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기간엔 하면 안 됩니다" 정리하니 19가지...국격 높아졌나요?
['댓글놀이' 제안] 이명박 의장이 바꿔놓은 2010년 11월 대한민국의 초상
1. "11일은 수능시험일? G20만 없었다면"
올해에는 G20 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이유로 수능시험이 일주일 늦추어졌다. 날아가는 비행기도 멈추게 하는 수능시험일(실제로 수능시험일 듣기평가가 있는 1교시와 3교시에는 비행기 운항도 중단시킨다.)은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연례행사 중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것 중 하나로 인식되어왔는데, G20 회의가 이 수능시험마저 연기하도록 한 걸 보면 정부가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다.
그런데 G20이 바꾸어 놓은 것이 비단 수능 시험을 일주일 연기시킨 것 뿐일까? 아니다. G20이 바꾸어 놓은 2010년 대한민국의 초상을 한번 살펴보자.
2. "쥐(鼠) 벽서도 안 돼, 구속감이야! 쥐 덫은 돼!"
G20의 G와 동물 '쥐'의 발음이 비슷하다고 하여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를 연관시켜서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한 대학강사가 G20 홍보 포스터에 그라피트 아트로 '쥐'를 그려 넣었다가 구속 영장이 청구되는 사태가 실제로 발생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쥐 대신 미키마우스를 그려 넣지"라고 비아냥 거렸는데, G20 회담장 근처에 쥐가 돌아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코엑스 둘레 요소요소에 80여 개의 쥐 덫을 배치하였다고 한다. 코엑스 근처에는 사람뿐 아니라 쥐 그림도, 진짜 쥐도 출입금지인가 보다.
3. "집회 시위는 꿈도 꾸지마! 1인 시위도 안돼!"
회의가 열리는 삼성동 코엑스 근방을 집회 시위금지 구역으로 설정하고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시켰다. 심지어는 1인 시위도 안 된다. 실제로 얼마 전 동물애호단체 활동가들이 벌인 퍼포먼스를 이유로 외국인 2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단체이름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검문 대상이란다. 그래서 황당하게도 UNICEF(유엔아동기금)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검문을 당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4. "집회 우려가 있는 사람은 입국도 안 돼!"
국제인권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불법 집회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항에서 입국이 금지되어 강제 출국을 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심지어는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들에게 집회 시위 근처에도 가지 말라는 선전지를 나누어 주고 있단다. 참으로 대단한 G20이 아닐 수 없다.
5. "K고교는 휴교, 나머지 학교들은 일찍 등교하면 안 돼!"
수능을 일주일 앞두고 벌어지는 G20 때문에 회담장 근처의 K고교는 임시 휴교를 한단다. 그리고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소재의 나머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들은 등교시간을 오전10시로 늦추었다. 학생들에게 학교도 일찍 오지 말라는 것이다. G20 회의 두 번만 하면 아예 방학이라도 할 태세다.
6. "직장 출근도 일찍 하면 안 돼!"
학교 등교를 10시로 미룬 것뿐 아니라 직장 출근도 미룬다고 한다. 회의장 주변의 교통 소통 원활을 위해서란다.
7. "냄새나는 X차도 운영하면 안 돼!"
서울시는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G20 기간 동안 분뇨 수거를 중지시켰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G20이라고 X도 마음대로 못 싸냐? X통이 넘쳐봐야 정신을 차릴 거냐?'며 분통을 터트렸고, 당장 생업에 지장을 받게 된 분뇨처리업체 역시 울상이다.
8. "냄새 나니 음식물 쓰레기도 내 놓으면 안 돼!"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 이 기간 동안에 냄새가 나고 보기에 좋지 않으니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지 말도록 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밥도 먹지 말라는 얘기냐?"며 항의했고 결국 이 방침은 철회되었다.
9. "택배 배달도 안 돼!"
최근 소포를 통한 항공기 테러 시도가 있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폭발물이 배송될 수 있다는 이유로 택배 영업도 금지시켰다. 택배회사의 영업 손실과 국민들의 불편에는 아무런 보상이 없다. 그냥 택배는 위험하니 안 된단다.
10. "지하철 쓰레기통이 사라졌다"
택배가 폭발물 배송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중단된 것과 비슷한 이유로 지하철의 쓰레기통도 사라졌다. 쓰레기를 가장한 폭탄을 지하철에 설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란다. 공기 중에 독가스가 살포될 위험이 있으니 숨도 쉬지 말라고 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11. "지하철, 버스도 무정차..... 운행도 안 해!"
