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만 보면 오두막과 수옥이가 생각난다
[포토 에세이] 가을은 기차를 타고 온다
기찻길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칙 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 아기 잘도 잔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우리 동요'
가을빛이 너무 좋아 지난 14일 무작정 기차를 탔다. 덜컹거리는 차창 안에서 바라보는 산빛이며 들빛도 어느새 홍조를 띠고 있었다. 오랜만에 하는 기차 여행이었다. 달리는 기찻길을 따라 손을 흔드는 철로변의 아름다운 코스모스의 행렬에 물안개처럼 그리움이 피어났다.
나는 어린 시절 철로변에 산 적이 있다. 그 당시 아이들의 놀이 중에 가장 신나는 놀이는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얼른 뛰어가 철로에 귀를 대고 듣는 것이었다. 그 놀이가 어린 나에게는 가장 재미났었던 것이다.
기찻길 옆 아이들 다 어디 갔을까
기차가 다니는 철로변의 집들 중엔 우리 동요처럼 오두막이 많았다. 오두막에 사는 철로변의 아이들에게 기찻길은 놀이터에 다름 없었다. 엄마들과 아빠들이 거의 일터로 나가고 나면, 할일 없는 동네 꼬맹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하루에 몇 번 안 지나가는 기차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기차가 지나가면, 반가운 마음에 기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곤 했다.
요즘 같은 가을이면 하늘거리는 철로변 코스모스 밭에서 꽃잎을 따서 소꼽놀이 하거나, 기차가 지나간 철로에 소라 같은 귀를 접고 오래 오래 그 소리를 듣곤 했다. 그때 그 철로를 통해 들려오는 기차 소리는 마치 먼 하늘에서 들려오는 교향악처럼 웅장했고 가슴을 쿵쿵 뛰게 했다.
가끔 길거리에 흩어진 병따개나 못을 주워 와서 철로 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고 기차가 지나가길 몇 시간씩 땡볕에서 기다릴 때도 있었다. 기차가 지나가면 병따개와 못이 납작해지고, 그걸로 친구들이랑 재미나게 놀았던 것이다.
요즘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기찻길은 위험해서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데, 그리 멀지 않는 시간 속에서는 정말 기찻길은, 철로변의 아이들에게는 너무 신나는 놀이터였던 것이다.
짧은 이별, 길고 긴 그리움
드높아진 가을 하늘은 손을 대면 금방이라도 퉁퉁퉁 가야금 소리라도 날 듯 맑다. 무리진 들국화의 손짓을 따라 달리는 야트막한 야산의 지붕 낮은 집들을 바라보니, 들국화로 꽃 화관을 잘 만들었던 철로변에 함께 살았던 수옥이랑 얼굴이 예쁜 옥희, 언니처럼 어른스럽고 키가 큰 현자 생각도 많이 난다.
수옥의 엄마는 학교 앞에서 찐빵가게를 해서 수옥이는 어린 동생들을 항상 돌봐야 했다. 나는 그런 수옥이 집에서 놀다가 싸우기도 많이 했다. 그렇게 싸워서 며칠 안 찾아간 사이, 수옥이는 엄마를 따라서 말도 없이 이사를 가버렸던 것이다.
나는 뒤늦게야 수옥이와 싸운 일에 대해 울고 불고 했지만, 그 후 그애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어쩜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가슴 아픈 이별을 실감나게 느끼게 해 준 사람은 수옥이가 아닌가 싶다. 유난히 얼굴이 코스모스처럼 해맑고 꽃화관을 잘 만들던 수옥이가 이런 가을이면 코스모스 흐드러지게 핀 철로변의 오두막과 함께 떠오르는 것이다.
누가 지나온 시간을 뒤로 뒤로 달리는 기차처럼 데려다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인생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어, 새로운 시간의 가을마저 이토록 곱게 채색해 주는 것도 같다….
청석 얹은 지붕에 별빛이 내려 쪼이면
한 겨울에 장독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납니다.
벌레 소리가 요란 합니다.
가을이, 이런 시간에 엽서 한장에 적을 만큼씩 오는 까닭일 겁니다.
