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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산업=주물공장?... 이상한 '예산군'

[예산주물단지① 현장탐방] 쫓겨가는 '진해마천 주물단지'는 '예산주물단지'의 미래?

등록|2010.10.31 16:16 수정|2010.11.03 11:31
충남도와 예산군은 지난해 11월 도청 회의실에서 인천에 있는 경인주물공단조합 등 22개 기업의 예산군 이전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경인주물조합 소속 22개 주물생산업체(인천 서구 경서동 일원)가 2013년까지 예산군 고덕면 상몽리 일원 48만㎡(약 14만 5천 평)에 들어설 예정이다. '주변 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신소재 산업'이라는 예산군 및 사업 시행자 측과 '믿지 못하겠다'는 주민들.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와 당진 및 예산 주민들이 10월 27일과 28일 주물공단 현장 확인에 나섰다. [편집자말]

▲ 진해마천산업단지 내 한 주물업체 내부. 쇳물을 녹이는 과정에서 생긴 분진이 공장내에 쌓여있다. 근처에서 한 근로자가 마스크에 의존해 작업하고 있다. ⓒ 심규상


충남 예산군 고덕면 사리에 살고 있는 정환중씨는 올해 채 익지도 않은 벼를 일찌감치 수확했다. 현재 운영중인 인천서부산업단지 내 수십 여개의 주물업체들이 그가 살고 있는 충남 예산으로 이전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서둘러 농사일을 마무리한 것이다. 그가 농사일을 뒤로하고 주물단지 입주를 막는 일에 몰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예산군은 지난해 11월 23일 충남도와 함께 경인주물조합 소속 22개 업체(인천 서구 경서동 일원)와 주물산업단지 조성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예산군은 고덕면 상몽리 일원 48만m²(약 14만 5천평) 부지에 총사업비 677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13년 주물산업단지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경인주물조합 측은 이전사업시행자로 건설사를 내세워 사실상 몸을 숨겼고, 예산군은 처음부터 이 사업의 이름을 '예산신소재산업단지'라고 이름 붙었다. 올해 초, 큰 산업단지가 입주한다는 얘기가 떠돌았지만 주민들은 '신소재산업단지'라는 이름 그대로 첨단 친환경업체인지 알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 5월 말, 주민들은 예산군이 말한 '신소재산업'이 '주물공장'이라는 소문을 듣고 모내기를 끝내자마자 예산군청으로 달려가 공해업체는 안된다고 처음으로 항의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예산군 관계자로부터 "주물공장에 대해 알기나 하고 반대하느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예산군 관계자들은 "오는 2012년 대기환경보전법이 시행되는 만큼 강화된 규정에 따라 건물과 시설이 들어서면 환경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민들을 설득하기까지 했다.          

코 틀어막게 하는 주물공단, 매연+악취+분진+소음

▲ 진해마천산업단지 내 한 주물업체. 한 근로자가 마스크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있다. ⓒ 심규상


하지만 인천 주물공장 등 현장을 견학하고 온 주민들은 "환경오염방지시설을 아무리 한다하더라도 중금속이 배출되는 주물단지는 농업으로 먹고 사는 청정지역에 들어설 수 없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주변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신소재 산업'이라는 예산군 및 시업시행자 측과 '믿지 못하겠다'는 주민들.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27일 현장취재에 나섰다.

27일 오후. 진해마천산업단지에 들어선 일행들이 코를 틀어막았다. 진해마천산업단지(경남진해시 남양동 일원)는 인천주물산업단지, 경북 고령군의 다산주물산업단지와 함께 한국 3대 주물공단 중 하나다. 역한 냄새에 인상마저 구겨졌다. 눈도 따가웠다. 한 주물업체에 들어서자 냄새는 더 심해졌다. 공장 외곽을 오가는 직원들도 하나같이 방진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공장 안 상황은 더 심했다. 실내먼지가 숨 쉬기가 싫어질 만큼 탁했다. 곳곳에 겹겹이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옆 사람과 얘기를 나눌 수 없는 만큼 소음이 심했다.

이날 함께 공단을 찾은 조찬형씨는 "얼굴이 따갑고 속이 메스꺼워 더 이상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충남 당진 면천에 사는 주민으로, 면천은 당진 합덕, 순성 등과 함께 예산주물단지 입주예정지역과 불과 1~2km 떨어져 있다. 때문에 당진 면천 주민과 예산 고덕면 주민 10명이 이날 현장 견학에 동행했다. 

