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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 '각서' 받고, 졸았다고 몽둥이 47대 '찜질'

수원 A고교 '과잉체벌' 논란...학교 "잘 교육하려다 보니, 안타깝다"

등록|2010.10.21 20:52 수정|2010.10.22 09:47

▲ 수원 A고교는 신입생과 학부모에게 학기초 서약서를 받았다. 학생들은 이 서약서를 '신체포기각서'라 부르고 있다. ⓒ 학부모 이씨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지난 5일 공포됐지만, 경기도 수원시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공부시간에 졸았다는 이유로 약 50대의 몽둥이 매질을 하고 학생 수업권을 박탈한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이 학교는 신입생 입학 당시 "학교의 모든 조치에 순응할 것을 서약한다"는 각서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받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수원시 A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B군과 C군은 지난 14일 1교시 수학 수업시간에 졸음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참아보려 했지만 눈꺼풀이 자꾸 무겁게 쳐졌다. 결국 B군과 C군은 깜빡 졸고 말았다.

찰나와 같은 졸음의 대가는 가혹했다. 교사는 B군과 C군을 복도로 불렀다. 그리고 '떡메'로 불리는 몽둥이로 엉덩이와 종아리를 무차별적으로 때렸다. 매질 소리는 컸고 교실에 있던 친구들은 숫자를 셌다. 정확히 47대.

B군과 C군의 엉덩이와 종아리에는 시퍼런 멍이 들었다. B군은 항문까지 다쳐 피를 흘렸고 종아리에는 물집이 잡혔다.

구타는 그것으로 끝났지만 체벌은 계속 이어졌다. 두 학생은 교무실 앞 복도로 불려갔다. 복도에서 무릎을 꿇었다. 1교시부터 4교시까지 그 자세로 앉아 있었다. 수업은 당연히 받지 못했다. 잠깐 졸았다고 수업권까지 빼앗긴 셈이다.

잠깐 졸았다고 몽둥이 '찜질' 47대...그리고 수업권까지 박탈

이게 끝이 아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이어진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도 교무실 복도에서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 다음날인 15일 야간자율학습 시간, 두 학생은 또 교무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약 세 시간을 보냈다.

'잠깐 졸았다고 사람을 이렇게 때리고 체벌하다니.'

B군은 집에서 목욕하며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퍼렇게 멍든 자신의 신체를 사진 찍고 부모님에게 이야기했다. B군의 어머니 이씨는 아들의 몸을 보고 깜짝 놀랐고 항문의 출혈을 보고는 "정말 기겁을 했다." 이씨는 21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울분을 토했다.

▲ 몽둥이로 매질을 당한 B군의 엉덩이와 종아리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 학부모 이씨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된 이 시대에 학생을 이렇게 마구 때려도 되나. 내 아들 마음대로 때리라고 학교에 보낸 줄 아나. 체벌을 해서 대학 진학률이 올랐다고? 대체 그런 통계의 과학적 근거가 무엇인가."

이씨는 "A학교 교감을 만나 짧은 사과의 말을 들었지만 잘 이해되지 않는다"며 "A학교는 수원에서도 체벌로 유명한 학교인데, 교육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씨는 "체벌을 한 교사의 징계가 아닌 A학교장의 사과와 교육 풍토가 바뀌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각서'까지 받아..."여하한 조치에도 순응합니다"

이씨는 A고교의 일명 '학생 신체포기각서'에 대해서도 말했다. A고교는 모든 신입생과 학부모에게 서약서를 받는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신체포기각서'라 부르는 짧은 서약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본인은 OO고등학교에 입학함에 있어 학업에 충실하고 품행을 단정히 함은 물론 교칙을 엄수하여 학생의 본분을 다할 것이며, 만일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학교의 여하한 조치에도 순응할 것임을 보호자 연서로 서약합니다."

이씨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마음을 잡아보자는 의미의 서약서인 줄 알고 서명했는데, 이것이 학생을 마음대로 때리는 근거로 사용될 줄은 몰랐다"고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A고교 측은 "잘 교육하려다 보니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학부모와 학생에게 사과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 쪽은 "만약 학생과 학부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며 "진상 조사를 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씨와 평등학부모회 등은 단순한 사과가 아닌 학교 폭력 근절 등을 요구하고 있다. 평등학부모회는 오는 26일 오후 4시 A고교 앞에서 '학교 폭력 규탄 대회'를 열고 학교장 면담을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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