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에서 시작 된 평창동 사랑!
모래 위에 새긴 사랑보다는 그래도 낫다
▲ 사랑. ⓒ 조상연
요즈음 새삼 느끼는 게 있다.
사람의 정이라는 것도, 냄비에 고등어 졸이듯 확 달아올라서 짜글짜글하는 사랑보다는 일주일에 한번을 보아도 말없이 주고받는 눈길에서 은근하게 데워지는 정이야 말로 나일론 끈보다 질긴 정이 아니겠나 싶다.
새벽에 사진관에 나와 놀다가 타고난 역마살 다스릴 방법이 없어 로시난테를 다독이며 팔당으로 한 바퀴 돌고 왔는데 별놈의 사랑도 있다 싶어서 사진을 찍어봤다. 그냥 조그맣게 쓰는 것이야 귀엽기도 하고 재미로도 봐 주겠는데 내 모습과 글씨를 비교해보면 알겠지만 엄청나게 크게 써 놓았다.
▲ 평창동 사랑. ⓒ 조상연
박선민을 사랑하는 사람이 뉘인지는 모르겠으나 쓸데없이 남의 사랑놀이에 심통을 부리며 팔뚝질 해대는 나도 우스운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암튼 보기 안 좋아 나도 모르게 팔뚝질을 해대고 말았는데 사랑은 이따위 큼직한 바람벽 글로 전해지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모래 위에 제 아무리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써보고 사랑이라 써본들 마주서서 손잡고 누런 이 내보이며 씨익 웃어주는 것만 하랴? 파도 한 번 밀려오니 모래 위에 쓴 사랑은 흔적마저 없어지더라는 게 내 경험이다. 사랑도 옛날 고향에서 아랫목에 담요 덮어 이삼일 발효시켜 쪄먹던 찐빵처럼 그렇게 여유롭게 했으면 참 좋겠다. 그러나 디지털에 익숙한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권하기에는 아무래도 조금은 무리지 싶다.
그래도 나는 젊은이들에게 E-Mail 말고 만년필에 침 묻혀서 편지도 써가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랑해보기를 꼭 권하고 싶다. 오븐에 급하게 구워낸 빵보다 아랫목에 하루저녁 동안 발효시켜 쪄낸 빵이 맛있다는 것을 분명이 느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 십년만, 아니 삼년만 젊었어도 멋진 로맨스 하나 만들어 볼 터인데. 쩝!"
▲ 사랑해. ⓒ 조상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