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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 때문에 정직... "수업하고 싶습니다"

충북 민노당 후원교사 부당징계철회 촛불문화제 풍경

등록|2010.11.11 10:00 수정|2010.11.11 12:58

▲ 11월 10일 충청북도 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민노당후원혐의로 해임된 교사들이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월요일부터 3일간 학교에 출근투쟁을 하였습니다. ⓒ 신은희


첫 눈까지 내리게 했던 찬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10일 저녁 6시, 충청북도교육청 정문 앞에는 해가 져서 주변이 캄캄한데도 교사, 노동자,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번주 월요일부터 전교조 해직교사들을 위해 촛불문화제가 열렸는데, 이번이 마지막날이기 때문이다.

이기용 교육감은 지난 11월 3일에 민주노동당을 후원했다는 이유로 아직 1심 재판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징계를 감행해 교사 2명을 해임하고 6명에게 정직(3개월 5명, 1개월 1명)을 내렸다. 이 교사들은 월요일부터 거리의 교사가 되었다.

사회자는 충청북도 교육청이 교과부 충청지부로 변해 교육자치를 무시하고 교과부의 지시를 이행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였다. 집회에 참여한 지역 단체와 사업장을 소개하는데 너무 많이 와서 소개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지난 여름부터 지역시민단체들이 이번 사태를 내 일처럼 여기고 함께 해주었는데, 추운 겨울까지도 함께 해주어 전교조 새내기 교사들조차 연대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후원금 몇 푼에 해임... "아이들과 수업하고 싶습니다"

▲ 민노당 후원혐의로 해직된 허건행 교사가 3일간 출근투쟁을 하다가 11월 10일 학교강당에서 환송식을 하고 학생들이 준 편지를 읽고 있다. ⓒ 전교조 충북지부


먼저 해임된 교사들이 나와 인사하였다. 허건행교사(충주 주덕고)는 월요일부터 출근투쟁을 하여 복도에서 시위를 하였다. 학생들과 쉬는 시간에 여느 때와 같이 이야기하고 편지를 주는 아이도 있었다.

3일째인 오늘, 강당에서 아이들 및 동료 교사들과 송별회를 하면서 울컥했던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너희들에게 더 배운 것이 많았다"고 하였는데, 앞으로도 정의가 승리한다는 걸 반드시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하였다.





이성용교사(청주 상당고)는 아이들이 선생님과 같이 수업을 하고 싶다고 나와서 같이 시위도 하고 편지도 주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교단으로 돌아가겠다고 강조하였다. 아이들이 많은 편지를 주었는데, 그 중에는 연출가가 되겠다는 여학생이 반드시 선생님이 해직된 상황을 영화로 만들겠다는 다짐도 들어있다.

▲ 민주노동당 후원 혐의로 해임된 이성용 교사가 출근투쟁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나와 같이 시위를 하고 스케치북에 선생님에게 보내는 응원메시지를 담아 전달하였다. ⓒ 전교조 충북지부



정직으로 출근을 못하는 교사들도 나와서 그간 상황을 이야기하였다. 단돈 3만원에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은 한 교사. 그는 그동안 징계가 부당하지만, 민주노동당에는 너무 적게 후원해서 너무 미안하다고 하였다. 징계를 받고 거리로 나와보니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고 고통 받고 있는 줄 이제야 알았다고 한다.

정직 3개월인 6학년 교사는 송별회장에서 우는 고등학생들을 보니 담임 없이 있을 학급 아이들이 생각나 우울하다고 하였다. 징계를 받고서도 늘 아이들 걱정만 하는 교사들의 이야기에 참가자들이 더 가슴 아파했다.

끝으로 나온 남성수 지부장(전교조 충북지부)은 정권이 전교조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진실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전교조는 부당징계를 철회하기 위해 지역단체들과 연대해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하였다. 촛불문화제는 11월 23일에 있을 해임교사 후원의 밤을 기약하고 해산하였다.

