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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예고된 굴욕... 정치적 텃밭 '흔들'

광주 서구청장 재선거 패배 후폭풍... 당 변화 요구 봇물

등록|2010.10.28 12:07 수정|2010.10.28 12:07

▲ 민주당 지도부. 정동영 최고위원,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정세균 최고위원(자료 사진). ⓒ 남소연


광주에서 '민주당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10.27 광주 서구청장 재선거 결과 민주당은 텃밭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선거 운동을 벌였지만 손에 받아든 성적표는 충격적이었다.

무소속 김종식 후보(37.9%)에게 당선자 자리를 내준 것은 물론 비민주 야4당 단일후보로 나선 서대석 국민참여당 후보(35.4%)에게도 밀렸다. 민주당 간판을 달았던 김선옥 후보(24%)는 2위 후보에 11.4%p나 뒤지는 3위였다.

민주당의 패배는 이미 예고된 재앙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7.28 광주 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비민주 야4당 단일후보로 나선 오병윤 민주노동당 후보는 장병완 민주당 후보에게 패하긴 했지만 44.1%를 얻어 광주 민심의 변화를 대변했다.

특히 당시 민주당의 승리는 오병윤 후보에 대해 '색깔론'까지 동원하는 구태를 보인 끝에 얻어낸 악취 나는 '전리품'이었다.

게다가 민주당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도 광주 서구청장 선거에서 패했다. 그럼에도 다시 치르게 된 재선거에서 안일한 모습을 보였다. 당 내에서는 공천 문제를 놓고 선거 막판까지 잡음이 일었고 한 번 패배한 후보를 다시 공천했다는 비판도 불거졌다.

이 때문에 손학규 대표는 물론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지만 민주당에 등을 돌린 민심을 돌리지 못했다.

당 내에서는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종식 후보도 결국 민주당 사람 아니냐", "전국적인 선거도 아니고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였다"며 애써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광주의 민심 이반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점에서 그동안 지역 기득권에 안주해온 민주당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광주가 더 이상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할 땅이 됐다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28일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던 광주에서 패한 것은 뼈 아픈 교훈을 남겼다"며 "자만과 타성에 젖어서 변화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공천을 좀 더 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라며 "자성의 계기로 삼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원들 사이에서도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선거 참패 결과가 나온 이후 민주당원들은 당 홈페이지에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글들을 남기고 있다.

아이디 '평생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는) 호남도 이제 점점 민주당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이 너무나 자만했다는 증거"라며 "당을 조속히 개혁체제로 돌리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에서 계속되고 있는 민주당의 고전으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에 가해질 '기득권' 포기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게 됐다.

양순필 국민참여당 대변인은 "이제 광주는 더 이상 특정 정당이 정치적으로 독점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민주당도 낡은 지역주의 기득권에 안주하지 말고 스스로 혁신하고 더 큰 야권연대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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