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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방귀가 부끄러웠던 순대와 순대전골

대박 맛집에 실망했다고? 이 집은 다르당께...경상도 원조 순댓집

등록|2010.11.09 18:45 수정|2010.11.09 18:45

▲ 모듬 순대. ⓒ 임현철


▲ 순대 전골 ⓒ 임현철


"오늘은 소문난 맛집에 갈 꺼라예~. 아마, 이 집은 절대 실망하지 않을 낍니더~."

경상남도가 주최하고 경남도민일보가 주관한 경남 팸투어를 진행한 이승환 기자의 회심에 찬 선전포고(?)였다. 맛 하면 전라도. 하여, 속으로 '에이~, 경상도 음식 맛은 별론데~' 했다. 한두 번 속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난 토요일(6일), 경남 창녕군 도천면 <진짜순대> 원조 집에 당도했다. 사람들이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대체 어떤 맛이길래 싶었다. 맛에 대한 평가를 단단히 별렀다.

▲ 순대를 먹기 위해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 ⓒ 임현철


▲ 진자 순대 집 내부. ⓒ 임현철


콧방귀가 부끄러웠던 살살 녹는 '모듬 순대'

오후 2시 30분 점심시간을 훌쩍 지난 시간임에도 자리는 꽉 찼다. 자리를 잡고 일행이 시킨 건 모듬 순대 작은 것과 순대전골이었다.

배추 겉 저리, 양파, 된장, 새우젓, 맛소금, 싱건지 등이 밑반찬으로 깔렸다. 전라도에서 익히 보아왔던 푸짐한 밑반찬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맛에 실망하지 않을 거"란 소리에 콧방귀를 뀌었다.

순대가 나왔다. 사실 난, 순대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순대를 집어 입에 넣었다. 어, 너무 부드러웠다. 입속에서 살살 녹았다.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맛이었다.

양이 적은 순대 모듬을 주문한 주최 측이 야속했다. 꼭 먹다가 만, 시쳇말로 화장실에서 큰 거 본 후, 뒤를 닦지 않은 느낌이랄까? 다행이도 '순대전골'이란 후속타가 기다리고 있었다. 

▲ 순대 전골 기막힌 맛이었다. ⓒ 임현철


▲ 비빔밥 마저 훌륭했다. ⓒ 임현철


아뿔싸, 서비스까지 나무랄 게 없던 순대

'순대전골'에는 버섯, 부추, 깻잎 등 야채와 면발, 순대가 어우러져 있었다. '전골이 다 거기서 거기지 얼마나 다를까?' 하면서도, 순대를 맛 본 뒤라 '요건 또 얼마나 맛있을까?'란 기대가 생겼다.

국물을 들이켰다. 얼큰하고 깊은 맛이었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맛이었다. 일행 얼굴에 환한 미소가 장맛비처럼 빠르게 내려앉았다. 그만큼 확 깨는 맛이었다.

다음으로 순대전골에 밥을 비볐다. 종업원이 한 손은 뒷짐 진 자세였고, 한 손으로 밥을 비볐다. 그 모습이 적어도 내겐 마치 학춤을 추는 춤사위처럼 느껴졌다. 포만감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소문난 맛집에 실망한다지만 이 집은 완전 달랐다.

▲ 손님 눈 높이에 맞춘 서비스. ⓒ 임현철


▲ 밥을 비비는 모양새가 춤사위 같았다. ⓒ 임현철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맛, 나눔의 미학

주인장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대박 난 거죠?"
"문 연지 15년 됐는데, 7년 전부터 소문났어요."

밖으로 나왔다. 대기하는 사람이 더 늘었다. 이 순댓집 건너편에 마련된 손님 대기실은 사람이 가득했다. 주차요원의 움직임도 재빨랐다. 

맛의 고장 전라도를 고향으로 둔 난, 이 소문난 맛집에서 경상도 음식은 영 신통찮다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고 싶은 그런 맛집이었다.

▲ 모듬 순대. ⓒ 임현철


▲ 순대전골. ⓒ 임현철


덧붙이는 글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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