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나는 지금 예쁜 여학생 욕하는 게 아니다

사진관에서 만난 여중생과 그의 엄마

등록|2010.10.11 16:19 수정|2010.10.11 16:19

▲ ⓒ 조상연


사진관을 17년 동안 운영하면서 젊은 부모들에게서 느낀 점을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어 본다. 요즈음 젊은 엄마들은 가치기준을 어디에 두고 사는지 궁금할 적이 많다. 멀쩡하게 차려입고 와서 사진 값을 안 가져왔으니 자식들 보는 앞에서 내일 가져다주마고 해놓고 마는 것은 그나마 애교요, 계획적으로 사진값을 치르지 않으려는 모습도 눈에 보이니 하는 말이다. 도대체가 자식들은 뭘 보고 배우라는 것인지 기가 찰 뿐이다.

젊은 엄마가 중학생 딸내미 증명사진 찍는데 쫓아와서 잔소리를 한다. 의자에 앉혀 놓으니 중학교 2학년짜리가 치마가 얼마나 짧은지 팬티가 다 보인다. 촬영이 끝나니 얼굴 좀 뽀얗게 해달란다. 중학교 일학년이면 그러잖아도 얼굴에 솜털이 뽀송뽀송하건만 뭘 더 어떻게 해달라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더니 통통한 얼굴을 여우새끼마냥 홀쭉하게 만들어달란다.

사진이 출력이 되는 10분 동안 무료해서 뻔한 질문을 한다.

"공부는 잘 하니?"
"아니요."
"책은 좋아하니?"
"아니요."
"……?"

나의 물음에 시큰둥한지 엄마와 떠들기 시작이다.

"엄마, 나 눈 수술 잘 못된 것 같아."
"잘 됐어, 너한테 들인 돈이 얼마인데 지랄이야!"
"엄마 나 코 수술은 언제 해 줄 거야?"
"조금만 기다려 얼굴에 점부터 빼고."

예(禮)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과연 예(禮)라는 게 무엇일까? 글쎄? 우선은 질서가 유지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예가 아닐까 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다운 게 예일 것이며 자식은 자식다운 게 예일 것이다. 선생은 선생다운 게 예일 것이며 학생은 학생다운 게 또한 예가 아니겠는가?

누구 말마따나 양심도 죽었고 예절도 죽었다. 전통도 죽었고 기품도 죽었다. 그뿐인가? 낭만도 죽었고 예술도 죽었다. 선생이 선생이기를 포기하고 학생이 학생다움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명동에 나가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가는 학생도 많이 보인다.

남자가 남자답지를 못하고 여자가 여자다움을 잃어버린 것이다. 다 좋은데 제일 큰 문제는 부모가 부모이기를 포기했다. 오히려 부모가 돈이면 최고라는 시대적 가치관 오류에 편승해서 자식을 부추기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 우리의 기성세대들이 우리를 보며 항상 세상 말세를 외쳐왔듯이 내가 말세라는 세대들에 의해서 세상은 또 발전되어 가겠거니 밑도 끝도 없는 기대를 해본다. 나는 지금 예쁜 여학생들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의 부모를 욕하고 있는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