G20 회의가 열리는 코엑스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 근방에 있다. 그래서 이 기간에는 지하철, 버스도 테러범이 군중들 사이에 끼여서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로 정차하지 않고 그냥 통과한다고 한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인근 역이나 정류소에 내려서 걸어서 다녀야 할 판이다.
12. "건물 출입도, 통행도 안 돼!"
이 기간 동안에는 코엑스 내부로 들어가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ID카드가 있는 사람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출입증이 있는 사람도 커다랗게 설치되어 있는 보안 검색대를 통해 여러 가지를 일일이 통과해야만 한다. 일반인들은 통행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13. "가게 영업도 제대로 못 해!!"
애초 근방의 영업시간도 제한하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영업은 점주들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워낙 삼엄한 경계에 출입을 통제하여 대부분의 점포들이 말 자의반 타의반으로 점포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코엑스 내 60-80%의 매장들이 휴업한다고 한다. 손님도 절반으로 줄었다고 하고, 입점해 있는 대형 서점과 영화관,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이렇게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G20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를 기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이 크게 붙어 있다. 진심일까?
14. "차 몰고 나가도 안 돼! 자발적 2부제?"
한 때 정부는 강제 2부제를 검토하였는데 결국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부탁하며 자발적 2부제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10일 서울경찰청이 발송한 공문이 각 기관에 도착했다. 내용은 "G20 정상회의 관련 각국 정상들의 일정별 이동 및 행사장 주변 등 교통통제 내용"에 관한 것이다. 이에 의하면 코엑스 주변 영동대로, 테헤란도, 봉은사로, 아셈로는 12일(금) 거의 하루 종일 통제하고, 강남권의 올림픽대로, 강남대로 등은 3.6t 이상 화물차, 건설기계 등을 통제한다는 내용이다.
15. "감 떨어질까봐 철사끈으로 고정, 모빌 아트?"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회의장으로 사용하게 될 코엑스 3층 입구에는 감나무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날씨가 쌀쌀하고 바람이 세게 불었는데도 감이 떨어지지 않고 탐스럽게 달려 있다고 한다. 영하의 기온과 칼바람에도 떨어지지 않는 감의 비결은 '철사'란다. G20 정상들이 보기 좋으라고, 떨어지면 보기 흉하니까 "바람에 감이 떨어질까봐 (철사로) 나무에 전부 매달아 놨다"고 한다. '떨어질까봐 철사줄로 꽁꽁 묶어놓은 감'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16. "서울 시내에 Green fence 등장"
동물원이나 공원, 아니면 야산에서나 발견되는 녹색 펜스(일명 Green fence)가 서울 한복판 강남 코엑스 주변에 전격적으로 설치되었다. 시위대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란다. 그리고 지난 촛불집회에서 등장하여 명성을 떨쳤던 그 차벽(일명 '명박산성'이라고 부른다.)이 다시 등장할 것이라 한다. 여기에 무려 6만 명의 경찰이 투입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테러와 시위로부터 G20 정상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동물원 원숭이를 떠올린단다. 참으로 요란한 회의다.
17. "계엄령도 아닌데 웬 총 든 특공대에 장갑차 투입?"
G20이라고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하면서 모두 금지하던 정부에 의해 등장한 것이 몇 가지 있다. 바로 총 든 특공개와 장갑차이다. 서울 시내에서 군부대를 제외하고 장갑차를 그냥 볼 수 있는 곳은 미대사관과 전쟁기념관 딱 2곳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G20 기간에는 강남 한복판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국군의 날 퍼레이드나 훈련을 위한 이동을 제외하고 아마 5.16이나 12.12 군사 구데타 이후 처음이 아닐까? 이런 식이라면 다음에는 무장 헬기와 미사일이라도 등장할 기세다.
18. "K고 담벼락엔 담장 벽화, 경찰서 가림 외벽 공사"
G20 회담장 근처에 K고등학교가 있다. 이 학교의 외벽은 원래 칙칙한 회색 콘크리트였다고 하는데 이 옹벽이 며칠 만에 '전통 돌담'으로 바뀌었다. "전통적인 기와 돌담으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알고 보니 정말로 담장을 새로 쌓은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 벽에 벽화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근처의 경찰서는 건물이 낡아서 보기 안 좋다고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가림 외벽 공사를 해서 가렸단다. 그 옛날 학교에 장학사가 온다고 전교생 동원하여 벽에 낙서 지우고 대청소하던 그 시절, 군부대에 사단장 온다고 아스팔트까지 걸레질을 했다는 그 아련한 시절이 다시 떠오르는 것은 나뿐일까?
