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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세청의 중수부' 조사4국 전격 압수수색... 왜?

태광 비자금 및 정관계로비 의혹수사, 전방위로 진행

등록|2010.10.19 09:27 수정|2010.10.19 23:19

▲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개인 집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본사. 검찰은 지난 16일 태광그룹에 대한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이 회장의 집무실과 장충동 집을 압수수색을 벌였다. ⓒ 유성호


태광그룹에 대한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태광산업을 비롯해 관련 계열사, 이호진 회장의 개인 집무실과 서울 장충동 집에 이어 세무조사를 벌인 국세청까지 압수수색을 벌였다.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이원곤 부장검사)는 18일 오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압수수색해, 태광그룹과 관련한 세무조사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서울청 조사4국은 지난 2007~2008년 태광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인 곳이다. 당시 국세청은 이 회장의 구체적인 비자금 내역을 포착해 790억 원을 추징했다.

특별세무조사 2년 지난 후 압수수색을 벌인 이유

그렇다면 검찰은 왜 2년 전에 세무조사를 벌인 서울청 조사4국을 압수수색했을까.

크게 두 가지다.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인 태광의 비자금 조성과 흐름을 좀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또 하나는 태광의 정관계 로비 의혹의 대상에 국세청도 포함됐을 가능성이다. 국세청이 1600억 원대의 비자금 규모를 적발해놓고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태광 비자금 조성 과정에 대해, 국세청은 지난 2007년 초 태광산업과 고려상호저축은행, 이 회장을 상대로 특별세무조사를 벌였다.

특히 당시 국세청은 고려상호저축은행에 대해 집중적인 자금 흐름과 추적을 벌였다. 고려상호저축은행은 현재 검찰이 이 회장의 차명계좌 관리처로 지목하고,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세청은 이 회장의 아버지인 태광 창업주 이임룡 회장이 남긴 재산 중 태광산업 차명주식 32% 가운데 일부가 현금으로 바뀌었고, 이 회장이 이 돈을 따로 관리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

국세청은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상속세 790억 원을 추징했다. 상속세의 경우 추징비율이 50%이기 때문에, 이를 역으로 계산하면 실제 비자금 규모는 1600억 원에 달한다.

태광의 비자금 흐름 파악하고, 국세청의 봐주기 의혹도 조사

▲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건물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검찰 쪽에선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전반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태광에 대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한 검찰로선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드러난 구체적인 비자금 흐름도가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검찰의 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 배경에는 비자금 조성 이외에 정관계 로비 의혹도 들어있다. 태광의 오너 일가가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발견해놓고도, 국세청이 단순히 상속세 추징으로만 사건을 종결했기 때문이다.

주식에서 현금으로 바뀐 비자금 규모만 1600억 원대에 달했지만, 국세청은 검찰에 조세포탈 등으로 고발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태광 산업 세무조사 때 선대 회장이 오래전 차명으로 주식을 자식들에게 넘겨줬고, 별다른 고의성을 발견하기 어려웠다"면서 "이 때문에 별도의 검찰 고발조치 없이 상속세를 부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국세청이 태광에 대해 사실상 봐주기 세무조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의 선대 회장인 이임룡씨가 작고한 것은 1996년. 10년 넘게 불법적으로 자금이 운영됐지만, 국세청이 이같은 자금 조성 경위와 조세포탈의 고의성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태광 쪽에서 세무조사와 관련해 국세청에 상당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검찰 쪽 시각이다. 이미 태광은 유선방송 사업과 관련해 청와대를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다양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의 중수부, 박연차 사건에 이은 압수수색으로 '당혹'

물론 검찰이 국세청의 태광 비호설이나 유착설을 밝혀내 처벌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008년 대검 중앙수사부는 20명이 넘는 수사관을 서울청 조사4국에 보내 각종 자료와 함께 조사4국장실과 자동차까지 뒤지면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대검 중앙수사부는 당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캐기 위해 강도 높은 수색을 벌여  국세청 직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국세청 직원의 연루는 밝혀내지 못했다.

이번 태광산업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은 대검 중수부 때처럼 사무실 등을 뒤져가면서 강도높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국세청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건네 줬다는 것이다.

서대원 국세청 대변인은 "국세청이 통상적으로 과세자료를 검찰에 넘길 때는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같은 일은 관련부처와의 업무협조 차원에서 그동안 있어왔던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지난 2008년 대검의 강도높은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통상적으로 진행돼 온 관련 부처의 업무 협조 차원"이라며, 이번과 같은 말로 해명하기에 급급했었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국세청장의 직할부대'로 불리던 서울청 조사4국이 최근 2년새 검찰에 의해 두 번씩이나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당한 것에 대해 당혹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게다가 태광에 대한 '봐주기 세무조사' 의혹까지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곤혹스러워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경위가 어찌됐든 간에 국세청의 핵심 조직이 연달아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는 모습이 좋을 리 있겠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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