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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주남저수지, 연꽃이 철새를 내쫓는다

연꽃 번식 왕성, 철새 먹이 활동 위협... 낙동강환경청, 현장조사 벌여 대책

등록|2010.10.16 21:37 수정|2010.10.16 21:37
세계적 철새도래지인 창녕 우포늪(소벌)과 창원 주남저수지가 연(蓮)꽃 군락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연꽃이 많이 번식하면서 생태계 변화를 가져오고, 철새들의 먹이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자연 늪인 우포늪은 생태계특별보호구역과 국제습지조약보존습지로 지정되어 있으며,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관리를 맡고 있다. 창원 동읍에 있는 주남저수지는 국가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와 부리저어새․고니 등이 찾아오는 곳으로, 창원시가 관리를 맡고 있다.

▲ 최근 창원 주남저수지에 겨울철새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는데, 연꽃이 철새들의 먹이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뉴시스 김용만


연꽃은 우포늪과 주남저수지 모두 많이 번진 상태다. 낙동강환경청은 올해 5월과 7월 우포늪에서 연꽃 제거작업을 벌였지만, 성장 속도가 빨라 많이 확산된 상태다. 주남저수지도 비슷한 상황인데, 탐조대 앞 등 저수지 곳곳에 연꽃이 많이 자라고 있다.

연꽃은 주로 물이 깊지 않고, 제방에서 가까운 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연꽃은 주로 철새들이 쉬거나 먹이활동을 하는 곳에서 자란다. 최근 겨울철새들이 이곳을 찾아오기 시작했는데, 연꽃이 없는 물 위에서 노닐거나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환경전문가 "연꽃이 철새의 먹이활동에 장애"

많이 번식하고 있는 연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포늪따오기복원위원회 이인식 위원장은 "우포늪에는 새들이 오는데 지장을 주고 있는 요소들이 많다. 미루나무도 그렇고 대표적으로 연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연꽃 제거작업을 벌였지만 계속 번지고 있다"면서 "체계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창녕군과 낙동강환경청이 공동으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이 저수지 바깥 논밭에 식용으로 심다보니 씨들이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최근 3~4년 사이 급속하게 번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주남저수지의 경우 물이 깊은 곳에는 연꽃이 자라지 않는데 둔치 주변으로 새들이 앉기 좋고 수면이 비교적 얕은 쪽에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꽃은 새들이 쉬거나 먹이 활동을 하는데 방해가 된다. 저수지 바깥에 있는 연밭은 새들의 먹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만, 저수지 안은 그렇지 않다. 특히 국제보호종인 노랑부리저어새나 큰부리큰기러기 등 덩치가 크고 앉아서 부리를 저어서 먹이를 찾는 새들은 연꽃의 줄기가 부리에 걸리게 된다.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여기면 다른 장소로 떠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창원 주남저수지에 연꽃이 많이 번식해 있다. 사진은 최근 겨울철새들이 주남저수지를 찾아와 창공을 날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김용만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임희자 사무국장은 "심각하다.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 고니 등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터를 대부분 연꽃이 차지하고 있다. 새들의 먹이터가 사라지고,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주남저수지의 경우 2~3년 전에 노랑부리저어새 무리가 앉았던 자리에 지금은 연꽃이 뒤덮어 버렸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 속으로 잠수해 들어가서 먹이활동을 하는 새들도 많은데, 연들이 밀식해 있으면 겨울에도 줄기가 남아 있어 새들의 먹이 활동에 지장을 준다"면서 "창원시가 경관이 좋다는 이유로 그냥 방치해 두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남저수지 제방 쪽에 새로 들어선 억새, 해바라기, 목화도 새들의 먹이활동을 방해한다는 것. 임희자 사무국장은 "창원시는 주남저수지를 도심 공원 가꾸기의 하나로 여기는 것 같다. 제방과 주변에 풀을 없애버리고 억새와 해바라기, 목화를 대량으로 심어 놓았다. 풀 속에는 곤충들이 자라게 되고, 곤충은 새들의 먹이다. 곤충이 부족하다면 새들의 먹이도 줄어들게 된다"면서 "창원시가 연꽃을 방치하는 것은 경관의 하나로만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낙동강환경청 "현장조사 나서"... 창원시 "아직 걱정할 단계 아니다"

낙동강환경청은 계속 번지는 연꽃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우포늪에서 올해 두 차례 연꽃 제거작업을 벌였다. 낙동강환경청은 이번 주 안으로 우포늪 현장조사를 벌이고,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낙동강환경청 자연환경과 담당자는 "수중에는 새들의 다양한 먹이가 있는데, 연꽃 때문에 자라지 못한다"면서 "근본적으로 연꽃을 제거하려면 뿌리채 뽑아버리거나 물을 다 채워버리는 방법이 있는데, 한꺼번에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 안으로 현장조사를 벌이고, 전문가와 함께 대책을 세울 것"이라며 "지금은 철새들이 날아오는 시기인데, 무리하게 연꽃 제거 작업을 할 수는 없다. 단순하게 지금 연꽃만 제거한다면 또 다른 문제를 불러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철새도래지인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안에 연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다. ⓒ 임희자


창원시는 주남저수지의 연꽃은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창원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저수지에는 연꽃이 부분적으로 있다. 창원시가 심은 게 아니고 오래 전부터 산발적으로 형성돼 왔다. 저수지 안에 심지 않았고, 바깥에 있는 람사르문화관 쪽에 심은 적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꽃이 철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파악하고 있다. 연꽃이 계속 늘어나면서 앞으로 피해를 준다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주남저수지 안의 연 군락지. ⓒ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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