19. "G20 환영 현수막은 불법이라도 걸어도 돼!"
요즘 길을 가다 보면 웬만한 기업이나 기관의 빌딩에는 'G20 성공 기원'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민중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이들 현수막의 대부분이 불법 광고물이라고 한다. '옥외광고물 등 광고법' 제3조에 따르면 옥외광고물 설치는 구청장 등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들 광고의 대부분이 허가를 받지 않았다. 최소 수백만 원에서 최대 수천만 원까지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그러나 서울시나 구청은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 없으며, 오히려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2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때 각 가정에 "우리 집은 미국산 소고기를 반대합니다."라는 작은 그림 현수막을 불법이라고 떼라고 하던 것과 너무 대조된다. 만약 기업들이 신고도 하지 않고 "우리는 G20을 반대합니다."라는 현수막을 일제히 내걸었다면 그 때에도 당국이 지금처럼 보고만 있었을까?
G20이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슬픈 초상
정부 입장은 알겠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국민의 반응인 것 같다. G20을비롯하여 IMF 총회, APEC 회의, WTO 각료회의 등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리는 곳이면 으레 양극화 심화, 환경 파괴 등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반대 행동이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관례이며, 그 시초가 된 시애틀 WTO 각료회의는 아예 행사 자체가 무산되어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이라는 유명한 말을 만든 적도 있다. 직전 G20 회의가 개최되었던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역시 이런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서울 G20을 앞두고 국군의 날도 아니고, 계엄령도 아닌데 총을 든 특공대에 장갑차까지 서울 강남 한복판에 나타난 것도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며, 회의장 근방에 등장한 Green fence는 동물원이 연상되어 우습기까지 하다. 최고의 압권은 감이 떨어질까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철사줄로 매달아 놓은 것이고 냄새 난다고 X차 운행을 중단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내 놓지 말라는 당국의 방침도 조금도 뒤짐이 없어 보인다. G20이 보여주는 2010년 대한민국의 슬픈 초상이다.
[댓글 놀이 제안] 이외에도 각 분야에서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한 때 인터넷에 유행했던 '댓글달기' 놀이를 한 번 해 보면 어떨까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리는 것도 괜찮고, 이미 알려진 것들을 패러디하는 것도 괜찮고..... 이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한 번 돌아보자는 의미로 말로도 좋고, 그림으로도 좋고, 뭐든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에는 G20 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이유로 수능시험이 일주일 늦추어졌다. 날아가는 비행기도 멈추게 하는 수능시험일(실제로 수능시험일 듣기평가가 있는 1교시와 3교시에는 비행기 운항도 중단시킨다.)은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연례행사 중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것 중 하나로 인식되어왔는데, G20 회의가 이 수능시험마저 연기하도록 한 걸 보면 정부가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다.
그런데 G20이 바꾸어 놓은 것이 비단 수능 시험을 일주일 연기시킨 것 뿐일까? 아니다. G20이 바꾸어 놓은 2010년 대한민국의 초상을 한번 살펴보자.
▲ G20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이 그려져 있다. ⓒ 트위터
2. "쥐(鼠) 벽서도 안 돼, 구속감이야! 쥐 덫은 돼!"
G20의 G와 동물 '쥐'의 발음이 비슷하다고 하여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를 연관시켜서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한 대학강사가 G20 홍보 포스터에 그라피트 아트로 '쥐'를 그려 넣었다가 구속 영장이 청구되는 사태가 실제로 발생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쥐 대신 미키마우스를 그려 넣지"라고 비아냥 거렸는데, G20 회담장 근처에 쥐가 돌아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코엑스 둘레 요소요소에 80여 개의 쥐 덫을 배치하였다고 한다. 코엑스 근처에는 사람뿐 아니라 쥐 그림도, 진짜 쥐도 출입금지인가 보다.
3. "집회 시위는 꿈도 꾸지마! 1인 시위도 안돼!"
회의가 열리는 삼성동 코엑스 근방을 집회 시위금지 구역으로 설정하고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시켰다. 심지어는 1인 시위도 안 된다. 실제로 얼마 전 동물애호단체 활동가들이 벌인 퍼포먼스를 이유로 외국인 2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단체이름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검문 대상이란다. 그래서 황당하게도 UNICEF(유엔아동기금)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검문을 당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4. "집회 우려가 있는 사람은 입국도 안 돼!"
