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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에서 찾은 근현대사

부산근대역사관을 찾아서

등록|2010.10.20 17:22 수정|2010.10.20 17:22

부산근대역사관 정문. ⓒ 조을영

관광도시 속의 역사 문화관   부산, 항구 도시 부산이 우리나라 물류교통의 중심지로서 지난 시절의 한국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영화 관광 도시로 세계적 위상을 정립하고 있다. 언제나 내외국인들로 흥청대는 부산, 유행이 빠르게 전파되고 변화에 민감한 곳. 바로 부산의 지금 얼굴이다. 그 가운데 조용히 지난 역사를 소중히 하며 과거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의 부산을 이끌어가는 곳이 있으니, 부산 남포동에 위치한 부산 근대역사관이 바로 그 곳이다.   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 즈음이면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피프 광장과 국제 시장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공간이다. 이 번잡한 거리를 지나 용두산 공원이 시작되는 어귀쯤에 이르면 운치 있는 고건물의 부산근대역사관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부산의 역사와 그 변화 과정, 역사적 산물들을 시청각 자료와 함께 전시한 공간이다. 1층에는 부산 관련 역사 자료가 담긴 서적들이 구비된 아담한 도서관이 있고, 2층에 본격적인 전시장이 펼쳐진다. 전시된 자료는 근대 개항기의 부산의 모습과 풍습, 일제의 수탈 장면 등이 담겨있다.  

부산근대역사관 정경. ⓒ 조을영


근대 개항기의 부산   1876년 근대 개항 후 부산에는 새로운 변화가 밀물처럼 들이닥쳤다. 부산에 들어온 일본인들은 조선의 질 좋은 쌀을 그들 나라로 가져가서 팔고, 더불어서 조선 시장에 일본 공산품을 팔았다. 이들은 조선 후기에 조성된 초량동 왜관에 전관거류지를 만들어 살면서 조선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무역 활동을 했다.    일본 정부는 부산에 체류하는 이들 일본인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지배기구를 만들어서 그들의 편의를 도왔다. 이에 조선에서 재산을 모은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의 보금자리를 조금씩 빼앗으며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조선 상인들은 일본상인과 경쟁하면서 성장을 도모했지만 일제의 침략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가운데 조선인들이 모여 살았던 동래는 일본인들이 지배하는 부산으로 편입되었고, 일제는 부산을 대륙침략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갖춘 근대도시로 만들어 갔다.  

부산근대역사관2. ⓒ 조을영



일제의 부산 수탈 과정   일제는 부산을 행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부산부청을 설치하고 그 아래 최소 행정 단위까지도 지배력을 침투시키게 된다. 경제적으로는 조선 쌀 수탈과 일본 공산품 판매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였다. 쌀 수탈을 위해 낙동강 둑을 쌓아 김해평야 조성, 조선인 소작농 수탈등으로 부산을 장악해 나갔다.   1930년대부터 일제는 대륙침략정책과 값싼 노동력 수탈을 목적으로 부산의 공업화를 적극 추진했다. 그리고 우수한 어업 기술과 도구로 수산업도 잠식했다. 또한 일본 자본가들에게 금융지원을 하기 위해 많은 일본 은행이 설립되었다. 나아가 전시 체제기에는 전쟁에 필요한 물자와 인력수탈을 서슴지 않았다.   근대 도시 부산   한산한 어촌이었던 부산은 일제에 의한 개항과 함께 근대도시로 변했다. 일제는 부산을 한반도 및 대륙침략을 위한 발판으로 조성하여 시가지 확대와 항만설비를 위해 해안을 매립하고, 그 매립지에는 교통, 항만, 창고 등 근대시설을 갖추었다. 또한 잘 갖춰진 도로망으로 조선인 마을을 부산에 더욱 가깝게 만들었고, 잘 정비된 항만시설로 일본과 대륙을 연결하였으며, 일본인들을 위한 병원, 상수도, 신문 등 사회기반 시설도 늘여갔다.

 

일제시대 엽서. ⓒ 조을영

  우리는 부산근대역사관에서 현재과 매우 흡사한 근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각종 자료를 통해 그 시절 생활과 풍습을 엿볼 수 있으며, 자각과 각성으로 민족애가 들끓기 시작한 그 무렵의 조선사회를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다. 업무와 관련된 서류, 엽서, 광고판, 지도 등등 일상의 작은 것까지 섬세하게 전시되어 있으므로 좋은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일제 시대 '인단'광고. ⓒ 조을영

   

일제시대 북선항로 약도. ⓒ 조을영

일제 시대 지폐. ⓒ 조을영

 

일제가 학도병들에게 품고 다니도록 강요했던 일장기. ⓒ 조을영

  부산은 날로 새로워지고 변화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개발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관광형 도시가 아니라 옛것과 새로움을 잘 조화시키고 역사 속에서 현재와 미래의 답을 찾는 현명함을 갖춘 도시로서 기능하고 있다.   관광을 위해 부산을 찾는 국내외인들이라면 용두산 공원 아래에 위치한 부산근대문화관에 들러 항구 도시 부산이 걸어 온 발자취를 한번쯤 더듬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역사 관광이 될 수 있다. 시끌시끌한 관광지에서 공부와 자아 확립이라는 견고한 마음도 함께 얻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경건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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