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는 현병철 위원장이 문제"

인권위 직원들, 현 위원장 정면 비판 성명 발표... 내홍 심화

등록|2010.11.02 12:00 수정|2010.11.02 12:00

▲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 ⓒ 권우성


문경란·유남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위원회의 파행운영에 반발해 동반 사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내부 직원들이 현병철 위원장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해 후폭풍이 일고 있다.

두 상임위원이 사퇴를 발표한 1일 인권위 사내 게시판에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사랑하는 직원 일동'이란 이름으로 '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의 사임을 접하며'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성명서는 "11월의 첫날, 먹먹하고 착잡하다"며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 이후 결코 민주적이라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계속돼 온 위원회 운영이 두 상임위원의 중도 사퇴를 몰고 왔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합의제 기관에서 위원장은 마치 독임제 기관의 장처럼 의사봉을 두드리고 '독재라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을 쏟아냈다"며 "지난 1년여간 인권위는 힘 있는 기관을 상대로 독립적 국가기관답지 못하게 처신했으며 오히려 위원장은 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해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용산참사에 대해 인권위가 의견을 낼지 여부를 결정하려던 전원위에서 현 위원장은 "독재라도 할 수 없습니다"라며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한 바 있다.

성명서에는 두 상임위원들의 사퇴를 촉발케 한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성명서는 "상식적으로 두 달이나 안건이 없어 개점 휴업한 전원위에 비해 수시로 모여서 논의할 수 있는 상임위는 비교우위에 있다"며 "지난 수개월 추락해 가는 인권위를 그나마 지탱해준 것도 일정 부분 상임위 덕분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극단적으로 상임위가 무력화되고 위원장이 임의로 안건을 전원위로 넘긴다면 긴급한 인권현안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달 25일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개정안은 상임위의 권한을 축소하고 위원장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는 내용과 더불어 긴급인권현안에 대한 의견표명 및 권고 권한을 상임위에서 전원위로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안은 인권위의 일부 비상임위원들이 냈지만 현 위원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장향숙 인권위 상임위원은 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과정을 묵과한 현 위원장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며 "개정안에 대해 또다시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는 나도 사퇴하겠다고 현 위원장에게 분명히 말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성명서는 "3년 가까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신 유남영·문경란 두 상임위원께 고마움을 표한다. 아울러 그간 강제로 또는 자의로 인권위와 결별한 동료께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끝을 맺었다.

내부 직원들이 두 상임위원의 사퇴를 계기로 묵혀왔던 불만을 터트린 것이어서 내부 동요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