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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를 지나며 금강은 행복하게 흐르는가

철새들의 땅 합강리가 인간의 친수공간 땅으로 바뀌다

등록|2010.10.25 15:06 수정|2010.10.25 15:07
10월 금강트래킹에 다섯 살 꼬마가 왔는데 걱정이다. 오전 7km, 오후 3km를 과연 걸을 수 있을지, 더욱이 이번 합강리 구간은 매끈하게 정비되어 풀 한 포기 찾아보기 어렵고, 먼지 풀풀 나는 제방에 그늘이 될 만한 나무하나 없는 데 말이다.

그러나 걱정만 하기에는 푸른 하늘 속 흰 구름 뭉개 떠가는 10월의 가을 하늘이 참 좋다. 합강리의 땅이 아픔을 주어도 의연하게 흘러가는 금강의 물결과 푸른 하늘, 그리고 귓불을 어루만지는 가을바람이 꼬마의 여행길을 위로할 테니까.

인사나누고 몸풀기녹색연합의 금강트래킹에 참가하는 다양한 가족 중 재수생과 엄마, 다섯살난 꼬마를 달고 온 부부가 몸풀기를 하고있다. ⓒ 최수경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합강리는 넓은 하폭에 모래톱과 하중도, 버드나무 습지가 잘 발달한 금강의 내륙습지로서 다양한 철새와 야생동물의 서식공간으로 잘 알려졌다. 그러나 녹지와 친수공간 52%를 자랑하며 건설되고 있는 행복도시의 심장부를 흘러가다 보니, 금강의 물길은 많은 부분 변형이 되었고, 4대강 사업의 봇물 속에 준설과 제방보축, 자전거도로 등 그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제방보축과 확장으로 신작로가 된 금강의 좌안제방최근 식재된 어린 은행나무에 오색딱따구리 한쌍이 매달려있다 급히 강쪽으로 날아갔다. 오래도록 살아온 그들에게 교란된 환경은 적응하기 힘들 뿐이다. ⓒ 최수경


4대강 사업은 홍수대비를 한다고 제방고를 높이면서, 역설적이게도 둔치의 물흐름을 저해해 제방 붕괴의 위험을 줄 수 있는 둔치숲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저수호안에서부터 둔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무가 식재되었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둔치숲 조성중물 흐름을 저해하는 위험스런 둔치숲 ⓒ 최수경


합강리 우안은 너른 모래둔치가 잘 발달해 농경이 활황을 띄는데 반해, 좌안은 산사면에 오솔길, 그리고 급격히 떨어지는 경사가 심해 농경지도 미약했다. 그러나 금강의 물줄기를 감싸는 우안의 살을 떼어다 좌안에 붙이는 성형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금강의 물길은 완전히 바뀌었고, 좌안에도 안정적으로 자전거도로를 놓을 수 있는 면적이 확보되었다.

합강리 좌안의 변화버드나무와 갈대가 풍성했던 좌안의 어제와 오늘 ⓒ 최수경


우안의 살점이 좌안에 와서 붙어있는 합강리지형의 변화를 지켜본 이가 아니라면, 또 그리 슬픈 일도 아닐 것이다. ⓒ 최수경


지금 걷는 이곳의 금강물길 성형의 변화가배수로 속 물고기의 터가 흙에 덮히다 ⓒ 최수경


강에 횡으로 가배수로를 만들어놓고, 우안의 흙을 트럭에 담아와 연방 좌안에 쏟아부었다. 가배수로에 갇힌 흙탕물 속 물고기의 안위와 그들의 이동통로 확보에는 관심이 없었다. 신속히 좌안 둔치가 넓게 형성되면서 자전거도로와 둔치숲의 면적이 확보된 것이다.

그러나  강은 언젠가는 제 물길로 회귀하며 저 인공의 살을 깎아 먹을 지도 모를 일이다.

숲가에 탱글히 맺힌 물봉선 씨앗을 터뜨리는 아이들온몸에 전율을 주는 물봉선 씨앗의 위력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모를 일이다. ⓒ 최수경


길에서 만난 민달팽이꼬마 손만한 민달팽이, 발레 밟힐 뻔 했다 ⓒ 최수경


호남고속철도 공사 중인 가교를 건너 부용면 매운탕집에서 곡류로 흐르는 부용가교 쪽의 금강을 관망한다. 깨끗한 대청호 물그릇에 잠시 머물렀다 대전의 갑천물을 받아들여 잠시 우울해졌지만, 다시 이곳 부강에서 금강은 여울지며 힘껏 내달리고 있다. 그러나 곧 4대강사업지구권 안에 들어가며 금강은 누른 물이 아닌 흙탕물을 이룰지도 모르고.

청원군 부강면 부용리의 금강정비된 합강리의 금강을 걷다가 간만에 부용을 흐르는 탁 트인 자연형하천을 본다. ⓒ 최수경


합강습지가 갖고 있는 생태적 가치에 대해선 2007년 호남고속철도 계룡산 통과구간 환경생태공동조사에도 잘 나와 있듯이 합강리 3개 지점에 30과 61종 2967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겨울이면 큰고니들과 대규모의 큰기러기떼들이 이곳에서 월동을 하는데, 이렇게 계절을 따라 생활사를 완성하는 새들이 이곳에 모여드는 이유는 금강에 면한 장남평야의 먹을거리와 합강리 모래톱 버드나무 하중도가 주는 안전한 휴식처가 그 이유일 수 있을 것이다.

한나래공원이라고 이름붙혀진 습지의 변화둔치조성과 자전거도로, 제방도로 확장 등으로 철새를 위한 습지가 아닌, 인간을 위한 습지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최수경


합강리 습지가 더 주목받았던 이유는 겨울에 다량의 철새가 도래하기 때문, 그래서 이곳의 제방 위에서 탐조하고자 자동차 문 닫는 소리라도 들릴라치면 새들은 가차없이 날아오를 만큼 소리와 움직임에 민감한 곳이었다.

행복도시조차도 습지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듯 이곳은 한나래공원이라는 이름의 습지공원으로 조성되고 있지만, 자전거도로 설치와 제방도로를 확충하면서 향후 사람의 이동이 잦아지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말로만 외치는 합강리 습지보호는 소리와 움직임에 민감한 철새들의 서식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반생태적 습지공원 조성계획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아직 정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길천연의 흙길과 갈대군락을 맛 볼 일도 이제 없을 일. ⓒ 최수경


다섯살 꼬마에게 행복도시가 꿈이 아니길인간을 위한 친수공간 52% 가운데 생명을 위한 친수공간 몇%라도 내어줄 수 있을 지. ⓒ 최수경


행복도시가 정녕 행복을 꿈꿀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나려면, 사람이 살맛 나는 도시는 물론이려니와, 그 땅이 고향인 철새들 역시 그 땅에서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행복지구 이곳저곳에서 고향을 등져야 하는 많은 노거수들은 그나마 인근에서 옛바람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고향이 짓밟힌 철새들은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으리.

월산리 소나무조상때부터 예서 살았지만, 이식대상수목으로 지정되어 문패달린 월산리 수백년 소나무들 ⓒ 최수경


양화리 은행나무행복도시 안에서 너도나도 떠나야하는 노거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예서 살 수 있는 양화리 은행나무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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