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와 기차가 있는 간이역 풍경
[사진] 하동 북천역에서 만난 가을
경남 진주 인근에는 사진가들에게 인기 있는 간이역이 있습니다. 바로 함안의 원북역과 하동 북천역이 그것입니다. 원북역은 S라인 철길로 유명합니다. 매년 봄이면 벚꽃 만발한 S라인으로 스멀스멀 사라지는 기차의 풍경이 압권이지요. 북천역은 가을에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바로 코스모스 메밀 축제 때문이지요. 만발한 코스모스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기차의 풍경은 가을에 흠뻑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답니다.
원북역과 북천역 모두 경전선로에 있습니다. 경전선은 경상도의 삼랑진과 전라도의 광주 송정을 잇는 총길이 300여km의 철길입니다. 지역감정이 최고조로 달할 때에도 경전선은 묵직한 굉음을 울리며 경상도와 전라도를 소통했었습니다.
북천역을 찾았습니다. 하동하면 섬진강을 먼저 떠올리지만 이곳은 오히려 내륙에 가깝습니다. 작은 간이역이라고만 여길 수 있는 북천역에는 역장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역장을 포함해 3명이 교대근무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광객들이 모이는 축제기간에는 진주역과 하동군의 지원을 받아 5명이 근무한다고 합니다.
이 한적한 간이역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코스모스 메일 축제' 덕분입니다. 하동군이 2007년부터 북천역 일대 직전리 31㏊에 대규모 코스모스·메밀꽃밭을 조성하면서부터입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축제는 역의 이름까지 '코스모스역'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역의 외벽에는 단출하지만 울긋불긋한 코스모스 장식이 그려져 있고 역사 안에는 각종 사진과 시들이 걸려 있습니다.
푸른빛 기차가 돌아보지 않고
스쳐 지나간 후
낡은 기차가 잠시 멈춘다
고개숙인 코스모스도 설핏 흔들린다.
....
- 노현숙의 <간이역에서> 중
여행자가 찾은 이날도 관광객들로 북새통이었습니다.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코스모스 축제는 원래 3일에 끝날 예정이었으나 개화 시기가 늦어 10일까지 연장을 했습니다. 여행자에게는 다행이었습니다.
북천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평소 20여 명에 지나지 않지만 축제기간 이곳을 찾는 이들은 수천 명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역사를 지나 승강장에 서보면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선로를 따라 가없이 펼쳐진 코스모스 물결을 보면 누구나 감탄사를 연발하게 됩니다. 철로를 걷는 아이들도 들떠 있습니다. 이곳 간이역에서는 유난히 가을 연인들이 많이 보입니다. 코스모스 사이를 다정히 걷는 연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3시. 기차가 10분 정도 연착한다고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저마다 선로에서 승강장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잠시 후 깊은 경적을 울리며 기차가 코스모스 사이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여행자도 멀찍이 서서 셔터를 눌렀습니다. 기차와 코스모스가 빚어내는 가을 간이역의 풍경은 눈부십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옛 풍경이 눈앞에 아련합니다.
기차가 잠시 간이역에 머물자 사람들은 서둘러 기차에 오릅니다. 기관사는 코스모스에 푹 빠져 긴 침묵을 지켰습니다. 오랜 세월의 무게가 기차에 켜켜이 쌓여 있었습니다.
기차가 떠나자 사람들은 텅 빈 선로에 넌지시 발을 내려놓습니다. 잠시 망각한 추억에 다시 젖어들고 싶은 것이겠지요. 철로를 따라 거니는 한 쌍의 연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여행자도 길을 떠났습니다.
☞ 여행팁 북천 코스모스 메밀 축제는 매년 9월 하순에서 10월 초까지 개최된다. 역 인근에는 소설<지리산>의 저자인 소설가 이병주 선생의 이병주문학관이 있다. 북천역에서 가까운 곳에 지리산 청학동과 삼성궁, 사천 다솔사 등이 있다. 섬진강과 평사리 등 하동 일대의 여행지나 진주 유등축제(북천역에서 30분 거리)와 연계해서 여행하면 좋다.
