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능시험에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2010년 의병학술회의'에서 주장
▲ 프레스센타에서 열린 ‘2010년 의병학술회의’ ⓒ 박도
731부대가 독립군 부대?
한 전직 국무총리가 현직 총리일 때 일제 관동군이 하얼빈 근교에다 만든 천인공노할 인간생체 해부 실험부대인 '731부대'에 대한 한 의원의 질의에 "독립군부대"라는 답변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지난날 나 자신도 서울에서 40년을 넘게 살고서도 동대문에서 청량리까지 길 이름 '왕산로'의 유래를 잘 모르다가 나중에야 '왕산'이 바로 구한말 내 고장 출신의 '13도의병군사장'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얼마나 부끄러워했던가.
이런 사실을 마침 역사학자 강만길 교수에게 솔직히 말씀드리자, 강 교수는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라기보다 우리나라 역사, 특히 우리 근현대사를 가르치지 않은 나라의 탓이다"라고 나의 부끄러운 마음을 덮어준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말씀했다.
"평생 우리 근·현대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다가 이제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우리 역사 교육 특히 근·현대사 교육에 대한 불만은 지금도 여전하다. 남의 강제 지배에서 벗어난 민족 사회는 당연히 전체 교육과정에서 '민족해방운동사(독립운동사)'를 따로 가르쳐야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해방 후 우리 역사학계는 상당한 기간 민족해방운동사를 따로 엮어서 가르칠 만한 여건에 있지 못했다." - 박도 <항일유적답사기> 추천사에서
기성세대들은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이 우리 역사를 모른다고 꾸짖는데 곰곰 따져보면 그 책임은 바로 교육당국과 기성세대에게 있는 것이다. 역사를 모르면 같은 잘못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조금이라도 펼쳐보면 망국의 원인이 지도층의 부정부패에 있었다는 사실을 금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국민, 심지어 지도층 인사마저도 우리 역사에 대한 지식과 역사의식이 없어 광복이 된지 60년이 지난 지금도 부정부패 비리가 춤추고 있다.
시민운동과 의병정신
사단법인 의병정신선양회가 지난 11월 9일 오후 2시에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타에서 "의병정신을 국민정신교육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2010년 의병학술회의'를 가진 바 있었다. 이날 학술회의에는 박유철 전 보훈처장, 김우전 전 광복회장, 김영진 국회의원,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장, 김유길 전 광복군동지회 회장, 최완근 서울지방보훈청장 등 의병 후손, 독립유공자 및 후손들과 시민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 ‘2010년 의병학술회의’에 참석한 내빈들 ⓒ 박도
이 학술회의를 주최한 의병선양회 윤우 회장은 "100여 년 전. 의병선열님께서는 쓰러져가던 나라를 바로 잡으려고,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으려고 자발적으로 목숨과 가정, 재산 등 모든 것을 다 바치신 분이십니다"라고 선열님들을 기렸다.
학술회의 제1주제 '의병정신의 특성과 현대적 의의'에서 방영준 성신여대 교수는 "오늘날의 시민운동과 의병정신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정의로운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 의병정신을 갖춘 시민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 제2주제 '의병정신을 국민정신으로 확산하기 위한 교육 정책의 방향'에서 오일환 보훈교육원장은 "자기나라의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는 사람은 정상적인 나라사랑을 가지기 힘들다"고 말한 다음, "무엇보다도 한국사 교육의 강화를 위해서는 대입 수능시험에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참석자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 '허로자' 할머니(가운데)가 윤우 회장(오른쪽)으로부터 소개받고 있다. 왼쪽은 왕산 후손 허벽씨 ⓒ 박도
이날 학술회의장에는 멀리 우즈베키스탄에서 일시 귀국한 왕산 허위 선생의 손녀 허로자(85) 여사가 참석하여 윤우 회장으로부터 소개를 받아 참석자들을 감동케 했다.
1908년 왕산 선생이 서대문감옥에서 제1호로 순국하자 유족은 일제 탄압에 견딜 수 없어 만주, 연해주 등지로 망명했다. 허로자 할머니는 연해주에서 태어났으나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중앙아시아로 가서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일시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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