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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SSM, 지역 생산 쌀 판매는 말뿐"

김해연 경남도의원, 경남 대형마트 22곳과 SSM 67곳 조사... "조족지혈 수준"

등록|2010.11.08 09:53 수정|2010.11.08 09:53
매장 면적 3000㎡ 이상인 대형마트(Super Store,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탑마트 하나로마트)와 연면적 990~3300㎡인 기업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market)이 지역 농산물 판매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연 경남도의원(진보신당, 거제)은 8일 낸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남지역 대형마트 22곳 가운데 지역 쌀을 판매하는 곳은 5곳에 불과했고, 67곳 SSM 중에는 32.8%인 22곳에 그쳤다. 김 의원은 "대형매장들의 지역 농산물 판매는 말뿐이며, 판매한다고 해도 '조족지혈'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형마트나 SSM 입점 시 지역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하여 영세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며 "이런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지역 농수산물의 판매장이 되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표적인 지역 농산물인 쌀은 많은 재고와 풍작으로 인해 소비를 위한 판로를 개척하기 어렵기에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며 "그래서 경남도와 시군에서 서울 등 각지에서 판촉 활동을 벌이기도 하며, 대형마트들은 이런 농민들의 좋은 구매처와 판매처가 될 수 있기에 선호도가 높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지역사회 기여도를 높이는 가장 작은 단초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지역 대형마트는 모두 22곳. 창원시 9곳, 진주와 김해가 각 3곳, 통영과 양산이 각 2곳, 거제와 밀양 그리고 사천이 각 1곳이다. 통상 대형마트의 경우 취급품목이 많게는 9만8000여 종에 이른다.

김해연 의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형마트 22곳 가운데 지역 쌀을 전시-판매하고 있는 곳은 22.7%인 5곳에 불과하고, 77.3%인 17곳은 아예 전시는 물론 판매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지역 쌀이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것.

신세계이마트 창원점은 '가마솥구수미'를 판매하고, 내서농협의 하나로마트는 '가고파 고향쌀'과 '가마솥 구수미'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 마산점, 롯데마트 홈플러스 진해점은 지역쌀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이마트 진주점은 산청(메뚜기쌀), 함양(하늘가애), 진주(동의보감쌀)에서 생산된 쌀을 판매하고 있다. 탑마트 진주점은 진주(촉석루쌀)에서 생산된 쌀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이마트 통영점은 지역 쌀을 판매하지 않고, 사천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김해점-동김해점, 롯데마트 장유점도 판매하지 않고 있다. 밀양 홈플러스에서는 '흙으로빚은쌀'을 판매하고 있으며, 거제 홈플러스와 양산 이마트 및 롯데마트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창원점은 지난해 지역쌀인 '가마솥구수미' 20kg 쌀 1200포를 판매해 12억7000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내서농협 하나로마트는 '가마솥구수미'와 '가고파고향쌀'을 판매해 7억7000만원, 홈플러스 밀양점은 '흙으로빚은쌀'을 판매해 4억4000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김해연 의원은 "쌀 이외의 농수산물 판매 현황도 신선도가 높고 운반 비용이 저렴한 호조건에도 불구하고 일부 매장을 제외하고는 수박과 감, 딸기 등 계절과일과 멸치 등 대다수 단일 품종에 불과하여 형식적인 전시와 판매에 그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남지역 SSM은 모두 67곳. 창원 24곳, 김해 14곳, 양산 8곳, 진주 5곳, 거제 5곳, 밀양 3곳, 통영 2곳, 사천 2곳, 창녕 고성 함양 합천 각 1곳이다.

김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SSM 67곳 중에서 지역 쌀을 판매하고 있는 곳은 32.8%에 불과한 22곳에 그치고 있으며, 67.2%인 45개소는 판매는 물론 전시조차 하지 않고 있다.

김해연 의원은 "대형마트와 SSM은 대자본을 중심으로 지역에 진출하여 골목상권까지 휩쓸고 있다"며 "선진국의 경영기법을 통해 유통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지만 국제적인 윤리의식부터 먼저 고양시켜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기업의 이윤만을 극대화하는 판매 전략보다는 지역의 물산인 농수산물의 판로를 열어줘 지역경제의 활로를 모색하고 장려하는 것이 상도덕의 기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해연 의원은 "경남도와 시군은 농수산물의 판매를 장려한다는 취지로 각종 축제와 이벤트 그리고 도농 자매결연 체결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 내의 대량 소비처인 대형마트와 SSM의 안방은 인근 지역들에 내어주는 황당한 일을 당하고 있다"며 "향후 보여주기식 정책을 지양하고 농어민들의 고통을 반분하는 자세로 실질적인 지역 농수산물 장려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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