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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뛰니 집값도 뛸 것이다? 대단한 착각

[수도권 전세시장 상황 진단과 분석 1] '전세대란' 선동보도에 속지 말아야

등록|2010.10.18 16:32 수정|2010.10.18 17:57

▲ 전세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이경태


'8·29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주택 매매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반면 전세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자 일부이지만 "전세가 상승세가 매매가를 밀어 올릴 것"이라거나 아예 "이 참에 집 한 번 사볼까'하는 식의 제목을 단 선동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레퍼토리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가가 상승할 때도 등장했으나 이후 매매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함에 따라 왜곡 선동보도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이 또 다시 무책임한 선동보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군소 경제신문들의 선동적 보도를 다음 등 인터넷포털이 '제목 장사'에 이용하는 바람에 이 같은 선동적 정보들이 많은 서민 가계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부동산정보업체의 호가 지수로도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매매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한두 군데 일부 반등한 곳을 두고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올렸다"는 식으로 근거없는 선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장관은 언론보도와는 달리 특정지역을 제외하고 전세가는 안정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장관들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 국민이 거의 없으니 문제이지만 말이다.

2008년 말 경제위기 전에는 소형주택이 강세를 나타냈으나 그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중형이 강세를 띠고 있고 전세가 상승 폭이 큰 지역이 멸실주택이 많이 발생한 지역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공급 부족이 아닌 일시적 마찰적 미스매칭 현상에 불과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오히려 부동산 버블의 정점이나 버블 붕괴 초기에는 주택 매도 후 전세로 전환하거나 주택 매입을 포기하고 전세에 안주하는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 전세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미국이나 일본 등도 버블 붕괴 초기에 일시적으로 월세가격 상승 현상이 발생하기도 있다. 최근 수도권에서 매매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도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빌미로 일반가계를 현혹하는 선동기사들이 다시 나오고 있다. 이에 최근 수도권 전세시장 상황을 두 차례에 걸쳐 점검해보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순서다.

'전세대란' 보도하는 언론, 믿을 만한가

<도표1> 서울지역 전세가 가격 추이(주)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우선, <도표1>에서 1986년 이후 서울의 전세가 추이를 살펴보자. 서울의 전세가 추이는 수도권이나 전국의 전세가 추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서울의 전세가 추이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서울의 전세가는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급락했고, 노무현 정부 초기의 투기 억제책으로 매매가 상승세가 주춤하던 2003~2004년 소폭 하락했으며, 2008년 하반기에 일시 급락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상승했다. 이는 전국 주택 및 아파트 가격이 1986~1991년 초에 상승한 후 1998년까지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고, 이어서 외환위기 이후에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것과는 다소 다른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전세가 상승세가 상당수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전세대란'이라 불릴 정도로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는지 살펴보자.

서울의 전세가 변동률 추이를 보면 주택가격이 급등했던 198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는 전년동월대비 약 20~40% 정도로 전세가가 급격히 상승했다. 이 같은 전세가 상승세는 198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의 주택가격 급등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전세가 상승세는 상승폭이 6~10%선에 그치고 있어 198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과 같은 급격한 전세가 상승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2000년대 이후 전세가격의 단위가 커져 상승률로 볼 경우 현실을 다소 과소평가하는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전세가 폭등 시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다만 역전세난 등으로 전세가격이 떨어졌던 2008년 하반기로부터 2년이 지나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최근의 전세가 상승폭이 세입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훨씬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이른바 비교시점의 전세가격이 약세였기에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기저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가 오르면 주택가격이 오를까

다음에,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지금처럼 전세가가 오르면 주택가격이 오를까? 일견 198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에 전세가가 크게 상승한 후 매매가도 상승세가 커졌던 경우를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이른바 주택가격 대세 상승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지금과 같은 대세 하락기에는 통하지 않는 얘기라고 할 수 있다.

