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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 명단 사전 공개도, 증인 신청도 모두 '불가'

[현장] 대구·경북 정당후원교사 징계위 열렸지만, 결론 안 나

등록|2010.10.30 11:13 수정|2010.10.30 11:13

▲ 정당후원 교사에 대한 징계위가 열린 대구시교육청에 교사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징계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조정훈


전국적으로 정당후원 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시작된 가운데 대구교육청과 경북교육청에서도 29일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대구에선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1시간 전인 오후 2시부터 시민들과 교사들이 대구교육청 앞에 모여 피켓을 들고 징계철회를 요구했다. 이날 징계대상자인 교사들은 미리부터 나와 소명자료를 준비하고 굳건한 결의를 다졌다.

첫 번째 징계대상자로 징계위원회에 출석한 김병하(강동중 3년 담임) 교사는 "징계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학부모를 증인으로 신청한다"며 "오늘 증인으로 오신 분들은 학생들의 진학과 시험을 앞두고 징계에 들어가는 데 대한 정부의 불성실과 부당함을 증언해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징계양정은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하나 미리 정해서 출석통보를 했다, 어떤 소명도 없이 부교육감이 미리 결정하고 징계위를 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 교육청 1층 현관에 경찰들이 배치되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조정훈


중3 학생을 둔 학부모라고 밝힌 김연주씨는 "아이들이 기말시험을 앞두고 혼란스러워한다, 학기중 가장 중요한 시기에 벌어진 징계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선생님이 안 계시면 (아이들을)'고아'라고 말한다"며 "그 아이들의 상처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따졌다.

김병하 교사는 징계위 시작 전부터 "기피신청 인물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징계위원 명단을 요구했으나, 교육청이 이를 거부하면서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후 김 교사는 징계위원회에 들어가 징계위원들의 신분을 확인했다. 그는 "징계위원 중 곽경숙 위원은 지난번 시국사건 때 징계에 관여한 인물이고, 이영우 징계위원장은 부교육감으로 미리 징계양형을 정해놓고 형식적인 징계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기피를 신청을 한다"고 말하고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교사는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당직자와 학부모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징계위는 이들을 모두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에 김 교사와 변호인의 항의가 이어졌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교사는 징계위가 끝난 뒤 "진술하는데 징계위원들의 방해로 할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줘야 함에도 말을 끊고 항의하자 10분의 발언기회만을 줘서 10분간만 말하고 퇴장당했다"고 말했다.

▲ 징계대상자인 김병하 교사가 징계위원회에 들어가려 하자 학부모가 울먹이고 있다. ⓒ 조정훈


김병하 교사의 징계위 진술이 끝나고 두 번째 교사의 징계위 출석이 문제가 되었다. 출석요구서를 받은 징계대상자가 대기실에 없다는 이유로 징계위가 '모두 불출석으로 간주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에 변호인의 강력한 항의가 이어졌다. 징계대상자들이 교육청 건물 밖에 대기하고 있으나 경찰의 출입 저지로 대기실에 들어오지 못했던 것이다.

한편, 교육청 건물 현관에는 경찰들이 가득 들어차 시민들과 교사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시민들은 경찰과 대치하다 1층 로비에 들어왔으나 경찰은 엘리베이터와 계단 입구를 막고 징계위가 열리는 7층으로의 출입을 통제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고, 징계대상자와 증인들의 출입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오후 7시가 지나 겨우 두 번째 징계대상자의 징계논의와 소명절차가 시작됐다. 오후 10시까지도 징계위가 끝나지 않아, 교육청측은 오는 1일 다시 징계위를 연다고 밝히고 이날 징계위를 끝냈다.

이날 오전에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대구시교육청을 찾아 대구시 이걸우 부교육감과 면담하고 징계유보와 징계위에서 충분한 소명기회를 줄 것을 요구했다. 또 징계대상자 교사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징계가 이뤄지면 교과부를 상대로 책임추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북교육청에서 전교조 경북지부장과 징계대상 교사를 만나 위로했다.

한편 경북교육청에서도 이날 오후 3시부터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경북에는 김천 위량초등학교 김호일 교사가 유일한 가운데, 오후 10시가 넘어서도 징계위가 마무리되지 못했다. 징계위는 오는 1일 다시 열린다.

▲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대구시교육청을 찾아 징계철회를 요구했다. 이정희 대표가 부교육감과의 면담을 마치고 농성중인 교사들과 예기를 나누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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