충북교육청의 무리한 징계, 지역의 반발 불러

현재 지역 여론은 어떨까? 교사 해임으로 충북교육청에 대한 지역 여론은 매우 나빠졌다. 충북교육청은 지난 10월 29일, 12명의 공립학교 교사들에게 징계위원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교과부가 22일에 부교육감 회의를 통해 중징계요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직후이다. 도교육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징계시효가 지난 4명에게도 출석요구서를 보내 비난을 받았다. 징계대상자도 전국 비율보다 높아 도교육청이 과잉충성을 했다는 의혹을 받을 정도이다. 전국대비 교사 비율로 따지면 3명 정도여야 하는데 12명(사립포함하면 더 많음)이나 되기 때문이다. 

지역의 중재요구를 모두 무시한 것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지역의 국회의원(민주당)을 비롯해 정의구현사제단, 목사, 도의회 위원들은 1심 판결 이후로 징계를 미뤄줄 것을 요구하였다. 징계반대 집회를 여러 번 열었는데, 늦은 시간에도 600여명이 참가하기도 하고, 촛불문화제에도 꾸준하게 참가하였다. 이런 지역민의 요구에도 도교육청은 징계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결국 2명을 해임하고 말았다.

5시간 만에 8명 소명, 겨우 2가지만 질문하기도

▲ 10월 29일 충북교육청에서 민노당을 후원한 교사 12명의 징계위원회가 열렸습니다. 다같이 출석하겠다는 징계대상자들을 오전부터 직원들을 동원해 막았고, 면담을 하자는 요청도 모두 거절하였습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경찰까지 동원하여 막았습니다. ⓒ 전교조 충북지부

징계 당일 진행과정에서도 도교육청은 비난을 자초했다. 당시 3시로 예정된 징계위원회는 4시가 지나서야 시작되었다. 징계당사자인 12명 모두가 징계위원회실에 함께 가겠다고 하는데 도교육청 직원과 경찰까지 불러 막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면담을 하러 온 홍희덕 의원(민주노동당 의원)도 몇 시간을 기다렸고, 담임 교사 징계에 항의하러 온 학부모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결국 울고 말았다. 해당 교사들도 차분한 분위기에서 소명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항의했지만, 끝내 길은 열리지 않았다.



결국 4시가 넘어서 2-3명씩 가는 것으로 결정이 되고, 징계위는 8시까지 계속 되었다. 일부 징계위원들은 배가 고프다,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지겹다고 하여 비난을 받았다. 징계를 받을 사람들은 해임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자리인데 질문 수도 많지 않고 어떤 교사는 2가지만 묻고 징계수위를 정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경북은 1명인데도 5시간이 넘게 걸려 다음 날로 미뤘다는 소식을 들은 뒤였다. 그러다 8시 30분이 넘어서야 징계시효가 지난 교사들의 징계는 1심 판결 이후로 미루겠다고 하였다. 몇 달간 징계위협을 해왔고, 당일 아침부터 불러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당연한 이야기를 하였으니 비난이 쏟아졌다.

▲ 10월 29일 충북교육청에서 민노당 후원교사 징계위원회가 열렸을 때, 동료교사 뿐 아니라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학부모들도 같이 와서 부당징계에 항의하였습니다. 특히 민선교육감이 왜 교과부의 지시에 따르냐며 교육자치를 지켰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많았습니다. ⓒ 전교조 충북지부



기자회견을 한 시간도 11시가 넘었다. 징계발표가 늦어지면서 중징계가 경감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일었다. 교과부에서 제시한 기준이 시국선언 징계와 겹칠 때만 해임을 하라는데, 충북에는 해당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결국 해임 2명, 정직 6명으로 발표나면서 도교육청 로비는 울음소리와 고함 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 도민의 의견도 무시하고 교과부의 지시에 따른 교육감을 퇴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일부에서는 교육감이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결국 11월 3일 원안에 사인을 하고 말았다. 막판까지 이어진 지역의 중재노력을 무시한 것 때문에 결국 남은 임기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교과부의 지시에 따라 교사들을 해임한 것이 달콤한 보상으로 올 것인지, 비난 여론으로 부메랑을 맞을 것인지 지역 노동, 시민 단체나 교육계에서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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