큰 폭의 전세가 상승률이 나타났던 시기는 대부분 대세 상승기의 초기로, 이때에는 단기적으로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치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수급 불균형 영향이 적지 않게 작용했던 것이다. 이후 부동산 투기붐 등에 편승해 주택 공급이 단기간에 급증한 후에도 전세가가 비교적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집주인들이 급상승한 매매가 수준에 맞춰 더 많은 전세보증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가지수를 매매가지수로 나눈 비율을 보면 전세금이 집값 상승분을 모두 충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오르지 못해 이 비율이 2002년 이후 지난해 중반까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잠재적인 주거 소비자에게 자가주택과 전세주택은 대체제 관계이다. 이들 잠재적 주택 수요자는 대세 상승기 때에는 전세 레버리지를 이용하여 집을 사려는 수요가 증가한다. 반면 대세 하락기에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줄면서 자가주택 수요는 줄고 전세주택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전세전환 수요나 매매포기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대세하락기 초기의 매매가가 떨어지는 시기에도 전세가는 일시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이런 현상은 이미 과거에도 나타난 바 있다. <도표1>을 보면 1991년 4월 이후 전국과 서울의 매매가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도 전세가는 1991~1997년 하반기까지 소폭이나마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거의 동시에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주택가격 하락기에는 반대로 매매가 하락 속에 전세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 전세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매매가 하락-전세 상승도 바로 이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올해 매매가 하락과 전세가 상승은 대세 하락기 초반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부동산업계와 언론에서 현재의 전세가 강세 현상을 주택 매매가 상승의 전조로 읽는 것은 과거 대세 상승기와 최근 대세 하락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대세 하락기에 나타나는 현상을 대세 상승기의 전조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국과 서울의 전세가지수를 매매가지수로 나눈 비율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가파르게 오르던 주택가격이 1991년 4월을 기점으로 하락하자 이 비율도 급락해 저점을 기록했다. 이후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가는 계속 상승해 이 비율은 외환위기 전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이 비율은 외환위기 직후 급락했다가 2000년대 초반에 급상승했다.

하지만 전세가에 비해 매매가가 급등한 2002년 이후부터 이 비율은 가파르게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전세가에 비해 매매가가 그만큼 과도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9년 5월 이후 전세가가 상대적으로 더욱 강세를 띠자 이 비율은 다시 상승하고 있다. 현재의 전세가격 상승은 1991년 4월 이후처럼 주택가격 하락으로 상대적으로 전세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최근의 전세가 상승은 하우스푸어들의 몸부림?

사실 최근의 전세가 상승세는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소유하고 있는 '하우스푸어'들이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가를 올리는 측면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집주인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데는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보도도 한몫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으로는 적어도 과거처럼 집값이 오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주택 매수를 포기하고 전세로 눌러앉거나 주택을 매도한 뒤 전세를 넓혀가는 현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들 매수포기 수요 또는 매도 후 전세전환 수요는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로 중대형 아파트 위주의 전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최근의 전세가 상승이 과거와 달리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뛰고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최근 서울의 전세가 상승세가 집값을 밀어 올릴 가능성은 극히 낮으며 오히려 과거와 같은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가계가 급감하고 있는 징표라는 점에서 오히려 집값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더구나 인천 영종, 송도신도시와 김포, 파주, 고양, 용인, 화성, 남양주 등 경기도뿐만 아니라 심지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도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 등이 잔뜩 쌓여 있는 판에 전세가가 계속 오른다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 '8·29대책' 등 정부의 억지 부양책 등에 기대 억지로 버텨왔던 다주택 투기자들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시점에 이르러 매물을 쏟아내면 전세가도 자연스럽게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현 국면에서 전세가가 올라서 매매가를 밀어 올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필자가 누누이 설명했듯이 현재 주택 가격 수준에서 집을 사줄 수 있는 수요는 사실상 거의 바닥나 주택 가격이 상승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소득 기반이 부족하고 집을 사기 위해 빚을 많이 내야 하는 가계 입장에서 누가 무리해서 집을 사겠는가.

전세 보증금을 더 올려주고 전세를 연장할지, 또는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살지를 선택해야 하는 가계의 입장을 한 번 생각해 보자. 전세 보증금 인상분이 3000만원이고, 이를 조달하는 금리가 계산의 편의상 평균 5%라고 가정하면 이 가계는 2년간 300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반면, 이 가계가 집을 사기 위해 2억 원의 부채를 내야 한다고 가정하면 2년간 이자만 2000만원을 내야 한다.

더구나 전세금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금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주택 가격은 향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 가계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손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2000만원의 이자부담까지 지면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평온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가계는 많지 않다. 2006년 이후 부동산 정보업체나 투기 선동 언론에 휘둘려 오판한 결과 '하우스푸어'로 전락해 고통 받고 있는 분들이 이미 너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역에서 전세가가 오른다고 섣불리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미 수도권 주택시장이 고점을 찍고 실거래가 기준으로 가파르게 가라앉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선량한 가계를 제물로 삼아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려는 일부 언론만이 그렇게 희망할 뿐이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은 35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주택담보대출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사상 최저금리 수준에 정부와 금융권이 2년째 주택담보대출 만기상환 연장을 실시하고 있는데도 주택 시장은 가라앉고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과 국민경제 전체의 화약고 역할을 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해소되기는커녕 계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태에서 주택 가격이 대세상승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기대다. 일반 가계들은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일부 언론들의 억지 선동보도에 휘둘리지 않도록 신중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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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기 위한 좀 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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