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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사회' 전두환-'공정사회' MB...우습다 돈만 믿는 대통령...악에 동조하면 종교 아냐

[인터뷰] '4대강사업 반대 시국미사' 여는 전종훈 신부

등록|2010.11.15 21:15 수정|2010.11.15 21:15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종훈 신부. ⓒ 권우성


으스러진 손목 뼈를 볼트와 너트로 고정시킨 한 성직자의 왼손. 이 한 장의 사진 속에 전종훈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신부)의 지난 5년간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뼈가 바스러지는 줄도 모르고 온몸을 던져 새만금 삼보일배를 했고, 그 손목을 이끌고 천리 길을 자벌레처럼 기어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와 함께 생명의 강을 살리기 위한 오체투지를 했다. 그리고 유달리 추웠던 2009년 겨울, 용산참사 현장으로 달려가 천막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바람에 뼈에서 진액이 나오지 않아 손목 부상이 더욱 악화됐다. 조만간 오른손도 수술을 해야 할 상황.

"거리가 날 부르네... 우리도 4대강에 생명 걸자"

누군가에게 밉보인 탓인가? 다른 사람은 1년 할 안식년을 무려 3년여 동안 취하고 있는 '거리의 신부'는 최근 손목 수술을 마치고 지난 8일부터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언제 끝날지 모를 4대강 사업 반대 시국미사를 집전하기 위해서다. 여의도 국회 앞에서 매일 오후 7시30분에 열리는 시국미사를 앞두고 지난 10일 만난 그에게 우문을 던졌더니 뼈있는 우스개가 되돌아왔다.

- 엄동설한을 앞두고 왜 또 거리로 나오셨어요?
"거리가 날 부르네.(웃음) 우린 집도 절도 없어서 결국 갈 데라곤 길바닥밖에 없어. 인생 참 더럽게 됐지? 하하하."

- 그런데 왜 이번에는 여의도 국회 앞입니까?
"국회에서 4대강 예산을 무효화하는 투쟁에 힘을 모으자는 것이죠. 야당이 제발 제대로 싸우라는 메시지입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싸움이 많았는데 저쪽에서 워낙 막무가내로 나오니까요. 이도저도 안 될 때 종교인의 입장에서는 기도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절박함의 표현이죠."

- 그 절박함이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에 올인했습니다. 한 마디로 그들은 모든 정치생명을 걸었는데, 반대하는 이들은 환경이나 자연훼손 등 당위적이고 순수한 방법으로만 싸우고 있습니다. 이건 목숨을 건 저들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기도는 단순히 뭘 해주십사 요구하는 청원의 기도가 아닙니다. 예수가 자신을 걸고 싸우고 십자가의 승리를 이뤘듯이, 우리도 십자가의 결단을 갖고 4대강 저지에 나서지 않으면 결코 그들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우리도 생명을 걸어야 합니다."

"4대강은 국토패망사업... 둔기로 뒤통수 얻어맞은 듯"

이 대목에서 전 신부의 결기가 흠씬 묻어났다. 왜일까? 그는 낙동강, 영산강, 한강 등을 두루 훑어보면서 "4대강 사업은 국토패망사업"이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그는 특히 "거대한 국토 파괴현장을 보면서 둔기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면서 "취수사업을 하는 데 왜 일정한 깊이로 강바닥을 파고, 또 보를 그렇게 높게 세우고 있는지. 운하, 즉 배가 다닐 목적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운하 사업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목표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입니다. 그런데 일자리가 늘었나요? 강에서 생계를 유지하면서 강 주변에 살던 많은 사람들이 쫓겨났습니다. 팔당 유기농 단지도 폐허가 됐습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 예산은 다 어디로 흘러갔나요? 10대 건설사로 수조 원이 넘어갔어요.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건 거의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홍수 예방 치수사업이라고 하는데, 금년에도 홍수가 났습니다. 어디서 났죠? 다 지천에서 났습니다. 지천 주변에 누가 삽니까? 어려운 사람들이 살지요. 결국 4대강 사업도 가진 자들만을 위한 것이기에 국토 패망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는 특히 4대강 사업 현장에 나부끼는 '친환경' '녹색 뉴딜'이라는 깃발은 "70년대의 구호정치처럼 다 위장이고 거짓"이라면서 "자신들이 정당하지 못하니까 자꾸 구호를 내세워 사람들의 뇌리를 휘어잡으려고 하는데 현장에 가보면 누구나 내 말이 무슨 뜻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연 생태계는 하늘이 준 것이니 창조질서를 인위적으로 거스르면 안 된다"는 게 그 요지이다. 전 신부는 특히 "강은 어머니라는 게 교회의 입장"이라면서 "우리가 아무리 막 돼 먹었다고 해도 어머니를 그렇게 대할 수 있겠냐"면서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성토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예수시대 헤로데 왕과 닮은꼴"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종훈 신부. ⓒ 권우성