진해마천일반산업단지 관계자는 "이 공장은 입주한 지 20년 가까이 지나 시설이 노후됐기 때문에 소음과 분진, 악취 등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추진 중인 밀양하남산업단지로 이전할 경우 강화된 대기환경보전법을 적용, 최신설비를 갖추게 돼 모든 문제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일행은 이번에는 강화된 환경기준에 맞춰 최신설비를 갖춘 단지 내 다른 업체를 찾았다.
업계관계자는 "수년 전 최신설비를 갖춰 분진이나 냄새가 전혀 없다"며 "우리 시설은 세계 수준의 시설로 일본의 주물공장에서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세계수준의 시설'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소개가 일행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현장은 앞서 둘러본 업체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지만 작업장 곳곳에 먼지가 쌓여 있었고,  냄새 또한 여전했다. 동행한 예산에 사는 정환중 주물공단 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이게 세계수준의 시설이라면 더 볼 것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뿌연 먼지로 꽉 차 숨쉬기조차 힘든 작업장

▲ 진해마천산업단지 내 한 주물업체 내부전경 ⓒ 심규상


이어 방문한 주물 재처리업체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해당 업체에 일행이 들어서자 폐기물을 운반하던 중장비가 순간 엔진을 멈췄다. 하지만 폐기물처리 작업장은 뿌연 먼지로 꽉 차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그 속에서 여러 명의 근로자들이 방진마스크에 의존해 연신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 업체 관계자 역시 "밀양산업단지로 이전하면 그 때 환경저감시설을 갖출 예정"이라며 "그때까지는 현재시설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장을 둘러보던 예산고덕농협 박기종 조합장은 "이게 현행법으로  문제가 없다면 여기서 법이 더 강화된들 무슨 소용이 있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행한 예산군 고덕면 주민들은 "이곳은 예산으로 이전하려는 인천의 경인주물공단과 비교하면 그나마 양반"이라며 "얼마 전 견학했던 인천 주물공단은 악취와 먼지가 이보다도 배는 더 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친환경업체라면 왜 쫓겨 가겠나"

▲ 숨쉬기조차 힘든 주물사 재처리업체. 실내에 먼지가 꽉차 있다. ⓒ 심규상



         
진해마천산업단지 내 주물업체 대부분은 지난 1992년 부산 사상구에서 이전해왔다. 공해문제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자 사실상 이곳으로 떠밀려온 것. 그렇다면 이들 업체가 입주 18년 만에 다시 밀양하남산업단지로 이전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진해마천산업단지 이명오(73) 전무는 "생산시설을 보다 증설하고 보완하기 위해 땅값이 보다 저렴한 곳으로 옮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당진과 예산 주민들이 '생활환경 오염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 때문 아니냐'고 거듭 묻자 "주민민원 문제도 이전 사유 중 하나"라고 시인했다.

공단 인근에 사는 신금숙(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씨의 답변은 분명했다. 

"주물공장이 친환경업체라면 왜 이곳에서 쫓겨가겠습니꺼? 인천주물공장이 충남 예산으로 왜 가려하겠습니꺼? 처음엔 첨단시설이라고 들어왔다 공해배출로 주민들하고 문제가 생기니까 버티다 버티다 결국 옮겨가는 거라예." 

그는 이어 "환경오염문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지역 주민들이 공단 측과 심한 갈등을 겪었다"며 "주물공단의 이전은 전적으로 시설노후화에 따른 공해배출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 업체들이 결국 이전할 수밖에 없게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은 대기오염으로 아토피에 시달리고 기침과 콧물을 달고 살았고 어른들은 시꺼먼 매연에 창문을 열 수도, 빨래를 널 수도 없는 상태"라며 "오죽했으면 공단 주변학교 교실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했겠냐"고 반문했다.

실제 인근 웅동초등학교 교실에는 공기청정기가 설치, 가동되고 있었다. 신씨는 "아무리 법을 강화하고 첨단시설을 갖춘다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시설은 노후화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18년 전 처음 이곳에 주물업체가 들어설 때처럼 '첨단시설'이라고 하겠지만 20년도 안돼 낡은 시설이 돼 공해를 품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주물공장, 대규모 공단 조성하면 절대 안돼"

▲ 주물사 재처리업체의 작업장 내부 모습. 소음과 악취, 분진으로 귀마개와 방진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 심규상


한때 이곳에서 공해추방대책위 간사를 맡는 등 문제해결을 위해 고심해온 신씨에게 해법을 물었다.

