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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젠더 6750억 팔았어? 이어폰도 따로 팔아!

휴대폰 젠더, 이어폰 공짜로 주는 것이 아니라 '끼워팔기'

등록|2010.11.04 17:13 수정|2010.11.04 21:27
세계적인 전자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휴대폰 젠더 장사를 톡톡히 했다고 합니다. 지난 3월에 발표된 이 놀라운 사실을 저는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3월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와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 3월까지 휴대폰 젠더 판매 숫자가 9000만개 이상으로 이를 시장가격(평균 7500원)으로 환산하면 6750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 삼성전자 지정업체가 5000만개 ▲ LG전자 3640만개 ▲ 팬택&큐리텔이 273만개 ▲ 기타 회사 36만개를 팔았으며, 삼성과 LG가 전체 판매량의 97% 이상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 각종 휴대전화 충전기용 젠더 ⓒ 이윤기


휴대전화 사용자들, 잃어버린 젠더 추가 구입하는데 47억 썼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작년부터 올 상반기 사이에 판매된 휴대전화에 포함된 젠더만해도 무려 3000만 개나 된다고 합니다. 2008년 6월에 20핀 충전단자로 표준화하기로 한 이후 기존 24핀 충전기와 호환을 위해 보급된 젠더가 3000만 개를 넘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20핀 충전기가 보급되지 않기 때문에 휴대폰 사용자들은 충전을 위해 젠더를 들고 다녀야 하고, 잃어버리기 딱 좋은 크기 때문에 분실하면 3000∼8000원을 내고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잃어버린 젠더를 별도 구입하는데 지출된 비용만 하여도 47억 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관련기사 -  휴대폰의 '혹' 젠더 3000만개 나돌아

그런데, 휴대폰의 '혹'은 젠더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휴대전화의 필수품도 아닌데 필수품처럼(?) 휴대폰과 함께 판매되는 악세사리인 '이어폰' 혹은 '헨즈프리 이어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집에 굴러다니는 휴대전화 이어폰과 헨즈프리 이어폰만 하여도 6~7개나 됩니다. 최근에 구입한 아이폰의 경우 일반 이어폰 잭이 부착되어 있지만, 그 전에 구입한 휴대전화는 기기마다 다른 잭을 가진 이어폰들입니다.

▲ 2~3년 주기로 휴대전화를 바꾸면서 사용하지도 않는 이어폰이 굴러다닌다. ⓒ 이윤기


휴대전화 제조사들, 이어폰 끼워 팔기도 중단해야 한다

말하자면, 다른 전화기와는 호환이 되지 않는 이어폰이 여러 개 있다는 것입니다. 저와 아내,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는 휴대전화에 포함된 이어폰은 아예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내버려두고 있는 형편입니다. 아이들의 경우 휴대전화를 새로 사면 이어폰을 잠깐씩 사용하지만 이내 그냥 처박아두기 일쑤입니다.

특히, 그동안 국내에 판매된 휴대전화의 MP3 기능을 사용하려면 DRM이 적용된 통신사별 전용 파일을 구입하여야 했기 때문에 휴대전화의 MP3 기능이 별로 활성화되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휴대전화의 MP3 기능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휴대전화와 함께 판매된 이어폰 역시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사정이 저희집만 이런 것은 아닐 것 입니다. 아마 휴대전화를 2년 주기로 바꾸었다면, 대부분 가정마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휴대전화 이어폰 숫자만 해도 가족 숫자의 몇 배씩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휴대전화를 판매할 때 이어폰도 별도로 판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중년, 노년의 휴대전화 소비자들 대부분은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용하지도 않는 이어폰을 휴대전화와 함께 끼워파는 것은 끼워팔기에 해당되면, 적지 않은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 지난 30개월 동안 사용했던 휴대전화에 포함된 이어폰 ⓒ 이윤기


휴대전화 이어폰도 표준화시켜서 휴대폰이 바뀌어도 호환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와 끼워팔기하는 관행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폰이 필요한 소비자들만 별도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진으로 보시는 이어폰은 제가 지난 30개월 동안 사용하던 휴대전화용 이어폰입니다. 이 이어폰을 별도로 구입하려면 1만9000원을 부담하여야 합니다. 충전기용 젠더처럼 자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30개월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이어폰을 휴대전화와 함께 구입한 것은 불합리한 관행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조금, 약정할인 등으로 휴대전화를 출고가 대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젠더나 이어폰 같은 액세서리도 모두 '공짜'로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요? 젠더 1개에 7000원씩 받아 챙긴 회사들이 과연 소비자들에게 이어폰을 공짜로 주었을까요?

실제로는 젠더와 이어폰은 모두 값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휴대전화 만들어 파는 회사들이 젠더를 6750억 원어치나 팔았다고 하면, 이어폰 역시 비슷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팔았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휴대전화 충전기용 젠더와 이어폰은 모두 '혹'입니다. 젠더는 하루 빨리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표준화를 준수하여 젠더를 사용하지 않고 충전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하며, 또 다른 '혹'인 이어폰은 떼어내고 판매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어폰의 경우 필요한 사람들만 별도로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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