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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법의 이직 제한 규정은 위헌"

이주민과함께 "해당 규정이 강제노동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등록|2010.11.02 09:53 수정|2010.11.02 09:53
헌법재판소가 이주 노동자의 직장 변경 횟수를 3회로 제한한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아래 '고용허가제법', 제25조 제4항)에 대해 위헌 여부를 가리는 심리를 벌이고 있는 속에, 인권단체인 (사)이주민과함께는 "관련 규정은 이주 노동자의 기본권을 박탈한다"며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주민과함께는 1일 낸 소식지 <창(窓)>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고용허가제 직장 변경 횟수 제한은 명백한 위헌이다"며 "관련 규정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근로권,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 이주 노동자 인권단체들이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강제단속에 반발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이주민과함께


헌법소원은 2007년과 2009년 공익변호사그룹 '공감'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청구인(수하르조, 파하니 무하마드 자이날) 공동대리인단을 구성해 제기했던 사건이다. 인도네시아 출신 청구인 수하르조씨는 당시 세 차례 이직하는 바람에 관련 규정에 따라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었던 것.

최근 이 규정이 다시 관심을 모은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지난달 14일 공개변론을 벌였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개변론 때 고용노동부를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3번 이직을 허용한 것도 혜택을 준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취업을 전제로 비자를 내준 외국인에게 이직까지 허용하는 경우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또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헌법이 규정한 기본권의 주체가 되지 못하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업체 변경 횟수 제한을 풀면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이 과도하게 상승하고, 내국인 근로자 일자리 보호가 위협 받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관련 규정이 강제노동 부추기는 결과 낳아"

이주민과함께는 "변경 횟수(3회)를 모두 사용한 이주노동자는 그 뒤로부터는 사업장 내에서 인권 침해나 폭행, 해고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더 이상 합법적으로는 일터를 옮길 수 없어 꾹 참고 일하거나 미등록이 될 것을 각오하고 다른 업체로 옮기거나 혹은 원치 않는 출국을 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맞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더욱이 사업주들이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불리한 처지를 악용하여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거나 인권 침해를 일삼는 경우까지 있어 직장 변경의 횟수를 제한한 고용허가제법 규정은 고용주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종속성을 강화하고 실질적으로 강제노동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

이 단체는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사회의 일원으로서 생산현장에서 노동하는 주체이다"며 "국가적 공동체의 존재형태와 기본적 가치질서를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헌법은 한국 땅에서 노동하고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에게 적용되어야 하고, 고로 이주노동자들도 마땅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단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이주노동자들에게서 빼앗으면서까지 한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할 만큼 한국사회가 파렴치했던가"라며 "사실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저임금과 통제를 위한 수단이 될 뿐 한국인 노동자에게 하등의 이익도 되지 않는다. 저임금과 유순한 노동자를 원하는 사업주와 자본의 이익이 될 뿐이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의 논리에 대해, 이 단체는 "내국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해야 한다는 발상이나, 내국인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국제적으로 이주하는 비정규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양산하고는 그 비정규 노동자들을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사람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민과함께는 "이주 노동자들을 한국사회의 주체적인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하기를 촉구한다"며 "그럴 때 우리는 진정 이 사회의 구성원임을, 헌법이 우리에게 진정 가치 있는 것임을 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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