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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대선에서 종자 선택 잘못해 국민이 고통"

2일 저녁 경상대 강연... "내년 상반기까지는 진보 대통합 가닥 잡아야"

등록|2010.11.03 09:38 수정|2010.11.03 09:49
'털보'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 사천)이 대학생들을 만나 '선거농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젊은층이 투표에 많이 참여해야 우리 미래가 밝다"면서 "투표율만 높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종자 선택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 안에 진보진영 대통합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강 의원은 2일 오후 경상대에서 "20대의 선거농사가 한국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회는 경상대 대학원 총학생회와 '피플투피플' 등이 마련했다. 강 의원은 구미 KEC 농성 현장에서 철야농성을 하고 예정된 시간보다 30여 분 늦게 도착했으며, 대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2일 저녁 경상대에서 강연했다. ⓒ 윤성효



강 의원은 2009년 1월 미디어법 처리 반대 과정에서 국회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집기를 쓰러뜨리며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이른바 '공중부양 사건'부터 언급했다. 그는 "국민한테 돌멩이 맞고 욕을 들을지언정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에는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냥 있을 수 없어 '공중부양'을 좀 했더니 '국회에 가서 싸움만 하느냐'거나 '지역구에서 깡패를 보냈다'는 말이 나돌았다.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를 꿰뚫어 보고 아는 사람은 억수로 좋아하는데, 잘 모르는 사람은 억수로 싫어한다. 특히 보수쪽 사람들은 욕하기도 한다. 털보 강기갑은 양극단을 걷는 정치인으로 비친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공중부양 사건'으로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유죄(벌금 300만원)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에 상고한 그는 3일 이유서를 제출한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면, 앞으로 여당에서 날치기를 하더라도 야당에서 막는다면 모두 공무집행방해가 된다. 유죄가 확정되면 소수정당, 진보정당은 그렇게 하면 다 처벌받을 수 있는 판례가 되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변호인단을 구성해서 대법원 판결에 대응할 것이다."

"정치는 사람 사는 데 공기와 같다"

강 의원은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정치다"며 "정치(政治)를 한자로 쓰면, '다스릴 치'는 역학에서 '고를 치'로 본다. 높고 낮은 것을 고른다는 의미다. 정치는 사람 사는 데 공기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이 잘하면 박수를 보내주고, 못하면 비판도 하고 호통도 치고 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이 정신을 차린다. 국민들이 극구 반대하는 일이 있다면, 내가 옳지만 국민 다수가 (내가) 가는 길을 원하지 않을 때는,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가야 한다. 다수가 원하는 정책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국민을 이기려 하고 국민 뜻을 저버리는 것은 '오기정치'이고 '독재'다. 그렇게 하지 않는 정치인,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있다."

강 의원은 "법을 만드는 데가 국회다. 법공장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는다. 선거가 중요하다"며 "이 자리에 모인 사람 중에 19세 이상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니 모두 손을 드는데, 지난 6․2지방선거에서 투표한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면 다 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30대가 움직이면 우리 정치가 달라진다. 정치가 달라지면 법이 만들어질 때 완전히 달라진다. 재벌과 가진 자를 위한 법이 아니라 약자와 서민을 위해 법이 만들어진다. 그러면 우리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농사를 잘 지으려면 부지깽이를 꽂아도 당선되는 선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를 잘하려면 종자 선택을 잘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도 종자 선택을 잘못해서 국민들이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의원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가입해 달라고 째째하게 말을 안 하겠다. 그러나 보수건 진보건,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가 어느 것이 가치 있고 좋은지를 학생 스스로 판단하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 학생의 양심과 기준에 따라 하면 우리의 세상,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2일 경상대에서 강연하기 위해 방문한 가운데, 하우송 경상대 총장(오른쪽)이 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쏟아진 질문... 대북관은?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밀양 출신이라고 한 학생은 엄용수 밀양시장의 당적 변경(열린우리당→한나라당)을 거론하며 '정치인의 당적 변경'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또 학생들은 민주노동당의 '대북관', '이명박 정권의 경찰 공권력 강화' 등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강기갑 의원은 "이명박 정권은 공안통치가 아니면 정권 유지가 힘들 것"이라며 "당당하다면 비판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정권은 유독 경찰 공권력을 강력하게 행사한다. 그 말은 자기 스스로 너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총수는 아무리 비판이 많아도 자기 사람을 심는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당적 변경에 대해, 그는 "정치가 바로 서고 잡히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이권에 따라 당적을 바꾸는 게 많다. 좋지 않은 모습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관에 대해 설명했다.

"남과 북은 통일해야 하고 그것은 민족의 소원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와는 교류하는데 왜 같은 민족과는 대결하고 갈등하나. 통일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나쁜 점만 지적하면 안 된다. 사람 사이도 좋은 관계일 때 충고하면 받아들인다. 싸우는데 고치라고 지적하면 안 고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을 얼마나 못살게 했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지원을 끊고, 남쪽은 쌀이 남아돌아 농민들이 절규하고 세계 많은 나라들이 북한에 집중적으로 식량지원을 해주는데 우리는 지원해 주지 않는다."

"천안함 침몰 사고 때문에 쌀을 안 보낸다는데, 천안함 사고가 터지기 전에도 안 보냈다. 핑계다. 북한 세습을 지적하면 관계만 나빠진다.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을 때 충고가 필요하다.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자제하자. 북에서 잘하는 것은 우리가 칭찬도 해주어야 한다. 통일은 너무나 절박하고 간절하다. 노무현 정부 때 북에 많이 매장되어 있는 5대 광물질을 국제 시세보다 싸게 사 올 수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되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는 "처음에 한나라당 의원들을 보고, 동료의원인데도 미워서 같이 생활을 못하겠더라. 화가 나서 의원 생활을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한나라당에도 참신한 의원들이 많지만 당에서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다음에 공천을 안 해주니까 속으로는 내키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의원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면 얼굴을 붉히지 않는다. 그러나 한나라당이라는 집단이 가진 기조나 정책에 대해서는 진저리를 칠 정도다"고 말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진보정당 통합과 야권연대에 대한 질문을 받은 강 의원은 "승리하기 위해서는 연합해야 하고, 진보진영은 대통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를 할 때부터 큰 집을 짓자고 제안했다. 진보정당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누리꾼, 촛불까지 다 모여야 한다. 지금 보니까 잘 안 되는 것 같다. 우리 당이라도 적극 해야 한다.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에는 분명한 가닥이 잡혀야 한다. 진보진영 대통합을 해야 민주당을 진보 쪽으로 끌어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진보진영이 민주당에 다 빨려 들어간다. 지난해 재보궐선거 때 보면 알 것이다. 연대하지 않으면 절대 야권 승리는 없다. 그렇게 가기 위해서는 진보진영 대통합이 빨리 선결조건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안 되면 같이 죽는다. 진보진영 대통합을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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