국제인권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불법 집회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항에서 입국이 금지되어 강제 출국을 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심지어는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들에게 집회 시위 근처에도 가지 말라는 선전지를 나누어 주고 있단다. 참으로 대단한 G20이 아닐 수 없다.
5. "K고교는 휴교, 나머지 학교들은 일찍 등교하면 안 돼!"
수능을 일주일 앞두고 벌어지는 G20 때문에 회담장 근처의 K고교는 임시 휴교를 한단다. 그리고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소재의 나머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들은 등교시간을 오전10시로 늦추었다. 학생들에게 학교도 일찍 오지 말라는 것이다. G20 회의 두 번만 하면 아예 방학이라도 할 태세다.
6. "직장 출근도 일찍 하면 안 돼!"
학교 등교를 10시로 미룬 것뿐 아니라 직장 출근도 미룬다고 한다. 회의장 주변의 교통 소통 원활을 위해서란다.
7. "냄새나는 X차도 운영하면 안 돼!"
서울시는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G20 기간 동안 분뇨 수거를 중지시켰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G20이라고 X도 마음대로 못 싸냐? X통이 넘쳐봐야 정신을 차릴 거냐?'며 분통을 터트렸고, 당장 생업에 지장을 받게 된 분뇨처리업체 역시 울상이다.
▲ G20 정상회의 둘째날인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G20 정상회의 행사장인 코엑스 앞에서 경찰들이 테러나 시위단체의 진입을 막기 위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유성호
8. "냄새 나니 음식물 쓰레기도 내 놓으면 안 돼!"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 이 기간 동안에 냄새가 나고 보기에 좋지 않으니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지 말도록 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밥도 먹지 말라는 얘기냐?"며 항의했고 결국 이 방침은 철회되었다.
9. "택배 배달도 안 돼!"
최근 소포를 통한 항공기 테러 시도가 있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폭발물이 배송될 수 있다는 이유로 택배 영업도 금지시켰다. 택배회사의 영업 손실과 국민들의 불편에는 아무런 보상이 없다. 그냥 택배는 위험하니 안 된단다.
10. "지하철 쓰레기통이 사라졌다"
택배가 폭발물 배송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중단된 것과 비슷한 이유로 지하철의 쓰레기통도 사라졌다. 쓰레기를 가장한 폭탄을 지하철에 설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란다. 공기 중에 독가스가 살포될 위험이 있으니 숨도 쉬지 말라고 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11. "지하철, 버스도 무정차..... 운행도 안 해!"
G20 회의가 열리는 코엑스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 근방에 있다. 그래서 이 기간에는 지하철, 버스도 테러범이 군중들 사이에 끼여서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로 정차하지 않고 그냥 통과한다고 한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인근 역이나 정류소에 내려서 걸어서 다녀야 할 판이다.
▲ 1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8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G20대응민중행동' 주최 '사람이 우선이다! 경제위기 책임전가 G20규탄! 국제민중공동행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12. "건물 출입도, 통행도 안 돼!"
이 기간 동안에는 코엑스 내부로 들어가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ID카드가 있는 사람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출입증이 있는 사람도 커다랗게 설치되어 있는 보안 검색대를 통해 여러 가지를 일일이 통과해야만 한다. 일반인들은 통행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13. "가게 영업도 제대로 못 해!!"
애초 근방의 영업시간도 제한하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영업은 점주들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워낙 삼엄한 경계에 출입을 통제하여 대부분의 점포들이 말 자의반 타의반으로 점포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코엑스 내 60-80%의 매장들이 휴업한다고 한다. 손님도 절반으로 줄었다고 하고, 입점해 있는 대형 서점과 영화관,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이렇게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G20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를 기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이 크게 붙어 있다. 진심일까?
14. "차 몰고 나가도 안 돼! 자발적 2부제?"
한 때 정부는 강제 2부제를 검토하였는데 결국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부탁하며 자발적 2부제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10일 서울경찰청이 발송한 공문이 각 기관에 도착했다. 내용은 "G20 정상회의 관련 각국 정상들의 일정별 이동 및 행사장 주변 등 교통통제 내용"에 관한 것이다. 이에 의하면 코엑스 주변 영동대로, 테헤란도, 봉은사로, 아셈로는 12일(금) 거의 하루 종일 통제하고, 강남권의 올림픽대로, 강남대로 등은 3.6t 이상 화물차, 건설기계 등을 통제한다는 내용이다.
