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예산 최소 5조원 부풀려졌다"
경실련·강기갑 의원실 발표... "8조면 가능한 공사에 예산 13조 배정"
▲ 지난 9월 16일 오후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지게 될 부산광역시 사상구 낙동강 하구 삼락둔치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 삼락둔치 수변·농지 보존을 촉구하는 생명·평화 미사'에 참석한 수녀들이 굴삭기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4대강 사업 예산에서 최소 5조 1300억 원이 부풀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정부가 8조 원이면 가능한 공사에 5조1300억 원을 부풀린 13조13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보상 문제로 4대강 사업 속도가 늦춰질 것에 대비해, 보상비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설비를 중심으로 4대강 사업 예산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는 당초 계획보다 건설비를 줄이는 대신 보상비를 크게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8조 원에 할 사업에 예산 13조1300억 원 배정... 5조1300억 원 부풀려져"
국토부 4대강 사업본부가 밝힌 '4대강 공구별 사업예산 현황'(2010년 10월)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의 전체 사업비는 22조2천억 원. 이 중 국토부 예산은 15조4천억 원으로, 시설공사 예산(13조1300억 원)과 보상비를 포함한 기타 예산(2조2700억 원)으로 구성돼 있다.
시설공사 예산은 건설사들이 공사를 낙찰 받은 금액으로 집행된다. 국토부가 주관하는 166개 공구의 낙찰금액은 7조7천억 원(부가세 제외). 아직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4개 공구의 예상 낙찰금액(3천억 원)을 포함하면 국토부가 주관하는 공구의 낙찰금액은 모두 8조 원이다. 즉, 8조 원에 가능한 사업인데도, 5조1300억 원이 부풀려진 13조1300억 원(8조 원의 1.64배)의 예산이 배정됐다는 분석이다.
이마저도 최소한으로 잡은 수치라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낙찰률(예산 대비 낙찰금액 비율)이 가격경쟁방식(4대강 살리기 1차 발주 평균 낙찰률 62.4%)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은 턴키제도(평균 낙찰률 93.4%)가 상당수 공구에 입찰제도로 도입된 탓에, 부풀린 액수는 훨씬 커진다는 것이다.
시설공사 예산 중 특히 준설공사에서 부풀려진 액수가 가장 컸다. 정부가 구체적인 계약내용을 공개한 29개 공구 자료에 따르면, 3억3600만㎥의 모래를 준설하는 데 정부와 건설사가 맺은 계약금액은 1조2773억 원이다. 1㎥당 준설비용은 평균 3811원이다.
위에서 밝힌 1㎥당 준설비용을 국토부가 발표한 4대강 사업 전체 준설량 5억7천만㎥에 적용하면, 준설비용은 2조1723억 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설계비 등 간접공사비를 포함한 실질 공사금액이 직접공사비의 1.3배임을 고려하면, 4대강 사업 전체 준설비용은 2조8200억 원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준설공사 예산은 추정 준설비용의 1.8배인 5조1600억 원. 2조8200억 원에 가능한 준설공사에 1.8배 부풀린 5조16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는 것이 경실련과 강 의원실의 판단이다.
정부, 예산 산출 근거 숨겨... "사업 속도 높이기 위해 보상비로 쓰려고?"
▲ 불교와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4대종단 성직자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 이명박 대통령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 유성호
상황이 이러하니 정부가 어떤 근거로 예산을 배정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대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관련 내용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다.
경실련이 지난 2월 서울지방국토관리청 등을 상대로 4대강 사업 예산산출근거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 때문에 경실련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 7월 1심에서 승소했지만,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항소를 한 상황이다.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총 사업비 22조2천억 원 중 예비타당성 검토가 이뤄진 사업은 극히 일부로, 제대로 된 검토와 근거도 없이 예산이 책정됐다"며 "예산 산출 근거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은 예산을 근거 없이 부풀렸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부풀려진 국토부의 시설공사 예산 5조1300억 원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지난 11일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이날 백재현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2009년 6월)에서 밝힌 19조5561억 원의 건설비를 올해 9월 18조5376억 원으로 1조185억 원 줄이는 대신, 보상비(당초 2조6756억 원→3조7941억 원)를 그만큼 늘렸다.
또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토지매입비(보상비)를 충당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의 건설비를 대폭 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난해 2800억 원, 올해 3762억 원의 건설비를 토지매입비로 전용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김헌동 단장은 "보상 문제로 4대강 사업 속도가 늦춰질 것에 대비해, 보상비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설비를 중심으로 4대강 사업 예산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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