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손학규 "춘천 살 때 봉투도..."
[관훈클럽 토론회 이모저모] '무상임대' 논란에 정공법 택해... "대통령 롤모델은 DJ"
▲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권우성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강원도 춘천 칩거 당시 머물렀던 자택을 '무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손 대표는 지난 18대 총선 참패 이후 춘천으로 낙향, 약 2년간의 '와신상담(臥薪嘗膽)' 끝에 당 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26일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선 가벼운 몸풀기용 질문으로 "춘천 칩거 당시 지인의 집을 무상으로 임대한 것이 옳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기에 가볍게 던져진 질문이긴 했지만 최근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스폰서 논란'을 생각할 때 쉽지 않은 답변이었다.
손 대표는 '정공법'을 택했다. 손 대표는 "저하고 먼 친척뻘 되는 지인에게 '어디 조용히 지낼 데가 없을까' 물었다가, 춘천에 집이 두 채 있다며 와서 지내란 뜻을 받았다"며 "집만 공짜로 사용한 게 아니라 땔감값, 전기값, 수도값도 안 냈다"고 솔직히 밝혔다.
현재 당에서 지원하는 경비 외에 다른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용무에 드는 비용을 어떻게 해결하냐는 질문에도 손 대표는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어렵고 중요한 문제를 지적해줬다"며 "춘천에도 있다가 보면 과일이나 고기를 사가지고 오는 분도 있었지만 조그만 봉투를 놔두고 가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그러나, "지금 이 말을 드리면서 그냥 우스갯소리로 넘기고자 하지 않는다"며 정색했다.
손 대표는 "오늘의 정치현실에서 이런 모든 것을 법대로 투명하게 못하는 현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우리의 숙제로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으레 정치인들이 하는 말이라 여길지 모르겠지만 소위 떳떳하지 않은 지원은 받지 않았단 점을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방, 당시 정치적 입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맺은 관계를 검증하는 질문도 나왔다. 특히 손 대표가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고까지 힐난하는 등 '반노' 성향이 강했단 점을 감안한 얘기였다. 손 대표가 최근 봉하마을을 방문, 노 전 대통령 묘역에 무릎을 꿇는 등 '친노 끌어안기'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주목됐다.
손 대표는 이와 관련, "저는 화해 같은 표현을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관계가 다 풀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이) 현직에 계실 때 비판도 하고 적절하지 못한 표현을 쓴 것, 이런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손 대표가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대변인 시절 김대중 대통령을 일러 "행동하는 흑심(黑心)"이라고 비방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손 대표는 "현재 시점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은 여한이 없다"며 "당시 정치적 입장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저를 지키지 못한 일에 대해선 송구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살아온 분은 세계에서도 흔치 않다"며 "아무도 생각 못했을 때 '4대국 안전보장론'을 말하시는 등 한반도 평화·화해·협력에 대해 진작부터 앞을 내다보시고 굳센 의지를 갖고 실현하신 분"이라고 김 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아울러, 손 대표는 "전직 대통령 가운데 롤모델로 삼을 만한 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도 즉각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으며 "그분이 갖고 있는 민주주의와 국민에 대한 애정, 평화에 대한 깊은 철학, 그리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인동초 같은 의지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 초청 관훈토론회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김문수, 영어마을을 학원으로 전락시켜놓고 딴소리"
손 대표는 대선 주자 가운데 지지층이 겹치는 것으로 나타난 김문수 현 경기지사에 대해선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무엇보다 손 대표가 경기지사 당시 추진·운영했던 경기도 영어마을에 대해 김 지사가 '전시성·낭비성 대표 사례'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불쾌감이 컸다.
손 대표는 "영어마을 사업이 지자체가 할 만한 사업이 아니었다는 평가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없는 데서 나온 평가"라고 김 지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무엇보다, "교육·복지라는 개념은 수지타산의 문제가 아니다"며 "교육청에 위탁해서 영어마을에서 학교교육을 1주일간 할 수 있도록 한 공교육 체계를 학원으로 전락시켜놓고 딴소리를 한다, 분개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 "전국의 지자체가 서로 다퉈가며 영어마을을 만들었는데 그 사람들이 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냐"며 "교육과 복지는 시장만으로, 경쟁만으로, 돈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영어마을은 돈을 쓰기 위한 것이었지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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