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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백수피해 농민 "수매 아닌 수거해 달라"

충남 태안 일대 농민들 호소... "정부가 농민 상대로 쌀장사 할 건가"

등록|2010.10.22 14:07 수정|2010.10.22 14:07

백수피해 입은 논의 논두렁을 힘없이 걷고 있는 농민백수피해 농민들의 절규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농민들은 추수시기의 한계가 다가옴에 따라 이제는 수매가 아닌 '수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 정대희


"금은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임대농이다. 그래서 선불로 임대료를 주던가 추수를 하고 나면 마지기당 지정된 돈을 줘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빚을 얻어서 줘야 할 판이다."

제7호 태풍 '곤파스'가 할퀴고 간 상흔은 너무나도 컸다. 갖은 풍파에도 불구하고 수백년간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던 문화재는 물론 태안의 대표 수목인 아름드리 소나무에 이르기까지 곤파스의 위력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바다 인근 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벼 백수피해는 가뜩이나 어려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농민들의 아픔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20일 충남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 일원의 금은농장. 50여 명이 이르는 사람들이 금은농장의 한 논에 모여있다. 이들은 충남도의회 농수산경제위원회 위원들로 백수피해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수렴하기 위해 피해현장을 찾았다.

이미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다녀갔지만 추수를 할 수 있는 적정시기가 점점 임박해오면서 피해농민들의 절규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 피해농민은 손으로 나락을 훑으며 "추수를 해도 10개 중에 2개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수매가 불가하다"며 "여기다 대고 1, 2, 3등급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또 "농협이 재현율 50% 미만은 수매조차 받아주지 않는다. 재현율을 맞추라고 하면 맞추겠지만 건조하면 (쭉정이가) 다 날아가서 수매할 게 없다"며 "이는 정부가 농민을 상대로 쌀 장사하는 꼴 밖에 안된다"고 주장했다.

농민 박성수(근흥면 정죽3리)씨는 추수를 하지 않은 논을 가리키며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겠지만 논둑을 기준으로 1미터까지만 벼고 안쪽으로는 다 쭉정이"라며 "(추수 후) 불어내기 전의 모든 벼를 수매해 달라"고 건의했다.

임대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이성순(정죽3리)씨는 "농협에 의뢰해서 재현율 따지지 말고 등급없이 수매가 아닌 수거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건의한 뒤 "이제 겨울이 다가오는데 난방비조차 나오지 않고 있고, 아이들 공과금도 내야 하는데... 임대료도 빚을 얻어서 줘야 할 판"이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추수한 찰벼... 일반벼와 같아보이지만...어쩔 수 없이 수확한 찰벼. 일반벼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쭉정이가 많이 섞여 있다. 한 농민은 6마지기에 보통 7~8자루(700kg 기준) 정도가 나와야 정상이지만 올해는 겨우 1자루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 정대희


한편, 정부는 벼 대파대 기준단가인 헥타르당 220만 원 중 50%에 해당하는 110만 원을 보조하고 나머지는 융자(30%)와 자담(20%)으로 부담하는 안과 50% 이상 농가에 대한 호당 77만 원의 생계비 지원, 헥타르당 농약대 10만 원 지원 등을 시행 중에 있다.

이에 더해 정부는 백수피해의 심각성을 고려, 22일에는 ▲ 백수피해 벼에 한해 공공비축 및 시장격리 물량과 별도로 10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농가가 희망하는 벼 전량 매입(잠정등외 규격 신설) ▲ 백수피해 벼 중 사료 가치가 있는 벼를 조사료로 공급할 경우 조사료 제조에 필요한 비용(톤당 3만원) 지원 ▲ 백수피해로 수확불가한 경우 특별경영안정자금 400억원 추가 확보 융자 지원(5천만원 이내, 금리 3%) ▲ 농어촌공사를 통해 농지매입 자금 등 정부자금 지원받은 백수피해농가에 대해 피해율에 따라 상환연기, 이자감면 및 임차료 감면 등을 골자로 하는 백수피해 지원 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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