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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저희는 그 제안 못 받습니다!"

[현장] 도법 조계종 화쟁위원장 '직영사찰' 설명에 신도들 냉담

등록|2010.10.17 17:24 수정|2010.10.17 17:27
직영사찰 전환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조계종과 봉은사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했던 조계종 화쟁위원회(아래 화쟁위) 위원장 도법 스님(실상사 주지)이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봉은사를 찾았지만 그를 맞는 신도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명진 스님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이날 법회에서 도법 스님은 법문을 통해 신도들에게 직영사찰 지정 배경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  도법 스님 "법상에 오르지 않은 이유는..."  

▲ 도법 스님. ⓒ 권우성


이날 법회가 열린 서울 강남 봉은사 법왕루 앞에는 이 절의 신도들이 '직영사찰 지정철회', '명진 스님'이라고 쓰인 작은 피켓을 들고 도법 스님을 맞이했다. 도법 스님은 이날 법회에서 직접 법상에 오르지 않은 채 법문을 설파했다.  그는 봉은사 신도들에게 "제가 왜 법상에 오르지 않고 아래에서 하자고 했는지 짐작이 가느냐"고 말문을 열자 일부 신도들은 "일을 제대로 못해서"라고 답하기도 했다. 도법 스님은 "일을 잘 했는지 못했는지는 객관적이고 균형있게 판단되어야 한다"며 "그래도 잘못했다고 하면 수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법 스님은 "아직 그런 판단과 결정을 할 단계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도법 스님은 "봉은사가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돼 그냥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결국 화쟁위원으로까지 연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부패로 얼룩졌던 과거 봉은사는 짜증나고 화나는 곳이었다는 의견을 밝힌 도법 스님은 "왜 그런지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명진 스님이 주지를 맡은 지난 4년간 일을 잘했고 좋은 내용의 결과물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멀리서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도법 스님은 "지금 상황은 좀 더 성숙한 방식과 내용, 태도로 활로를 열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화쟁위원회가 봉은사 측에 직영사찰 지정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는 "그동안 명진 스님이 가꾸어왔던, 많은 이들이 갈망했던 것들이 더 이상 상처입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엉킨 것은 풀고 뒤틀린 것은 바로 잡아 새로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길은 없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봉은사 신도들 "개혁정책 이어가려면 명진이어야" 

▲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30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기념공연장에서 열린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관한 토론회'에서 봉은사 직영사찰 배경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 영담 스님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하지만 봉은사 신도들은 도법 스님의 설명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왜 지금 봉은사가 직영사찰로 전환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법회를 마치고 나오는 도법 스님에게 "직영사찰 전환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하는 신도의 모습도 보였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서 온 김명희(51)씨는 "도법 스님의 말씀은 원칙적으로 다 옳지만 지금의 봉은사 문제를 풀기에는 현실적인 답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직영사찰 전환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온 박성삼씨(62)도 "지금 직영사찰로 전환된다면 명진 스님이 이뤄놓은 많은 개혁방안들이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라며 "봉은사가 불자들에게 사랑받는 사찰이 되려면 당분간 명진 스님이 더 계셔야 한다는 게 상당수 신도들의 솔직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날 법회를 마친 도법 스님은 봉은사 신도 대표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화쟁위원회의 직영사찰 수용 촉구 결정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화쟁위는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고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관리인(주지) 후보를 추천받아 총무원장이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직영사찰제도 종합적 개선방안 및 봉은사 운영과 문제해결방안'을 총무원과 봉은사 양측에 제시했다.  화쟁위는 봉은사 문제 해결방안에서 ▲포용과 화쟁의 종단운영 ▲후임인사 문제는 봉은사가 종단의 인사권을 존중하고, 종단은 징계문제 등에 대해 봉은사의 입장을 배려해 합리적으로 정리할 것 ▲서로 예의와 격식을 갖춰 종도 앞에 참회하고 화합할 것 등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오는 11월로 4년 임기가 끝나는 봉은사 현 주지 명진 스님의 후임 인사와 관련해서는 인사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총무원장이 임명한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때문에 봉은사 신도들은 화쟁위가 내놓은 중재 방안이 당초 조계종의 일반적인 직영사찰 전환방침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현재 지방에 머무르고 있는 명진 스님은 24일 또는 31일 법회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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