그렇다면 천주교와 기독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은 다른 하느님을 섬기고 있는 것일까?

전 신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믿는 신은 '돈' 밖에 없다"면서 "4대강 개발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것이고, 그 이윤은 일반 시민들에게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권력자들에게만 나눠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전 신부는 "우리가 고백하는 하느님은 정의의 하느님, 언제나 약자의 편에서 그들을 일으켜 세워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하느님인데, 이명박 대통령의 하느님은 자기 이윤의 욕구를 충족 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하느님"이라고 정의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존재 이유는 돈인데, 그것만을 앞세우면 추한 사람으로 되기 때문에 그 추함을 가리기 위해 하느님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전 신부에게 성서에서 나오는 국가 지도자 중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한 인간상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예수시대의 헤로데 왕을 예로 들었다.

"예수시대 로마는 제국이죠. 자신들이 직접 통치 안 하고 현지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우는데 그게 바로 헤로데 왕이지요. 로마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통치하는데, 로마사람보다 더 악독하게 자국민을 탄압하고 핍박하지요. 왜? 자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이명박 대통령도 출발을 보세요. 미국 가서 부시에게 쇠고기를 헌납하고, G20 열고 미국에게 한미FTA 재협상을 하면서 자동차를 양보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어 전 신부는 최근 들어 유독 '국격'과 '공정 사회'를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태도를 전두환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서 성토했다. 

"지금 그 분이 국격을 말할 자격이 있나요? 가령 가장 부도덕했던 전두환 정권이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는 '정의사회 구현'입니다. 그런데 출발부터 가장 정의롭지 않았던 권력집단입니다. 우습지 않나요?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후보시절부터 거짓말로 출발했습니다. 가장 불공정한 부자감세 정책을 만들고, 경제를 재벌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어요. 그런 사람이 공정사회를 꺼낸다는 것은 결국 공정하지 않다는 자기 고백입니다."

- 하지만 이 정권은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있고, 그간 할 만큼 했다는 야권과 시민사회, 종교계 등이 되레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니 무력감이 들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우린 상대를 너무 피상적으로 알고 있거나 아예 모르고 있었습니다. 1주일 전쯤인가요? 청와대 정무수석이 '4대강을 반대하는 야당은 정치생명을 걸어라'라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자신들은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것이지요.

과거 민주정부에서는 상황이 이 지경에 처하면 서로 양보도 하고 협상도 하면서 지냈지만, 이명박 정부 하에서도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우리도 저쪽처럼 생명을 걸지 않으면 4대강 사업을 막을 수 없다는 겁니다."

"'악의 구조'가 활개치는 것 외면할 수 없다"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마친 그는 깁스한 손으로 배낭을 메고 어둑해지는 거리로 나섰다.

"이번에 수술할 때 내 골반 뼈를 잘라서 이식했어. 그랬더니 요즘엔 팔을 쓰는 것보다 걷는 게 더 불편해. 나 참."

