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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내성적인 사람일 뿐이었다

[서평] 마티 올슨 래니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

등록|2010.10.23 12:01 수정|2010.10.23 16:48
내성적인 사람들의 좌우명

잘 놀자.
휴식을 갖자.
내 내면세계를 인정하자.
진실하자.
호기심을 만끽하자.
언제나 조화롭게 살자.
고독을 즐기자.
감사의 마음을 갖자.
내 자신이 되자.

"잊지 말지니, 자기만의 빛을 한껏 뽐내라"

-책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 중에서

그러니까 나는 27년간을 단체생활 부적응자로 살아왔다. 나는 혼자 하는 활동이나, 친한 친구 몇 혹은 소규모 모임에서의 활동은 신이 나 했으면서도 과 활동이나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집단 활동에서는 쉬이 기운을 잃거나 혼란에 빠지곤 했다.

초중고교 시절 내내 체육시간만 되면 멀쩡하던 배가 몹시 아프기 시작했고 콩나물 시루같이 빽빽한 교실을 슬그머니 나와, 화장실로 피신(?)하는 일도 잦았다. 대학 시절에는 과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엠티에 수시로 빠져 선배들의 눈총을 샀다. '마시고 죽자'식의 술자리도 싫었지만, 단체로 움직이고 같은 활동을 해야 하는 자리는 온 힘을 다해 그저 피하고만 싶었다.

나는 집단생활 부적응자로 살아왔다

▲ 책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표지 ⓒ 서돌

보신각 종소리를 듣기 위해 종로 한복판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나, 월드컵 응원을 단체로 하는 인파를 볼 때마다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내가 저 속에 들어간다면 기가 빠져 주저앉아 혹시나 밟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또한 일대일 만남을 즐겼다. 단짝친구 한 명과 팔짱끼고 다니며 속 깊은 얘기 나누길 좋아했고, 익숙한 사람과 몸에 익은 환경만을 마음으로 환영했다. 혹여나 마음 밖에 있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최소한의 대답만을 했고 그래서 늘 만나는 사람만 만나며 좁은 반경 안에서 살았다. 나는 행복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는 무수한 오해는 때로 나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여러 친구들과 고루 사귀지도 못했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일이 잦았으며, 내게 호의를 가지고 다가오는 친구에게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 상처를 주기도 했던 것이다. 나는 많은 비난을 받았으며 더욱더 좁은 인간관계 안에서 살게 됐다.

가끔은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사는데 별 지장은 없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은 찝찝했다. 나 자신에 대한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늘 그 자리에 있었기에. 그러던 중 이 책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를 읽게 됐다.

내성적인 사람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들다. 군중 속이나 떠들썩한 환경 속에 있으면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아주 좋아하면서도 가끔씩 혼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쉬어줘야 한다. 머릿속이 어느 순간 작동을 멈추어버리는 경험을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럴 때 내성적인 사람의 머리는 셔터를 내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제발, 그만! 머릿속이 깜깜해지고 있어." - 책 중에서.

나 자신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을 풀어준 책,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 덕분에 유치원 시절부터 나 스스로에게 가지고 있던 궁금증과 오해를 모조리 풀 수 있었다. 막힌 곳이 뚫리자 시원해졌다. 그리고 그간 내가 잘못된 행동을 했던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뻤다. 나는 그저 내성적인 사람으로 태어났고, 타고난 대로 말하고 행동하며 살아왔을 뿐이었던 것이다.

이 책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의 저자 마티 올슨 래니는 그녀 자신도 내성적인 사람임을 고백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기가 쏙 빠지기 일쑤고, 혼자 있어야 마음의 안정이 되며, 모든 행동이 남보다 느려 종종 애를 먹곤 했다는 그녀는 그러나 내성적인 사람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알리려 이 책을 집필했다고 말한다.

여기서 잠깐, 내성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은 어떻게 구분할까? 자기 자신이 내성적인 사람인지, 또는 외향적인 사람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해 간단명료하고 알기 쉬운 설명을 한다. 내성적인 사람은 혼자 있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외향적인 사람은 여러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한다는 것이다. 즉, 서로 다른 에너지 충전 방식이 내/외향성의 구분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바깥 자극에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내면 세계를 정리하고, 다시금 외부 세계와 만날 마음의 준비를 한다.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다양한 만남을 통해 끊임없이 자극을 받아야만 활력을 띈다. 외향적인 사람과 내성적인 사람의 비율은 3:1정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내성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혹시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자기오해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내성적인 사람으로 태어났기에 누릴 수 있는 평화와 마음의 안정, 깊이 있게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에 되려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나와 에너지상의 정 반대선상에 있는 외향적인 사람들을 따스한 눈으로 보고, 포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생겨난다. 이 책은 나 자신은 물론이고, 나와 전혀 다른 타인에 대한 이해를 가능케 하는 내용들로 가득해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머릿속이 점점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내성적인 아이, 외향적인 아이 올바로 양육하기

▲ 변지혜/작가 ⓒ 변지혜

책에는 내성적인 아이와 외향적인 아이에 대한 적절한 양육법등도 상세히 실려 있다. 종잡을 수 없는 아이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부모라면 이 책을 꼼꼼히 읽어볼만하다. 내성적인 아이를 키우는 외향적인 부모와, 외향적인 아이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성적인 부모들의 사례 및 극복법 등이 나와 있어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고 양육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니 인생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다 안다고만 생각했던 나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려준 이 책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원제는 How to Thrive in an Extrovert World-외향적인 사람들의 세계에서 잘 살아나가는 법-인데, 원제가 책의 내용을 더 잘 담고 있다)의 저자 마티 올슨 래니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며 외향적인 사람들의 세계에서 떠밀려 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내성적인 동족(!)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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