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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김치 달랑 2조각, 그래도 반가웠다

배추 가격 내렸다고는 하지만... 최근 직접 다녀본 식당 풍경을 소개합니다

등록|2010.10.18 15:56 수정|2010.10.18 17:48

샤브샤브식탁에 오른 얼갈이김치와 물김치... ⓒ 정현순


국물맛이 시원한 소고기 샤브샤브... ⓒ 정현순


"배추 가격이 내렸는데도 아직 배추김치는 없네."
"그 대신 얼갈이김치가 있잖아."
"배추김치하고 얼갈이김치는 맛이 다르잖아."

지난 토요일(16일) 가족모임이 있어 샤브샤브를 먹으러 한 음식점으로 갔다. 쌀쌀해진 날씨엔 따끈한 국물이 제격이기에. 소고기 샤브샤브를 시키자 식탁 위에는 반찬들이 하나둘씩 놓였다. 하지만 배추김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든지 배추김치는 필수!

주말인지라 그 식당 안은 사람들로 꽉 차 빈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배추김치를 달라고 주문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우리도 그런대로 잘 먹었다.

채솟값 파동이 난 후 식당에서 김치를 찾아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쩌다 배추김치가 나오는 식당이 있으면 아주 감사한 마음으로 먹곤 했었다. 지난 7일부터 배추김치의 부재중이거나 부족한 식단을 모아봤다.

[10월 14일 저녁] 삼겹살집

저녁을 먹으러 삼겹살집에 갔다. 평소 그 집은 어떤 음식이든 푸짐하게 주는 집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은 듯했다. 상추는 제법 푸짐했지만 배추김치는 전보다 약했다. 그래도 배추김치가 나온 것이 얼마나 고맙던지. 배추김치를 아껴먹었다.

삼겹살집.. ⓒ 정현순


[10월 13일 점심] 아귀찜

이 식당에서는 묵은지 같은 얼갈이김치가 나왔다. 얼큰한 아귀찜이지만 배추김치가 없어 왠지 허전했다. 얼갈이김치를 몇 번이나 더 먹었던지. 아마도 배추김치의 빈자리가 그만큼 커서였을까?

아귀찜... ⓒ 정현순


아귀찜 식탁에 오른 반찬... ⓒ 정현순


[10월 12일 점심] 낙지전문음식점

친구들과 낙지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 집 역시 배추김치는 없었고 깍두기와 콩나물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친구들도 말했다.

"이 집도 배추김치가 없다, 어디 깍두기 한 번 먹어볼까? 음 맛있다."

그곳에서도 불평하는 친구들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먹긴 먹었는데 왜 먹은 것 같지가 않지?" 한다. 그것도 배추김치가 없어서였을까? 비빔밥이 나오는데 김치가 없는 탓?

연포탕.. ⓒ 정현순


깍두기와 콩나물, 계란찜 등... ⓒ 정현순


[10월 7일 점심] 김치, 깍두기가 생명인 설렁탕 집

미용실 원장이 점심을 먹자고 한다. 오랜만에 설렁탕이 먹고 싶다고 하면서 설렁탕을 잘하는 집으로 안내를 했다. 10월 초에는 배추, 무 값이 나날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렁탕이란 특성인지라 깍두기, 김치가 없으면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무김치, 배추김치 2쪽, 젓갈, 얼갈이김치가 나왔다.

김치가 나온 것을 보고 "어머나, 이 집 김치 좀 봐"하며 우리가 웃었다. 종업원이 "그래도 우리 집은 김치종류가 몇 가지나 되잖아요. 부족하시면 말씀하세요. 더 갖다 드릴게요"한다. 우리도 "정말 그러네요"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주인의 성의가 한눈에 보이는 듯했다.

설렁탕 한 그릇을 다 먹었지만 김치는 부족하지 않았다. 그동안은 필수로 나오던 배추김치, 계속 이렇게 김치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이런 불편함이 계속되지 않을 거란 희망으로 이런 상황을 그래도 잘 견뎌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요 며칠 사이에 채솟값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조만간 어느 음식점에서든 배추김치맛을  마음껏 음미 할 수있을 거란 생각에 아직은 참을 만하다.

설렁탕 식탁에 오른 김치... ⓒ 정현순


배추김치는 딱 두조각.. ⓒ 정현순


설렁탕과 반찬..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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