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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괜찮네, 당분간 김치 대신 이걸로

우리집 식탁에 오른 '근대 김치·고구마순 김치'

등록|2010.10.12 09:04 수정|2010.10.12 10:29

무말랭이 무침, 고구마순김치, 근대김치.. ⓒ 정현순


며칠 전 엘리베이터안에서 위층에 사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장을 봤는지 양손에 짐을 잔뜩 들고있었다.

"장을 많이 보셨네요."
"마트에 가도 살 것이 있어야지. 양배추 1/4쪽이 4150원이라 안 사고 감자가 조금 싸기에 그거하고 양파 사고..."
"네? 1/2쪽이 아니고 1/4쪽에요?"
"그러게 1/4쪽이 그러니 한통에는 16000원이 넘는다는 얘기지. 그래서 안 사왔어요."

위층 아주머니와의 대화 내용이다. 참, 기가 막혀서···. 한통에 500원~1000원하던 양배추가 16000원이라니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날이 채소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새로운 가격을 갱신하고 있어 시장이나 마트가기가 정말 겁날 정도이다. 하여 며칠 동안 찬거리를 안 사왔더니 찍어 먹을 것이 바닥이 날 지경이 됐다. 주말도 돌아오고 먹을 것도 마땅치 않아 시장에 갔다.

고구마순과 근대.. ⓒ 정현순


배추가 비싸 무를 많이 산다고 하더니 가히 하늘을 치르는 가격이었다. 무 한 개에 6150원(최상품)이다. 하도 비싸 만져나 보고 가자 싶었다. 깍두기나 담그려는 마음도 없어졌다. 시장을 한바퀴 돌다가 근대와 고구마순을 샀다. 언젠가 TV방송에서 근대도 김치를 담가먹으면 별미란 소리를 들은 기억이났다. 고구마순 김치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바. 고구마순 2500원, 근대 한단 1800원을 주었다.

소금에 절인 근대.. ⓒ 정현순


손질한 양념과 고구마순, 근대.. ⓒ 정현순


찹쌀풀에 고추가루, 마늘, 파, 양파, 젓갈, 소금, 설탕.. ⓒ 정현순


1. 고구마순의 껍질을 벗겨준다(부드럽게 먹기위해서). 끓은 물에 소금을 넣고 껍질 벗긴 고구마 순을 넣고 한번 뒤집어준 뒤 아주 금세 건져냈다. 건져내기 바쁘게 찬물에 헹군다. 데치지 않고 생으로 해도 되지만 처음해 보는 고구마순 김치라 익숙한 방법을 택했다.


2. 근대는 다듬어서 소금에 절여준다. 살짝 절인 근대를 살살 씻어 건져낸다.

3. 찹쌀풀이나 밀가루 풀 혹은 밥으로 풀을 쑤어 식힌다. 거기에 고춧가루 젓갈, 파, 마늘, 양파, 소금, 입맛에 따라 설탕을 넣는다. 설탕을 넣는다 해도 양파가 들어가니깐 아주 조금만 넣는 것이 좋을 듯하다. 생강은 너무 강한 맛이 나 넣지 않았다. 하지만 입맛에 따라 넣을 수도 있다. 양념을 모두 넣고 골고루 섞어준다.

4. 고구만순 김치, 근대 김치를 똑같은 양념에 버무려 주어도 무방하니 조금 넉넉히 양념을 준비한다. 양념을 물기가 빠진 근대에 묻혀(아주 살살, 자칫하면 풋내가 날수있으니)준다. 그 다음 다른 그릇에서 고구마순도 양념과 함께 버무려준다.

5. 그릇에 담아 식탁 위에 내놓는다.

요즘은 말린 채소(무말랭이, 말린버섯,말린 나물 등)의  가격이 날채소에 비해서 저렴하다. 말린 채소  한두가지를 식탁에 내놓는다면 김치가 없어도 그냥 넘어 갈 수도 있다.  하여 난 무말랭이를 즐겨서 무쳐낸다. 이번에도 먹다 남은 부추를 넣고 무말랭이를 무쳤다.

고구마순김치.. ⓒ 정현순


근대김치.. ⓒ 정현순





지난주 저녁상을 차리면서 일부러 김치를 올려놓지 않았다. 식구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고구마순김치, 근대김치, 무말랭이, 근대된장국과 멸치볶음, 생선조림을 올려 놓았다. 금세 지은밥에.

남편과 아들은 김치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밥을 먹는것 같았다. 난 "밥상에 뭐 빠진거 있나 찾아봐"하였다. 남편은 "배추김치가 없는데 그런대로 괜찮은데. 그런데 이건 고구마 순이고 저건 뭐지?"라고 묻는다.

"그건 된장국끓인 거 하고 이건 근대김치"
"근대로 김치도 담가 먹어?"
"그러게 TV에 나왔기에 해봤는데 어때?"

"어 이거 괜찮아요 .우리집 대표음식으로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아들도 한 몫 거둔다.

"그렇지? 따끈한 밥에 먹으니 배추김치 못지않지?"

따끈한 밥에 근대김치.. ⓒ 정현순


고구마순김치.. ⓒ 정현순



부추넣고 무친 무말랭이.. ⓒ 정현순


나도 반신반의 하면서 색다른 김치를 했는데 나름대로 성공한 것 같다. 우리밥상의 대표적인 반찬 배추김치와 깍두기는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급한대로 이런 이색김치가 색다른 입맛을 제공할 수 있다니, 좋은 경험이었다. 10월 초 채소가격 그중에서도 배추, 무의 가격은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우리의 속담이 있듯이. 지금 너무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색다른 김치를 식탁에 올리며 기다려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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