그러고 보니 어둠 속에서 걷고 있는 그의 모습이 좀 어정쩡해 보였다. 그와 함께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가니 30여 명의 신부와 수녀들이 모인 가운데 '흘러라 강물아'라는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제가 거리로 나오지 않는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실 비애감이 듭니다. 제가 생활에 안주하기에는 너무 괴롭고 힘든 사회입니다. 사제가 되는 순간부터 사적인 인물이 아닙니다. 공적인 자세로 삶을 살야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아프고 힘들고 악의 구조가 버젓이 활개치는 상황을 못본 척 외면할 수 없습니다."

"악에 동조하는 것은 종교가 아니다"
수경-명진의 '떠남'은 종교적으로 굉장한 수치
전종훈 신부와 함께 삼보일배, 오체투지를 했던 수경 스님도 화계사를 떠났고, 최근 이명박 정부를 향해 '거짓 정부'라고 사자후를 토했던 명진 스님도 봉은사를 떠났다. 전 신부에게 두 스님의 '떠남'의 의미를 물었다.  

"그분들이 떠난 건 '에이 더럽다! 퉤!' 한 게 아니라 새로운 저항의 메시지예요. 너희들 정말 틀렸다, 정말 바로서야 한다는 강한 역설적 메시지가 떠남이에요. 떠남은 없어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큰 것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우리 같은 사람에게 더 큰 메시지를 주는 거지. 너희들 더 힘차게 기도해야 한다, 메시지를 주는 거예요."

전 신부는 "사실 나도 해도해도 안 되니까 한편으로는 차라리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다"면서 "하지만 그분들은 더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현실 한복판에 있는 우리가 덜 불편할 것이다, 나는 아직 떠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종교인으로 사는 게 비참한 사회

전 신부는 특히 "바른 가치를 설파할 수 있는 입이 사라졌다는 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손실이자 종교로선 굉장히 큰 수치"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종교가 종교의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불구자가 된 거예요. 시대의 불구적 종교가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러니까 그분들이 승적까지 버리겠다는 것 아니겠어요? 내가 종교인으로 사는 게 비참하고 수치스럽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믿건 안 믿건 도덕적인 종교인의 메시지를 알아 들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이런 문제들을 종교지도자들이 귀를 열고 들어야 해요. 이건 아니다, 할 사람은 종교지도자밖에 없는데 침묵하고 있으면 악에 동조하는 거지요. 악에 동조하는 건 종교가 아닙니다."

3년째 원치 않은 안식년을 취하고 있는 전 신부도 두 스님과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천주교에 할 말이 많았다. "안식년은 1년동안만 하도록 되어 있는 데 반복해서 2년, 3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면서 "나의 안식년은 '김용철 삼성 비자금 폭로'와 관련된 것이며 돈의 논리가 결국 종교의 입까지 틀어막은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결국 삼성 사건을 처리할 기회, 즉 돈의 가치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상실한 우리 사회는 날로 돈의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면서 "그렇다보니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은 있지만 실제로는 모두 꿀먹은 벙어리처럼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삶이 바닥인데 국격과 공정사회 논할 수 있나

그는 또 "세상의 사제이고 세상의 교회인데, 교회가 세상의 문제에 너무 나서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면서 "사제는 하늘의 소명을 받은 사람으로 그 직분을 수행해야 하는데 세상의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산 참사 관련 농사자들에게 징역 4~5년의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것에 대해서도 "4구역은 개발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무효가 된 지역인데, 그 현장에서 무리하게 개발을 추진하다가 사람들이 죽는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그 개발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망루까지 올랐던 사람들을 국가가 죽여놓고 그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건 글자 그대로 유전무죄, 무전유죄 아니에요? 이게 무슨 공정한 사회야"라면서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서민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겠어요? 법이 어려운 사람과 정당한 사람에게 손을 들어주지 않는데, 어디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살아야 돼요"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 삶이 바닥인데 국격과 공정사회를 논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서 "나와 이웃, 세상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의 자유로움, 그런 사회가 돼서 돈이 우리를 이렇게 부자유스럽고 피폐시키고 있구나 이런 걸 좀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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