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단풍만 사랑하다 돌아오다
[2010 가을 여행. 2] 내원사 계곡(도지정물 제81호)의 명품 단풍놀이
▲ 내원사 단풍 ⓒ 김찬순
▲ 내원사 명품 단풍 ⓒ 김찬순
밤에는 달 밝고
벌레 소리 흥겨우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산림경제>중-박세당
내원사 계곡 명품 단풍 절정
두 달 전 뜨거운 땡볕 속에 헉헉대며 올라가던 천성산 산행길이다. 깊은 가을이 도착한 지난 7일, 천성산의 내원사 계곡의 단풍터널은 가만히 쳐다만 봐도 속내까지 불태우는 듯했다. 내원사 계곡 가을 단풍은 정말 명품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내원사 단풍 터널 지나니 이제는 다 장성한 아이들과 보낸 그해 가을이 문득 떠올랐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 이곳으로 가족 단풍놀이 왔었다. 그해 가을의 내원사 계곡의 단풍의 아름다움은 오래 세월이 지나도 인상이 깊었던 것이다.
어쩜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기에 이토록 오래 가슴에 단풍처럼 아름다운 빛깔로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올해 찾은 내원사 계곡의 단풍. 정말 장관이었다.
내원사 계곡은 사계절 어느 계절에 찾아와도 아름다운 명소다. 특히 가을 단풍은 아름답다. 단풍이 물드는 계곡의 넓적바위에 주저 앉아 맑은 물 속에 어리는 천성산을 쳐다보니, 지척의 석남사의 아름다운 단풍을 노래한 시편 하나 떠올랐다.
단풍만 보다 왔습니다
당신은 없고요, 나는
석남사 뒤뜰
바람에 쓸리는 단풍잎만 바라보다
하아, 저것들이 꼭 내 마음만 같아야
어찌할 줄도 모르는 내 마음만 같아야
저물 무렵까지 나는
석남사 뒤뜰에 고인 늦가을처럼
아무 말도 못한 채 얼굴만 붉히다
단풍만 사랑하다
돌아왔을 따름입니다.
당신은 없고요
<석남사 단풍>-최갑수
▲ 내원사의 단풍 ⓒ 김찬순
▲ 가슴 속까지 불태우는 내원사 단풍 ⓒ 김찬순
공룡 능선 따라 단풍길 따라
푹신푹신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내원사 계곡의 산길은 우수수 바람에 날리는 낙엽비가 떨어져 투명한 계곡물에는 떨어진 낙엽이 쌓여, 물속도 깊은 가을이었다. 콸콸 흐르는 물소리도 단풍물이 들어 붉은 듯…. 산이 깊어질수록 단풍은 더욱 붉고 색깔이 고왔다.
▲ 천성산의 단풍 ⓒ 김찬순
▲ 단풍 ⓒ 김찬순
숲길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주워 가을 냄새 맡으니 시커멓게 도시의 매음에 찌든 폐부가 깨끗해 지는 듯하다. 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라 하지만, 천성산의 가을은 청춘처럼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 내원사의 단풍 ⓒ 김찬순
울긋불긋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도 이 가을은 단풍이 곱게 든 한 장의 낙엽 같다. 드문드문 보이는 억새 군락지에서 바라보는 천성산은 가히 신들이 내려와 노는 정원 같다. 불타는 단풍 터널 속을 지나 공룡 능선을 터벅터벅 혼자 걷는다.
공룡 능선 길이 있는 천성산. 걷다 보면 내 몸은 어느새 땀이 흥건하고 단풍의 불길에 타는 내 마음도 몸도 그리움에 타는 것처럼 붉다.
▲ 내원사의 단풍 ⓒ 김찬순
덧붙이는 글
교통 안내, 국도(35호) : (명륜동 지하철역 앞에서 양산 12번 버스 이용) 명륜동 → 양산 → 내원사(용연) → 통도사 → 언양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로 내원사 입구(용연) 하차, 내원사까지는 도보(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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