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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의혹, 격앙만 있고 사실규명 노력 없어

[주장] 여야 제대로 싸워야...여기서 끝내는 건 국민 바보 만드는 일

등록|2010.11.05 19:55 수정|2010.11.05 19:55

▲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의혹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로비의 몸통'이라고 주장한 강기정 의원이 4일 오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백원우 의원과 얘기하고 있다. ⓒ 남소연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남상태 연임 로비 의혹'의 몸통이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라고 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국회 차원의 자율적 조처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도 "참 소설 같은 이야기, 국회의원이 면책권이 있다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함부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이 이야기했으면 구속되었을 것"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후사정을 세세히 알길 없는 국민들은 논란 하루만에 청와대 대변인이 언론을 상대로 이런 말을 했다는 짤막한 보도를 접하면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다.

'근거 없는 이야기', '면책특권', '국회의원 아닌 사람이 이야기했으면 구속되었을 것'. 이 세 단락의 중심점이 어디인지 몇 번을 읽어도 찾아내기 힘들다. 우선 '근거 없는 이야기'라는 대변인의 말에선 근거를 찾아 볼 수 없다. '무슨' 근거로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덧붙여지지 않은 청와대 대변인의 말은 '강기정 의원이 아닌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는 부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들린다.

'국회의원 아닌 사람이 이야기했으면 구속되었을 것'이라는 말도 그렇다. 근거 없는 이야기를 했으되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인지, 어떤 특권도 없는 일반 국민들은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하면 구속된다는 국민에 대한 경고성 발언인지 딱히 구분지어 이해하기 힘들다.

오히려 김희정 대변인 발언의 진의는 집권여당의 반응에서 유추해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일 열린 원내 대책회의에서 "터무니 없는 허위 사실로 김윤옥 여사를 모욕했다, 헌정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 의원의 망나니 같은 발언"이라며 강기정 의원과 민주당을 몰아 붙였다.

또 3일 한나라당 최고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황우여 의원은 "대통령제에서 영부인은 통합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국가적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며 이는 정치권의 금도"라며 "이를 이번 기회에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격앙된 반응'만 있고 '사실규명' 없는 '남상태 로비 의혹'

▲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 ⓒ 청와대


며칠동안 이어진 한나라당의 격앙된 반응. 그러나 목소리만 클 뿐 '허위 사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황우여 의원의 말처럼 영부인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행위를 정치권의 금도로 규정하고 '영부인 지키기'에 나섰다는 게 이 논란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의 발언 또한 '근거 없는 이야기'의 진실 규명보다는 '국회의원 아닌 사람이 이야기했으면 구속되었을 것'에 밑줄이 그어진 '살아 있는 권력 지키기'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 논란에서 한나라당이 강기정 의원을 향해 반복적으로 촉구하는 것은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떳떳이 나오라'는 것이었다. 김무성 원내대표의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부당한 권력의 힘에 저항하라고 만든 것이지 시정잡배보다 못한 허위 날조로 국가원수를 모독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라는 말이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면책특권이 부당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한나라당이 야당이었을 때는 여당인 민주당(열린우리당)도 그런 지적을 수차례 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처럼, 군사독재 시절과 같이 의정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나 탄압이 없다고 한다면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진 특권(면책특권)을 제한하거나 없애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번 일은 살아 있는 권력과 면책특권을 가진 야당 국회의원간 진실게임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가진 여당이 야당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 밖으로 나오길 요구한다면, 한나라당도 진실 규명에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단지 '영부인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어떤 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집권 여당의 충정에서 비롯된 "면책특권 남용" 발언이라면, 이는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야당 길들이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뿐더러 '진실 규명 게임'이 아니라 '권력 집단의 파워 게임'이 될 뿐이다.

강기정 의원이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처럼, 한나라당이나 당사자로 지목된 청와대도 '구속'이나 '망나니' 같은 감정적 대응보다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우선 해야 한다. 그것이 여당으로서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여기서 끝내는 건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일

아직 강기정 의원이 말이 사실인지, 김희정 대변인 말처럼 근거 없는 이야기인지 판단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진실게임은 흑백게임이다. 누구의 말이 맞으면 또 한쪽의 말이 틀릴 수밖에 없다. 결과에 따라서는 어느 한쪽의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11월 4일 일부 보도에 따르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번 논란과 관련 "영부인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끝내자"고 강기정 의원을 설득했다고 한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바람대로 이 정도에서 끝낼 수 있을지도 가늠할 수 없지만, 이 정도에서 끝낸다는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고, 면책특권 뒤에 숨어 국가원수를 모독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힘을 싣는 행위다.

이 사건으로 대포폰 문제가 묻혀서는 안된다는 박지원 원내대표 주장도 국민들이 흔쾌히 수긍할 수 있지는 않을 것 같다. 국민의 지탄을 받고 동력을 잃은 야당이 무슨 힘으로 대포폰 문제를 대응하겠는가?

국민들은 섣불리 화해하고 악수하길 바라지 않는다. 선거 때만 되면 수도 없는 고소고발을 일삼다가 선거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소고발 취하하고 케메라 앞에서 두손을 잡고 활짝 웃는 모습은 상생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권력의 재분배를 인정하는 형식일 뿐이고 지켜본 국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일이다. 이것이 권력의 파워 게임이 아니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진실 게임이라면, 양측 모두 제대로 싸워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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