"한마디로 주물공장은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면 절대 안됩니더. 주물공장을 하나씩 멀찌감치 서로 떨어뜨려 놔야지 환경저감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할 수 있고 주민감시도 수월해 집니더. 같은 이유로 일본, 미국 등 선진국 어디에도 주물업체를 모아 대규모 산업단지를 만들지 않씁니더. 일본은 주택가에 달랑 한두 개 주물공장을 만들어 놓고 공장 안에 연못을 만들어 물고기가 살게 합니더. 한 곳에 모으지 말고 멀리 떨어뜨려 놔야 합니더."
    
이에 대해서는 진해마천산업단지 이명오(73) 전무 또한 "사실 선진외국의 경우 한국처럼 주물공장을 대규모단지화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하지 않는 대규모 주물산업단지를 예산군은 왜 15만평 가까운 농민들의 터전을 갈아엎으면서까지 유치하려 하는 것일까?

"최승우 군수님(예산군수)과 군 공무원들이 여기를 와 봤어야 하는디… 그라믄 '주물단지'가 '애물단지'라는 걸 금방 알 것인디…."

하루 종일 현장을 둘러본 한 주민이 넋두리처럼 푸념을 토해냈다. 어둑해진 주물공단의 시꺼먼 모습보다 주민들의 낯빛이 더 그늘져 보였다.


▲ 주물공단 모습 ⓒ 심규상


충남 당진군이 예산군 고덕면 상몽리 일원에 조성중인 예산신소재산업단지조성사업과 관련 "주변 환경과 인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예상된다"며 "절대 입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당진군의 입장은 환경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입주를 적극 추진 중인 예산군청의 입장과 사뭇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당진군은 지난 26일 충남도에 제출한 관련 의견을 통해 "현재 운영중인 인천 서부산업단지 주물단지가 당진군 면천읍과 인접해 있는 예산군 고덕면으로 올 경우 직접적 영향이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기 분야] 당진군은 "지난 2007년 인천 서구주민 설문조사결과 응답자의 70%가 대기환경이 심각하다고 밝혔고 인천서부지방산단 악취관리지역 중 주물업종이 악취 민원의 대부분(39.7%, 52개소)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진군은 이어 "2001년 한국산업안전공단이 16개 주물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22.5%가 폐질환진단을 받았고, 대기오염물질 배출량도 인천 남동국가산단에 비해 주물업종이 입주해 있는 인천서부지방산단에서 2.46배 더 배출됐다"고 덧붙였다.

[폐기물 분야] 당진군은 또 "배출량이 가장 많은 폐주물사의 경우, 주물공단이 밀집해 있는 인천 서부지방산단 발생량이 전국발생량의 45.7%를 차지하고, 2006년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 조사결과, 폐주물사를 성토재로 활용한 토양의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우려했다.

[소음진동 분야] 당진군은 "예산신소재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더라도 부지경계에서 공장소음이 소음진동규제법에서 규정한 공장소음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꼬집었다.

[악취 분야] 악취와 관련해서도 당진군은 "그동안 인천광역시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용 지원 등을 통해 시설개선을 적극 유도했지만 대부분 영세기업인데다 환경경영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당진군이 최근 몇 년간 인천 주물단지 주변지역 환경민원접수현황을 분석결과 매연과 분진, 악취, 소음, 진동 및 폐수 관련 민원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진군은 "당진 면천지역은 생태 1등급지역이자 전국명품 꽈리고추 등 친환경 특화마을이 조성되고 있는 곳"이라며 "예산군의 주물단지조성계획은 전면백지화 되거나 멀리 떨어진 지역에 유치계획을 마련하는 등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충남도는 당진군에 대해서는 26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하게 한 반면 예산군에 대해서는 29일까지로 제출시한을 더 줬다.

한편 당진군 면천지역 주민들은 현재 운영중인 인천 서부산단 주물업체 23곳이 충남 예산군 고덕면 상몽리 일원으로 2013년까지 이주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저지운동을 적극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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