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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양보하면 앙꼬없는 찐빵...한미FTA 비준 못해"

야권, 한미FTA 비준 반대 가닥... 여당 "큰 불이익 없어, 쇠고기 제외는 성과"

등록|2010.11.09 15:13 수정|2010.11.10 10:16

▲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미 통상장관 회의를 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 현안 해결을 위한 최종 담판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가팔라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의 최종 담판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 자동차에 대한 환경규제 완화에 합의해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당의 비준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한미간 협상에 대해 "굴욕적인 재협상"이라며 당론을 한미FTA 비준 반대로 가닥 잡았다.

9일 긴급소집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번 재협상은 미국의 요구에 의한 일방적인 양보이자 마이너스 재협상"이라며 "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더 열고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더 닫자는 미국의 요구에 끌려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쇠고기 양보 안했다고? 가증스런 사기극"

손 대표는 또 "자동차는 양보하되 쇠고기는 양보하지 않는 것처럼 은근히 선전하는 것은 가증스런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며 "우리 정부가 한미FTA의 독소조항인 투자자국가제소 조항 등에 대해 말 한마디라도 꺼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밀실에서 진행되고 일방적인 양보로 끝난 재협상을 민주당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미FTA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려했던 대로 협상 대상이 아닌 쇠고기를 지킨 것처럼 하면서 자동차를 퍼주는 등 미국을 위한 FTA로 타결돼 가고 있다"며 "이제는 민주당이 앞장서서 비준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자동차 분야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이익의 균형추가 깨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07년 타결 이후 미국 측의 요구에 따라 협정을 한 차례 수정한 바 있는데 여기서 또다시 양보한다면 국익이 크게 침해된다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협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한미 두 나라는 미국 자동차에 대한 환경규제 완화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래 정부는 2015년부터 연비(리터당 17km)와 온실가스(km당 140g) 규제를 적용하고 연간 판매대수 1000대 미만 차량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판매대수 기준을 1만대 이하로 완화하라는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양보하면 한미FTA는 앙꼬 없는 찐빵"

▲ 야당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지난 3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한미FTA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정세균 최고위원은 "한미FTA는 원래 제조업, 특히 자동차를 통해 우리가 이익을 보는 대신 서비스와 제약분야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맞춰주는 쪽으로 체결된 것"이라며 "제조업의 핵심인 자동차를 양보하면 (한미FTA는) 앙꼬 없는 찐빵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익의 균형추가 완전히 무너지는 한미FTA는 온당치 않다"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국내 환경 규제의 차별 적용도 문제 삼았다. 그는 "연비와 배기가스 규제는 한국의 국내법인데 미국의 압력으로 미국제품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고 예외를 둔다면 이는 국가적 자존심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춘 최고위원도 "연비 및 배기가스 규제 문제는 우리의 환경주권, 정책주권과 관련된 일"이라며 "규제 완화와 특혜를 요구하는 미국의 태도를 우리 정부가 준열히 비판하고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진보정당들도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가뜩이나 치명적인 독소조항과 불평등한 협정내용으로 인해 한미FTA 자체가 폐기돼야 할 상황에서 지금보다 더 후퇴한 내용으로 협상을 하고 있는 정부가 과연 우리나라 정부인지 의심스럽다"며 "지금이라도 굴욕적인 한미FTA 추가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밀실, 퍼주기 협상 아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부의 협상 방침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미국의 자동차 환경규제 완화 요구를 받아들여도 큰 불이익이 없고 쇠고기 문제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성과라는 입장이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7일 당·정·청 회의에서 한미FTA 체결이 안 되는 한이 있더라도 쇠고기는 의제에서 빼라는 당의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절대 밀실 협상, 퍼주기 협상이 아니다"라며 "쇠고기 문제는 협의하지 않고 자동차의 안전기준과 환경기준에 대한 협의도 신중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야의 견해차가 뚜렷해 협상 결과가 발표될 경우 공방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한미FTA 비준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여야 대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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