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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큰둥한 남편도 멋쩍게 한 '이것'은?

집에서 직접 키운 버섯, 모양에 반하고 맛에 반하다

등록|2010.11.05 14:32 수정|2010.11.05 16:11

버섯볶음.. ⓒ 정현순


배달 된 버섯.. ⓒ 정현순


"아들 물 그만 줘. 물 너무 많이 주면 안 돼."
"엄마 이것 봐요. 아침보다 눈에 띄게 많이 자랐어."

화초에 물주는 것이라고는 관심도 없던 아들. 집에서 키워 반찬을 해먹는다고 하니깐 시도 때도 없이 분무기를 들이댄다. 나도 버섯의 성장이 그렇게 빠른지 몰랐다. 1시간 전후가 다를 정도로 쑥쑥 자라는것이 눈에 띈다. 버섯음식을 좋아하는 난 집에서 키운 버섯의 맛은 어떨지 궁금했고 집에서 직접 키워보고 싶었다.

예전 같았으면 화초 하나를 샀을텐데, 이젠 관심이 건강한 먹을거리로 간 것을 보면 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지난 주 아들과 나의 관심사는 모두 버섯에 향해있었다. 다만 버섯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남편은 시큰둥한 모습이었다.

이틀 후 버섯은 신문지를 뚫고 나오다.. ⓒ 정현순


신문지를 벗긴 버섯.. ⓒ 정현순


스티로폼 상자에 물을 붓고 버섯용기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병을 담아 놓았다. 이 시기에는습기가 많이 필요하고 산소량은 필요하지 않으니 병입구를 신문지로 봉해야 한다. 다만 수분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분무를 해준다.

이틀이 지나자 버섯의 몸체가 신문지를 뚫고 삐죽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버섯의 모습이 보이면 신문지를 벗겨주어야 한다. 신문지를 벗기니 마치 산호처럼 예쁜 모습이 나타났다. 성장이 정말 빨랐다. 하루에 물을 4~6번 분무기로 주었다. 물을 줄 적마다 자란 모습이 확연하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꽃처럼 활짝 핀 버섯.. ⓒ 정현순


잘 자란 버섯을 자르고.. ⓒ 정현순


버섯.. ⓒ 정현순


버섯모양이 형성되고 어느정도 자라면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 이 시기에는 통풍이 잘되는 곳에 놓고 꾸준히 물을 줘야 한다. 그리고 다시 이틀이 지나자 버섯반찬을 해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랐다.

장미, 백합 못지않게 활짝 핀 버섯꽃은 정말 예뻤다. 윗부분을 손으로 살짝 만져보니 갓난아기 살처럼 부드러웠다. 그렇게 여린 것을 선뜻 자르지 못하고 하루를 더 놔두었더니 색깔이 약간 변한듯 했다. 아깝지만 할 수 없었다. 버섯을 잘랐다.

버섯볶음.. ⓒ 정현순


집에서 키운 친환경 버섯. 물로 닦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그래도 물에 살살 씻어서 살짝 절여주었다. 절인 버섯의 물기를 없앤 후, 양파, 파, 마늘 등을 넣고 볶았다. 주말 저녁 밥상에 올려 놓았다.

아들은 "완전 내 스타일이야"하면서 맛있게 먹는다. 한편 그동안 시큰둥했던 남편은 아들아이가 먹는 모습을 보더니 멋쩍다는 듯이 "난 원래 버섯을 잘 안먹는데 이건 싱싱해서 먹을 만하네"하면서 젓가락이 바쁘게 움직인다. 난 "우리 나이에는 육식도 필요하지만 이렇게 싱싱한 채소를 많이 먹어 주어야 해. 버섯은 암예방에도 좋고 비타민도 많아서 피로를 덜 느낀데"하며 궁시렁거렸다. 남편의 손이 더 빨라진듯 했다.

버섯을 키우던 병이 텅 비었다. 아들은 집에서 더 키워먹었으면 좋겠다며 은근히 나를 부추긴다. 난 남편에게 물었다. 집에서 키우면 지금처럼 잘 먹을 거냐고. 남편은 아무말 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그럼 집에서 더 키우지. 그게 뭐 그리 힘든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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