<산촌 여정> 중-'이상'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칙 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 아기 잘도 잔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우리 동요'
▲ 기차 여행 ⓒ 송유미
가을빛이 너무 좋아 지난 14일 무작정 기차를 탔다. 덜컹거리는 차창 안에서 바라보는 산빛이며 들빛도 어느새 홍조를 띠고 있었다. 오랜만에 하는 기차 여행이었다. 달리는 기찻길을 따라 손을 흔드는 철로변의 아름다운 코스모스의 행렬에 물안개처럼 그리움이 피어났다.
나는 어린 시절 철로변에 산 적이 있다. 그 당시 아이들의 놀이 중에 가장 신나는 놀이는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얼른 뛰어가 철로에 귀를 대고 듣는 것이었다. 그 놀이가 어린 나에게는 가장 재미났었던 것이다.
기찻길 옆 아이들 다 어디 갔을까
기차가 다니는 철로변의 집들 중엔 우리 동요처럼 오두막이 많았다. 오두막에 사는 철로변의 아이들에게 기찻길은 놀이터에 다름 없었다. 엄마들과 아빠들이 거의 일터로 나가고 나면, 할일 없는 동네 꼬맹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하루에 몇 번 안 지나가는 기차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기차가 지나가면, 반가운 마음에 기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곤 했다.
요즘 같은 가을이면 하늘거리는 철로변 코스모스 밭에서 꽃잎을 따서 소꼽놀이 하거나, 기차가 지나간 철로에 소라 같은 귀를 접고 오래 오래 그 소리를 듣곤 했다. 그때 그 철로를 통해 들려오는 기차 소리는 마치 먼 하늘에서 들려오는 교향악처럼 웅장했고 가슴을 쿵쿵 뛰게 했다.
가끔 길거리에 흩어진 병따개나 못을 주워 와서 철로 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고 기차가 지나가길 몇 시간씩 땡볕에서 기다릴 때도 있었다. 기차가 지나가면 병따개와 못이 납작해지고, 그걸로 친구들이랑 재미나게 놀았던 것이다.
요즘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기찻길은 위험해서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데, 그리 멀지 않는 시간 속에서는 정말 기찻길은, 철로변의 아이들에게는 너무 신나는 놀이터였던 것이다.
▲ 코스모스길 따라 ⓒ 송유미
짧은 이별, 길고 긴 그리움
드높아진 가을 하늘은 손을 대면 금방이라도 퉁퉁퉁 가야금 소리라도 날 듯 맑다. 무리진 들국화의 손짓을 따라 달리는 야트막한 야산의 지붕 낮은 집들을 바라보니, 들국화로 꽃 화관을 잘 만들었던 철로변에 함께 살았던 수옥이랑 얼굴이 예쁜 옥희, 언니처럼 어른스럽고 키가 큰 현자 생각도 많이 난다.
수옥의 엄마는 학교 앞에서 찐빵가게를 해서 수옥이는 어린 동생들을 항상 돌봐야 했다. 나는 그런 수옥이 집에서 놀다가 싸우기도 많이 했다. 그렇게 싸워서 며칠 안 찾아간 사이, 수옥이는 엄마를 따라서 말도 없이 이사를 가버렸던 것이다.
나는 뒤늦게야 수옥이와 싸운 일에 대해 울고 불고 했지만, 그 후 그애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어쩜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가슴 아픈 이별을 실감나게 느끼게 해 준 사람은 수옥이가 아닌가 싶다. 유난히 얼굴이 코스모스처럼 해맑고 꽃화관을 잘 만들던 수옥이가 이런 가을이면 코스모스 흐드러지게 핀 철로변의 오두막과 함께 떠오르는 것이다.
누가 지나온 시간을 뒤로 뒤로 달리는 기차처럼 데려다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인생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어, 새로운 시간의 가을마저 이토록 곱게 채색해 주는 것도 같다….
▲ 가을 여행 ⓒ 송유미
청석 얹은 지붕에 별빛이 내려 쪼이면
한 겨울에 장독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납니다.
벌레 소리가 요란 합니다.
가을이, 이런 시간에 엽서 한장에 적을 만큼씩 오는 까닭일 겁니다.
<산촌 여정> 중-'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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