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내년 봄에도 살구꽃이 피겠지요
살구나무와 함께한 소중한 추억...어머니, 왜 그렇게 늙으셨어요
▲ 뽕나무 오디올 여름 고향을 찾았습니다. ⓒ 조상연
공깃돌 줍자는 어머니를 따라 장독대 밑에 얼굴을 맞대고 앉았으면 살구꽃의 다디단 향기가 어머니와 저를 꽁꽁 묶어 놓고는 했습니다. 어머니가 살구꽃 향기에 취해 저의 얼굴을 당신 가슴에 폭 파묻어 놓고는 살며시 눈을 감으십니다. 어머니의 가슴에 숨이 막혀 고개를 살며시 빼내어 올려다보면 그 모습은 꼭 하늘의 선녀 같았어요.
어머니는 하얀 살구꽃을 두 손에 받쳐 드시고는 저더러 아~ 하랍니다. 하마입보다 더 크게 아~ 하고 있으면 두 손에 받쳐 든 살구꽃을 호~하고 제 입 안으로 불어 넣어주시곤 하셨지요.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까르륵하고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지요.
"애미야! 저녁 안 짓고 어디서 뭐 하니?"
어머니가 화들짝 놀라 "예, 어머니" 하는 소리가 아직도 내 귓가에 있는데 어느새 안 보이셔요. 저는 그만 살구꽃 하얀 눈사람이 되어 어머니 돌아간 자리만 바라보다가 장독대 차돌멩이를 집어 들고 살구나무에게 심술을 부렸지요. 굴뚝에 저녁연기 날 때까지 그렇게요. 아마 할머니가 미웠던 적은 이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거예요.
엊그저께 고향을 다녀왔는데 글쎄 살구나무는 그 자리에 그대로지 뭐예요. 고우신 우리 어머니는 늙어서 허리도 제대로 못 펴고 다리도 저는데 말예요. 아이참! 속상해 죽겠어요. 꽃향기 다디단 살구나무는 그대로인데...
어머니, 제가 어머니를 참 많이 사랑해요. 참말이에요. 저는 어머니가 아주 오래오래 사셨으면 참 좋겠어요. 살구나무처럼 그렇게요. 올 봄에는 어머니하고 고향에 살구나무 꽃 피고 지면 살구 따먹으러 가요. 제가 어머니 모시고 갈게요. 예, 어머니!
▲ 어머니막내를 낳으시고는 허리가 굽으셨지요. ⓒ 조상연
덧붙이는 글
생전 안 늙으실 줄 알았던 어머니에게 쓴 편지입니다.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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