▲ 간이역 그늘에서 잠시 쉬고 있는 여행객들 ⓒ 김종길
원북역과 북천역 모두 경전선로에 있습니다. 경전선은 경상도의 삼랑진과 전라도의 광주 송정을 잇는 총길이 300여km의 철길입니다. 지역감정이 최고조로 달할 때에도 경전선은 묵직한 굉음을 울리며 경상도와 전라도를 소통했었습니다.
북천역을 찾았습니다. 하동하면 섬진강을 먼저 떠올리지만 이곳은 오히려 내륙에 가깝습니다. 작은 간이역이라고만 여길 수 있는 북천역에는 역장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역장을 포함해 3명이 교대근무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광객들이 모이는 축제기간에는 진주역과 하동군의 지원을 받아 5명이 근무한다고 합니다.
▲ 하늘과 구름 혹은 코스모스.... 그리고 연인 ⓒ 김종길
이 한적한 간이역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코스모스 메일 축제' 덕분입니다. 하동군이 2007년부터 북천역 일대 직전리 31㏊에 대규모 코스모스·메밀꽃밭을 조성하면서부터입니다.
▲ 사람이 꽃이 되는 코스모스길 ⓒ 김종길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축제는 역의 이름까지 '코스모스역'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역의 외벽에는 단출하지만 울긋불긋한 코스모스 장식이 그려져 있고 역사 안에는 각종 사진과 시들이 걸려 있습니다.
푸른빛 기차가 돌아보지 않고
스쳐 지나간 후
낡은 기차가 잠시 멈춘다
고개숙인 코스모스도 설핏 흔들린다.
....
- 노현숙의 <간이역에서> 중
▲ 연인들의 다정함에 코스모스도 설핏 흔들린다. ⓒ 김종길
여행자가 찾은 이날도 관광객들로 북새통이었습니다.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코스모스 축제는 원래 3일에 끝날 예정이었으나 개화 시기가 늦어 10일까지 연장을 했습니다. 여행자에게는 다행이었습니다.
▲ 기차의 경적소리가 울리자 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린다. ⓒ 김종길
북천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평소 20여 명에 지나지 않지만 축제기간 이곳을 찾는 이들은 수천 명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역사를 지나 승강장에 서보면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선로를 따라 가없이 펼쳐진 코스모스 물결을 보면 누구나 감탄사를 연발하게 됩니다. 철로를 걷는 아이들도 들떠 있습니다. 이곳 간이역에서는 유난히 가을 연인들이 많이 보입니다. 코스모스 사이를 다정히 걷는 연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 기차가 간이역으로 천천히 들어오다. ⓒ 김종길
3시. 기차가 10분 정도 연착한다고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저마다 선로에서 승강장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잠시 후 깊은 경적을 울리며 기차가 코스모스 사이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 기차가 잠시 간이역에 머물다. ⓒ 김종길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여행자도 멀찍이 서서 셔터를 눌렀습니다. 기차와 코스모스가 빚어내는 가을 간이역의 풍경은 눈부십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옛 풍경이 눈앞에 아련합니다.
▲ 기차가 코스모스를 떠나다 ⓒ 김종길
기차가 잠시 간이역에 머물자 사람들은 서둘러 기차에 오릅니다. 기관사는 코스모스에 푹 빠져 긴 침묵을 지켰습니다. 오랜 세월의 무게가 기차에 켜켜이 쌓여 있었습니다.
▲ 코스모스가 있는 간이역은 가을연인들이 유독 많다. ⓒ 김종길
기차가 떠나자 사람들은 텅 빈 선로에 넌지시 발을 내려놓습니다. 잠시 망각한 추억에 다시 젖어들고 싶은 것이겠지요. 철로를 따라 거니는 한 쌍의 연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여행자도 길을 떠났습니다.
▲ 기차가 운행하지 않는 시간대에 철길을 걸을 수 있다. ⓒ 김종길
☞ 여행팁 북천 코스모스 메밀 축제는 매년 9월 하순에서 10월 초까지 개최된다. 역 인근에는 소설<지리산>의 저자인 소설가 이병주 선생의 이병주문학관이 있다. 북천역에서 가까운 곳에 지리산 청학동과 삼성궁, 사천 다솔사 등이 있다. 섬진강과 평사리 등 하동 일대의 여행지나 진주 유등축제(북천역에서 30분 거리)와 연계해서 여행하면 좋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 '김천령의 바람흔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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