들이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5천부가 발행된 창간호 잡지 가운데 2500부는 국내에, 2500부는 미국 등지의 해외로 발송된다. 잡지를 해외에 원활히 배송하기 위해, 박상아(26), 최정윤(25), 변사라(24) 3인방은 온종일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3인방 중, 막내인 변사라씨는 처음 잡지 창간을 계획했던 인물. 그녀가 이런 꿈을 갖게 된 데는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무지가 큰 역할을 했다. 16살 때 혼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변씨는 외국인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오해를 실감했단다.

"미국 유학 시절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우리나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있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한국은 쿨하고 멋있는데 외국인들은 잘 몰랐죠. 우리나라를 북한과 헷갈려하는 사람도 많았고, 가난한 국가라는 편견도 있었어요. 그런 한국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변씨는 워싱턴 대학 졸업 직후, 특별한 캠페인을 벌였다. <락킹> 동업자인 박상아씨를 만난 것도 바로 이때다. 변씨의 '한국을 알리자'는 꿈에 반한 박씨는 한국의 스타일리스트 일도 접고 미국으로 향했다. 그녀들은 한인 사업가의 후원을 받아 '독도 팔찌 10만개'를 만들어 나눠주는 캠페인을 미국 한복판에서 펼쳤다.

미국땅에서 종횡무진 펼쳐진 '독도자선팔찌나누기' 캠페인은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뒀다. 'DOKDO IS KOREAN TERRITORY'(독도는 한국 땅입니다) 문구가 새겨진 자선 팔찌는 외국인들에게 인기 만점이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자선 팔찌를 좋아한다는 것에 착안해, 대한민국의 독도를 알린 것이 주효한 것이다. 이런 독도 자선 팔찌나누기 캠페인의 성공 속에 변씨는 또 하나의 꿈을 꿨다. 역사문제와는 또 다른, 현재의 대한민국을 알리는 잡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 <락킹>의 편집을 맡고있는 박상아씨 ⓒ 곽진성



처음에는 변씨만의 꿈이었다. 하지만 패션브랜드 홍보와 브랜드회사에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던 박상아씨가 함께하고, 이후 방송국 번역 방송작가였던 최정윤씨도 합류했다. 이렇게 여자 셋이 같은 꿈을 꾸자, 꿈은 현실이 됐다.

그녀들은 가진 전 재산을 탈탈 털어 세계에 알릴 대한민국의 모습을 <락킹>에 담기 시작했다. 이 무모한 일을 시작한 동기에 대해, 그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외국에 나가 있으면 나라에 대한 애틋함이 커져요. 우리나라가 얼마나 편하고 멋있어 보이고 좋은지 알게 돼요. 자연스럽게 애국심도 생기죠. 그래서 배운 것을 나라를 위해 활용할 수 있을 때 행복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쓰임 받는 일을 나라를 위해 쓰는 것만큼 값진 일이 있을까요? 부모님들도 저희의 이런 뜻을 이해하고 나라를 위해 애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을 해주셨죠."

통장잔고 '2100원'...그녀들이 그래도 웃는 이유

▲ 열정 가득한 3인방, 대한민국을 알리다 ⓒ 곽진성


세 사람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잡지 창간 업무를 나눴다. 편집은 맏언니 박씨가, 인터뷰와 번역은 최씨가, 기획 및 경영은 락킹을 처음 계획한 변씨가 맡았다. 100쪽이나 되는 창간호를 구성하기 위해 이들은 일당백이 되어, 분주하게 움직였다.


"락킹이 추구하는 것은 현재의 한국, 그 멋진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거예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커피 문화를 외국에서 받아들이긴 했지만, 더 아름답고 멋진 카페를 만들 만큼 발전된 나라라는 거죠."

"우리나라에 안 와 본 사람들은 몰라요. 자료로만 한국을 보려고 하니까요. 그런 한계를 벗어나서, <락킹>을 통해 멋있는 대한민국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것이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 높이는 일이라 생각해요" 

세 사람의 힘만으로 잡지를 완성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고비를 넘긴 것은 좋은 취지에 공감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변씨가 말한다. 

