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봉하까지 얼마나 되는가 생각하다가..."
강희근 <새벽 통영>,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드리는 헌시
"부산 가는 길 휴게소에 들러/오징어 한 마리 사 들고 잔디밭 귀퉁이에 가/앉았다/오징어를 뜯어 고추장에 찍다가/여기서 봉하까지 얼마나 되는가 생각하다가/중간에 꺾어 들어가는 길이 없다는 생각에/참 어찌해 볼 수 없는 막막한 당신이라는 마음,/그 마음에 또 아팠다//지글 지글 굽히다가 온 오징어도 이리 아팠을까/입으로 가져가던 꼬랑댕이 한 점/차마 입에 넣지 못했다" - 강희근 시 '진영휴게소'
경상대 명예교수로 진주에 사는 강희근 시인이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부산 가는 길에 진영휴게소에 들린 모양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은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시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면서 '참 어찌해 볼 수 없는 막막한 마음'을 오징어를 끌고 와 표현해 놓았다.
강 시인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내가 지금 그분을 위해'라는 시를 썼다. 진주·사천·산청·하동지역 시인들은 지난해 6월 추모시 묶음집 <내가 지금 그 분을 위해>를 펴냈으며, 시인들은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영전에 바치기도 했다.
"내가 지금 그분을 위해/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프다//그분을 위해 한 줄 기도를/바치는 일 밖에는…//그분은 처음으로 고향에 돌아온 사람이다/돌아와서 고향의 바람 소리/호미질 소리/써레질 소리/노인들의 기침 소리 바튼 소리 귀에 넣었다//그 소리들 위에 곶감분처럼 내리던/아침 햇살에게/내가 지금 들려 줄 말이 없다는 것이 아프다//햇살이여/눈 닦고 오는 햇살이여/아침이 미안하고, 시리고 아파서/발끝이 손끝이 시리고 아파서"
- 강희근 시 '내가 지금 그분을 위해' 전문
강희근 시인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며 쓴 시들은 신작 시집 <새벽 통영>(도서출판 경남)에 실려 있다. <새벽 통영>은 강 시인이 지난해부터 올해 9월 사이 경상대 통영캠퍼스 평생교육원 '시창작 교실'을 운영하는 동안 쓴 시를 중심으로 엮었다.
3부에 걸쳐 68편의 시가 실려 있다. 통영 출신인 유치환·김춘수 시인을 생각하며 쓴 '청마와 춘수'를 비롯해, 시인은 '통영 타워에서', '새벽 통영', '통영에 오면', '통영 대교', '이중섭, 또는', '미수동 오전', '연필 등대' 등 아름다운 통영을 시로 생산했다.
이 밖에 시집에는 '노고단 잡기'(2부)나 '유채꽃 축제'(3부)도 실려 있는데, 시인은 단순하게 기행적 풍광을 담은 게 아니라 자연 풍경과 시인의 내면이 결합된 '지적 풍경'의 한 세계를 열어 놓았다. 시집은 흔히 들어가는 '해설'을 별도로 해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강 시인은 시집 겉표지에 '간접 자작시 해설'을 붙여 놓았다.
"그 자리에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가져다 놓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가장 짧은 시 '붉다'나 '통영 타워에서'를 갖다 놓고 화자와 독자가 더불어 시가 갖는 상상의 오솔길로 들어가 보는 것이 차라리 좋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시는 시 자체로 간섭 없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해설' 대신에 언어, 서정, 표현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사이 '새벽 통영'이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새벽 통영>은 강희근 시인의 열 다섯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그동안 <산에 가서>, <연기 및 일기>, <풍경보>, <사랑제> 등을 냈다.
강희근 시인은 현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경남시인협회 회장, 이형기 시인 기념사업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경상대 명예교수로 진주에 사는 강희근 시인이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부산 가는 길에 진영휴게소에 들린 모양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은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시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면서 '참 어찌해 볼 수 없는 막막한 마음'을 오징어를 끌고 와 표현해 놓았다.
▲ 강희근 시인. ⓒ 박우담
강 시인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내가 지금 그분을 위해'라는 시를 썼다. 진주·사천·산청·하동지역 시인들은 지난해 6월 추모시 묶음집 <내가 지금 그 분을 위해>를 펴냈으며, 시인들은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영전에 바치기도 했다.
"내가 지금 그분을 위해/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프다//그분을 위해 한 줄 기도를/바치는 일 밖에는…//그분은 처음으로 고향에 돌아온 사람이다/돌아와서 고향의 바람 소리/호미질 소리/써레질 소리/노인들의 기침 소리 바튼 소리 귀에 넣었다//그 소리들 위에 곶감분처럼 내리던/아침 햇살에게/내가 지금 들려 줄 말이 없다는 것이 아프다//햇살이여/눈 닦고 오는 햇살이여/아침이 미안하고, 시리고 아파서/발끝이 손끝이 시리고 아파서"
- 강희근 시 '내가 지금 그분을 위해' 전문
강희근 시인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며 쓴 시들은 신작 시집 <새벽 통영>(도서출판 경남)에 실려 있다. <새벽 통영>은 강 시인이 지난해부터 올해 9월 사이 경상대 통영캠퍼스 평생교육원 '시창작 교실'을 운영하는 동안 쓴 시를 중심으로 엮었다.
3부에 걸쳐 68편의 시가 실려 있다. 통영 출신인 유치환·김춘수 시인을 생각하며 쓴 '청마와 춘수'를 비롯해, 시인은 '통영 타워에서', '새벽 통영', '통영에 오면', '통영 대교', '이중섭, 또는', '미수동 오전', '연필 등대' 등 아름다운 통영을 시로 생산했다.
▲ 강희근 시인의 새 시집 <새벽 통영> 표지. ⓒ 도서출판경남
이 밖에 시집에는 '노고단 잡기'(2부)나 '유채꽃 축제'(3부)도 실려 있는데, 시인은 단순하게 기행적 풍광을 담은 게 아니라 자연 풍경과 시인의 내면이 결합된 '지적 풍경'의 한 세계를 열어 놓았다. 시집은 흔히 들어가는 '해설'을 별도로 해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강 시인은 시집 겉표지에 '간접 자작시 해설'을 붙여 놓았다.
"그 자리에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가져다 놓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가장 짧은 시 '붉다'나 '통영 타워에서'를 갖다 놓고 화자와 독자가 더불어 시가 갖는 상상의 오솔길로 들어가 보는 것이 차라리 좋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시는 시 자체로 간섭 없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해설' 대신에 언어, 서정, 표현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사이 '새벽 통영'이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새벽 통영>은 강희근 시인의 열 다섯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그동안 <산에 가서>, <연기 및 일기>, <풍경보>, <사랑제> 등을 냈다.
강희근 시인은 현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경남시인협회 회장, 이형기 시인 기념사업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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