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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가와 시로 듣는 백기완의 인생 이야기

<노래에 얽힌 백기완의 인생이야기> 오는 11월 25일 서울대에서 열려

등록|2010.10.19 19:53 수정|2010.10.19 19:53

▲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2010년 1월 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희생자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시인 서정주는 <자화상>을 통해 말했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라고 말이다. <자화상>이 태어난 이후 이 말은 무수히 다양한 내용으로 변주됐다. 그리고 사람들은 역경을 딛고 우뚝 선 사람들에게 "당신을 키운 건 무엇이었나"라고 묻길 좋아한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거인 중 한 명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지금의 백 소장을 만들어낸 것은 무엇이었을까. 언젠가 백 소장은 말했다.

"내 의식을 키운 것은 첫째가 가난, 둘째가 어머니가 들려준 옛날이야기, 셋째가 우리 민족의 문화다. 그 중에서도 길거리에서 주워들은 날노래(유행가)가 나를 키운 또 한 구석이었다."

78년을 살아온 백기완 소장. 이제 그가 자신을 키워낸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가 "길거리에서 주워들은 유행가"를 직접 부르고 시를 읊을 예정이다.

이름하여, <노래에 얽힌 백기완의 인생이야기>. 이 공연은 오는 11월 25일 오후 7시 30분 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사회는 연기자 권해효씨가 맡았다.

백 소장이 노래와 시로 지난 삶을 회고하는 자리다. 하지만 한 개인의 경험과 기억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백 소장의 삶을 통해 굴곡 많은 현대사와 민초들의 문화를 돌아보는 자리로 볼 수 있다.

백 소장은 공연을 앞두고 "일제의 탄압, 6.25, 가난 등 민족의 비극을 상징하는 날노래(유행가)야말로 그 시대 백성들의 한 맺힌 역사를 이야기하고, 절망을 딛고 일어서게 하는 불꽃이다"고 말했다.

공연 자리에서 백 소장은 1928년 고복수가 부른 <세동무>, 1946년 현인이 부른 <비 내리는 고모령> 등은 물론이고 1972년 나훈아가 부른 <녹슬은 기찻길>도 구성지게 부를 예정이다.

또 노래 중간 중간에 직접 시를 낭송한다. 백 소장은 공연 맨 마지막 시간에 1980년 자신이 쓴 시 <젊은 날>을 읊을 예정이다. 지금도 자신이 필요한 현장이면 백발 휘날리며 꼭 참석하는 백 소장.

그의 노래도 궁금하지만, 78년을 살아온 백 소장의 육성에 실린 <젊은 날>은 어떤 느낌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시 <젊은 날> 이렇게 끝이 난다.

"백 번을 세월에 깎여도
나는 늙을 수가 없구나
찬바람이 여지없이 태질을 한들
다시 끝이 없는 젊음을 살리라
구르는 마룻바닥에
새벽이 벌겋게 물들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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