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죽어도 기억할게"
세상의 아버지 어머니들에게 전하는 8살 아이의 편지
▲ 삼촌에게.이혼한 아버지 곁으로 가게 될 조카가 삼촌에게... ⓒ 조상연
세상의 부모님들 보셔요. 어찌해서 남의 말은 잘 들어주면서 자식의 말은 안 들어주시나요? 어찌 남의 아픈 가슴은 어루만져 주려고 애를 쓰시면서 자식의 아픈 가슴은 외면을 하시나요? 어찌 남에게는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시면서 자식에게는 원망을 들으시려고 하시나요?
내 자식의 얼굴을 가만 들여다 보셔요. 예쁜 코가 있고 귀가 있고 초롱초롱한 눈이 있고 앙증맞은 입이 있지요? 그 눈과 입과 귀를 누가 만들었습니까? 바로 부모인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만들었지요. 왜 내가 만든 예쁜 입으로 하는 말을 외면하셔요? 왜 내가 만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을 입으로 말하는데 외면을 하시나요?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편지내용에 "나중에 못 만나더라도", "죽어도"라는 글귀가 들어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짜리가 얼마만큼 가슴앓이를 해야 편지에 이러한 낱말을 쓸까요? 여러분들은 저 나이 때 어땠습니까? 제가 보기에 가영(가명)이라는 어린 천사는 가슴에 퍼렇게 든 멍을 쉽게 지우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흔히들 아버지 나를 만드시고 어머니 나를 낳으셨다 합니다. 분명 혼자 만드신 게 아니지요. 그러면 아내가 뭔가 조금 잘못을 했어도 내 자식을 낳아주었으니 감싸주고 보듬어 주면 안 되겠는지요? 아내가 아무리 못마땅하다 해도 내 자식을 낳아줬다는 그 한 가지 만으로도 저는 감사하고 고마울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아내 되시는 분들 제 얘기 좀 들어보셔요. 자식의 얼굴을 가만 들여다보시면 눈, 코, 입, 귀가 남편을 닮지 않았나요? 남편이 뭔가 좀 잘못했어도 남편을 닮은 자식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풀어지지 않나요? 두 분이 아니면 세상에 빛을 못 볼 단 하나뿐인 두 분을 꼭 닮은 두 분만의 자식입니다.
▲ 사랑하는 삼촌.초등학교 2학년짜리 여자조카아이가 삼촌에게 쓴 편지 ⓒ 조상연
아내-남편이 함께 만든 자식 눈에서 눈물 나서야…
저도 여러분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사람입니다. 저도 아내와 싸울 때도 있고 아내가 정말로 싫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아내를 다른 집 부인과 비교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남에게 "저 사람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듣기 전에 아내와 자식들에게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라는 소리를 먼저 들으려고 애를 씁니다.
아내와의 사랑? 젊었을 적 얘기입니다. 콩을 발효시키면 끈적끈적한 청국장이 되듯이 사랑도 발효가 되면 끈적끈적한 정으로 변합니다. 이혼? 이혼은 사랑할 적에 하는 겁니다. 뭔 궤변이냐 하시겠지만 사랑이 정으로 발효가 되고나면 이혼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청국장처럼 끈적끈적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지요. 둘이 함께 만든 자식을 위해서라도 사랑이 발효가 되어 정으로 변할 때까지 조금만 참지 그러셨어요?
내가 만든, 아니 우리가 함께 만든 자식의 얼굴에 있는 눈과 귀가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듣고 예쁜 말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초등학교 2학년짜리의 편지에서 다시는 "나중에 못 만나더라도, 죽어도"라는 단어가 나와서는 안 되겠지요. 연세가 60이 넘으신 외할아버지가 외손녀의 편지를 내어 놓으시며 꼬지지한 손수건으로 눈두덩을 찍으십니다. 참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오후였습니다.
▲ 물고기 구경.월드컵 공원에서 물고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 조상연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아버지 여러분 우선 아내와 자식들에게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라는 말부터 들은 다음 남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 듣고 삽시다. 그리고 내가 만든 눈으로 예쁜 것만 보고, 내가 만든 예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예쁜 글만 쓰게끔 만들어 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제 말이 틀리는지요?
세상의 아버지들 잘 하셔야 합니다. 저도 남자지만은 가정의 불화는 대부분 남편과 아버지의 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남자들에 의해서 찾아오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아왔습니다. 남자? 대단할 것 없습니다. 여자한테 없는 같잖은 불알 하나달렸다고 내세울 것 없다는 말입니다. 남자, 당신들 애 낳을 수 있습니까? 노자(老子)는 말했습니다. 여자야말로 모든 만물이 생(生)하는 원천이라고…
우리가 꼭 노자의 페미니즘이 아니더라도 내 자식을 낳아주고 내 부모를 공경하고 나와 함께 평생을 반려하는 사람이 바로 아내이니 아껴주고 사랑하고 보듬어 주자는 말입니다. 아내를 아껴주는 일이야말로 자식에 대한 제일 큰 사랑입니다. 나를 낳아준 어머니를 아껴주시는 아버지! 자식이 어찌 존경 안 하겠습니까? 내 말이 틀렸습니까? 틀렸으면 틀렸다고 말 좀 해보세요.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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