"한국을 세계에 알리자는 취지에 공감해 많은 친구들이 도움을 줬어요.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려 원고를 보내준 친구, 재무제표를 만들어 준 친구, 그리고 신문사 기자로 일하는 한 외국인 친구는 영문 기사를 봐줬죠. 그렇게 완성된 잡지는 세계 각지의 한인 친구들이 배포를 도와주고 있어요. 저희 셋만으로 해내지 못할 일을, 같은 꿈을 꾸는 많은 분들이 함께 해서 이뤄내고 있어요."

경제적 어려움도 있었다. 잡지 창간호 발행까지 4천여 만 원 가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젊은 여자 셋이, 이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변씨는 모아둔 전 재산을, 그리고 박씨와 최씨는 투잡을 뛰며 생활비를 보탰지만 넉넉지 못했다. 덕분에 미래 유망하던 '도시 여자'들의 삶은 궁핍함으로 변했다. 편한 운동복 복장과 야근으로 인해 퀭한 눈으로 돌아다니는 바람에 '건어물女'라는 오해도 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힘드냐고요? 물론 힘들었죠.(웃음) 하지만 후회한 적은 없어요. 한국을 알리겠다는 우리들의 꿈을 이루고 있는 과정이니까요. 특히 창간 당시엔 수입이 없어서 많이 힘들긴 했지만, 끈기를 가지면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 외국인들에게 <락킹>은 대한민국의 긍정적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 곽진성


그녀들의 열정에 대한민국이 반한 것일까?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SK그룹이 주최한 사회적 기업 콘테스트에 선발돼 천 만원의 지원금을 받은 것이다. 2010년 여름, <락킹>의 창간호 5천부가 배포된 후, 그녀들의 활약상은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 '아리랑TV' '디시인사이드 힛겔', '네이트온 톡'에 올라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덕분에 각지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들이 쇄도했다. 

그녀들의 '업무용 통장 잔고'가 2100원 남았을 만큼, 극적으로 완성된 창간호는 지금 외국인이 많이 찾는 이태원 카페는 물론 미국 유수 대학의 카페테리아에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유학생 학생회와 한인 2세 모임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 배포된 '메이드 인 대한민국 잡지' <락킹>은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들의 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창간호가 배포된 미국만이 아니라, 2호부터 중국, 일본,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 <락킹>을 전할 생각이다. 또 <락킹>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 그녀들의 열정이 담긴 <락킹>은 외국인들에 '그레이트, 코리아'를 연발케 만든다. ⓒ 곽진성

이밖에 세계적 기업, 나사(NASA), 마이크로소프트 카페테리아에도 비치될 예정이다. <락킹>의 트위터를 본 미 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연락이 온 것.   

힘을 내어 다시, 10월 23일 발행될 2호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그녀들, '2100원 남은 통장잔고로 뭘 하겠느냐?'는 필자의 걱정에 그녀들은 밝게 웃는다. 든든한 지원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배포를 도와주겠다는 세계 각지의 한인, 자기의 재능이 도움 될 데 없느냐고 묻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있기에 그녀들은 희망을 말한다.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한민족의 힘을 믿는 것이 바로 <락킹>의 자신감이다. 

"<락킹>을 정말 열심히 만들면, 더 많은 분들이 아실 거예요. 그러다보면 대한민국을 알리는 훌륭한 잡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런 활동과 노력으로 외국인에게 한국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는 긍정의 이미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세계 속 한인들이 '한국은 이런 곳이다'라고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빛나는 꿈을 위해 그녀들은 오늘도 힘차게 달린다. 가슴에 안은 '대한민국 알리미' <락킹>과 함께 말이다.

▲ <락킹>을 창간한 3인방, 왼쪽부터 최정윤(25), 박상아(26), 변사라(24)씨.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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