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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영부인 보호하기 전에 거짓말한 '대포폰'부터 밝혀야"

법무부·검찰 '청와대 대포폰' 은폐 의혹 사실로 드러나... 민주당, 국정조사·특검 촉구

등록|2010.11.03 11:32 수정|2010.11.03 11:32

▲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정치인 불법사찰에 대해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을 공개하며 질의하고 있다. 이귀남 법무부장관은 이 의원이 질의한 '청와대 대포폰'에 대해 "법정에서 얘기되고 있는 내용"이라며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 유성호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를 인멸하는 데 사용된 '청와대 대포폰' 기록을 기소 직후 법원에 제출했다는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답변이 '거짓'임이 드러난 가운데, 민주당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이귀남 장관은 지난 1일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청와대 대포폰'과 관련, "법정에서 다 얘기되고 있다"고 답했다. 수사를 지휘한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도 "관련 기록을 이미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지금까지 법정에서 '대포폰'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또 검찰이 관련 대정부 질문이 나온 당일(1일) 5천 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추가 제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민주당은 민간인 불법사찰을 진행한 총리실과 청와대의 연관성이 '대포폰'이란 물증으로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의 '꼬리 자르기' 수사 의혹이 이번 일을 계기로 사실로 확인된 이상, 특검과 국정조사를 미룰 이유가 없단 입장이다.

박지원 "이귀남 장관 답변, 하루 만에 거짓말로 드러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영부인을 보호하기 전에 민주주의의 기본을 해치는 '청와대 대포폰' 의혹부터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씨가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단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격노'한 청와대가 대포폰 문제와 관련해선 "재판 과정이라 답하기 어렵다", "행정관의 일"이라 우회하며 핵심을 피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

박 원내대표는 "이귀남 법무부장관이 지난 1일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대포폰 문제는 법정에서 다 얘기되고 있다', '검찰에서 이 사실을 은폐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는데 하루 만에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이것이 장관이 본회의장에서 답변할 태도인가, 검찰이 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검찰은 마치 '친절한 금자씨'처럼 확보한 대포폰을 청와대에 돌려줬다"며 "검찰은 직무를 유기했고 범죄사실을 은폐했고 민간인 불법사찰이란 반인권범죄에 공모한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은 국정조사 혹은 특검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청와대마저 대포폰 쓰는 대한민국에 통신비밀은 없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청와대 대포폰' 문제에 대해 개탄을 금치 않았다. 특히 청와대가 타인의 명의를 차용·도용하는 불법 행위를 자행한 뒤에도 그에 대한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국가기관이 스스로 대포폰을 사용해 현재 통신비밀 도·감청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단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정권이 국민의 통신비밀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고 있단 증거가 물증으로 나온 것 같다"며 "청와대가 정면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있고 거기에 대한 아무런 죄의식도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청와대와 제2인자 격인 총리실이 대포폰을 쓰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나"며 "대한민국에 통신비밀은 없다, 가장 큰 권력기관에서도 통신비밀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 점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지 않고 넘어가면 이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심각한 지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정권이 중반전을 넘어 내리막으로 가고 있는 지금,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남은 임기를 어떻게 채울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박주선 "청와대 대포폰,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수사 대비용"

박주선 최고위원은 "청와대 대포폰은 현재 이명박 정부에서 무차별 전화 도청이 이뤄지고 있단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청와대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포폰을 지급한 것은 향후 민간인 불법사찰이 문제가 돼 수사를 받을 경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주도면밀하게 진행된 것"이라며 "청와대 내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포폰을 사용하는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어, "주민등록법, 사문서위조 등 범법행위로 만들어진 대포폰을 청와대가 솔선해서 사용하고 지급하는 게 공정사회를 만드는 길인가"라며 "민주당은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을 도입해서 관련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정배 최고위원도 "청와대 대포폰이란 해괴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따라 우리나라가 과연 법치국가인지 여부가 달려 있다"며 "청와대가 무슨 불법단체인 것처럼 대포폰을 사용하라고 총리실에 지시하고 검찰은 이런 혐의를 인지하고도 은폐했단 정황이 뚜렷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사건을 이대로 넘어간다면 우리 국가는 법치주의·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독재 국가일 뿐"이라며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춘 최고위원은 "청와대가 범죄도구를 갖고 어떤 불법행위를 사주했는지 국민은 알아야겠다"며 "대포폰 문제 및 일련의 불법사찰 행위에 대한 전반적인 국정조사가 필요하다, 우리 당에서 한나라당에 정식으로 국정조사를 제안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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