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한글날 행사에 학생 동원 '물의'
학교쉬는 날, 봉사활동 점수 미끼로 학생 491명 행사장 참석시켜
▲ 충남교육청이 각 학교에 보낸 한글날 차량지원 계획 공문. ⓒ 전교조충남지부
충남교육청(교육감 김종성)이 한글날 행사를 위해 봉사활동 점수를 주는 혜택을 내세워 학생들을 동원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청은 학교 수업이 없는 토요일임을 감안해 행사장과 가까운 공주와 청양 등의 지역 학교에 공문을 보내 행사참여자를 모집했고, 그 혜택으로 봉사활동 3시간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이렇게 모집된 학생들은 모두 491명. 이들은 행사도우미라는 이름으로 행사에 참여하며 이들의 수송을 위해 버스 두 대가 투입되어 공주지역 6개 학교에서 시간별로 출발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학교수업이 없는 날에 학생들을 행사에 참여토록한 뒤, 봉사활동 점수를 주는 것은 교육청이 해서는 안 될 비교육적인 일이라는 지적이다.
'봉사활동'의 의미를 올바로 가르쳐야할 교육청이 나서서, 대충 45분간의 행사에 참여해 도지사와 도교육감 기념사를 들으면 점수를 주는 방식은 오히려 '봉사활동'의 참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다.
"봉사활동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전교조충남지부는 8일 논평을 통해 "충남교육청이 방청석을 채우기 위해 무리한 학생동원을 하고 있어 말썽을 빚고 있다"며 "참여 학생들에게 봉사활동 시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억지로 동원하는 것은 비교육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충남지부는 이어 "전체 행사 시간은 45분 정도인데, 참여 학생들에게 3시간의 봉사시간을 부여하는데, 과도한 봉사시간을 부여하는 것도 비교육적인 일"이라며 "교육청은 오가는 시간까지 포함하였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대체 어느 기관에서 오가는 시간을 포함하여 봉사활동 시간을 부여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충남지부는 또 "봉사활동이 내신성적으로 반영되면서 최근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진정한 '봉사'가 아닌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봉사활동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으며 입시 중압감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그저 간편하게 점수만 따려고 하고 있다"면서 "그러한 상황을 이용해 공공기관이 나서서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키며 무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충남지부는 "연간 20시간을 채우기 위해 허덕이는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교육청이 봉사활동 본래의 의미를 되찾기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한 채, 교육청 스스로 봉사활동의 교육적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위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 하는 학생들의 절박한 입장과 방청객 숫자를 채워야 하는 교육청의 얄팍한 관료주의가 만나서 '한글날 행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충남지부는 끝으로 "한글날은 그 어느 날보다 뜻 깊은 날이므로, 이러한 억지춘향으로 학생을 동원해 치르는 행사가 아닌, 진정한 의미를 살릴 수 있는 행사로 기획할 수는 없는 것이냐"며 "교육청 스스로가 힘들다면 시민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올바른 의미의 행사가 치러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도우미 등 봉사활동 하니, 점수 주는 것 문제 없다"
이러한 비난에 대해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희망동의서를 받았기에 '강제동원'이 아니"라며 "특히 행사 참여 학생들은 주차 안내도우미와 식장 정리, 주변 환경정화 등의 봉사활동을 하게 되어 봉사활동점수를 주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번 행사에 참여함으로 학생들은 한글사랑, 나라사랑의 교훈과 함께 봉사의 의미도 다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 교육적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본다"며 "다만, 봉사활동의 참된 의미가 퇴색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따라 내년에는 좀 더 의미 있는 행사가 되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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