15. "감 떨어질까봐 철사끈으로 고정, 모빌 아트?"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회의장으로 사용하게 될 코엑스 3층 입구에는 감나무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날씨가 쌀쌀하고 바람이 세게 불었는데도 감이 떨어지지 않고 탐스럽게 달려 있다고 한다. 영하의 기온과 칼바람에도 떨어지지 않는 감의 비결은 '철사'란다. G20 정상들이 보기 좋으라고, 떨어지면 보기 흉하니까 "바람에 감이 떨어질까봐 (철사로) 나무에 전부 매달아 놨다"고 한다. '떨어질까봐 철사줄로 꽁꽁 묶어놓은 감'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16. "서울 시내에 Green fence 등장"
동물원이나 공원, 아니면 야산에서나 발견되는 녹색 펜스(일명 Green fence)가 서울 한복판 강남 코엑스 주변에 전격적으로 설치되었다. 시위대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란다. 그리고 지난 촛불집회에서 등장하여 명성을 떨쳤던 그 차벽(일명 '명박산성'이라고 부른다.)이 다시 등장할 것이라 한다. 여기에 무려 6만 명의 경찰이 투입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테러와 시위로부터 G20 정상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동물원 원숭이를 떠올린단다. 참으로 요란한 회의다.
▲ G20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G20 정상회의 행사장인 코엑스 앞에 테러나 시위단체의 진입을 막기 위해 녹색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 유성호
▲ G20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G20 정상회의 행사장인 코엑스 앞에서 경찰특공대 장갑차가 배치돼 대테러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 유성호
17. "계엄령도 아닌데 웬 총 든 특공대에 장갑차 투입?"
G20이라고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하면서 모두 금지하던 정부에 의해 등장한 것이 몇 가지 있다. 바로 총 든 특공개와 장갑차이다. 서울 시내에서 군부대를 제외하고 장갑차를 그냥 볼 수 있는 곳은 미대사관과 전쟁기념관 딱 2곳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G20 기간에는 강남 한복판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국군의 날 퍼레이드나 훈련을 위한 이동을 제외하고 아마 5.16이나 12.12 군사 구데타 이후 처음이 아닐까? 이런 식이라면 다음에는 무장 헬기와 미사일이라도 등장할 기세다.
18. "K고 담벼락엔 담장 벽화, 경찰서 가림 외벽 공사"
G20 회담장 근처에 K고등학교가 있다. 이 학교의 외벽은 원래 칙칙한 회색 콘크리트였다고 하는데 이 옹벽이 며칠 만에 '전통 돌담'으로 바뀌었다. "전통적인 기와 돌담으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알고 보니 정말로 담장을 새로 쌓은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 벽에 벽화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근처의 경찰서는 건물이 낡아서 보기 안 좋다고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가림 외벽 공사를 해서 가렸단다. 그 옛날 학교에 장학사가 온다고 전교생 동원하여 벽에 낙서 지우고 대청소하던 그 시절, 군부대에 사단장 온다고 아스팔트까지 걸레질을 했다는 그 아련한 시절이 다시 떠오르는 것은 나뿐일까?
19. "G20 환영 현수막은 불법이라도 걸어도 돼!"
요즘 길을 가다 보면 웬만한 기업이나 기관의 빌딩에는 'G20 성공 기원'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민중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이들 현수막의 대부분이 불법 광고물이라고 한다. '옥외광고물 등 광고법' 제3조에 따르면 옥외광고물 설치는 구청장 등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들 광고의 대부분이 허가를 받지 않았다. 최소 수백만 원에서 최대 수천만 원까지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그러나 서울시나 구청은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 없으며, 오히려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2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때 각 가정에 "우리 집은 미국산 소고기를 반대합니다."라는 작은 그림 현수막을 불법이라고 떼라고 하던 것과 너무 대조된다. 만약 기업들이 신고도 하지 않고 "우리는 G20을 반대합니다."라는 현수막을 일제히 내걸었다면 그 때에도 당국이 지금처럼 보고만 있었을까?
G20이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슬픈 초상
정부 입장은 알겠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국민의 반응인 것 같다. G20을비롯하여 IMF 총회, APEC 회의, WTO 각료회의 등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리는 곳이면 으레 양극화 심화, 환경 파괴 등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반대 행동이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관례이며, 그 시초가 된 시애틀 WTO 각료회의는 아예 행사 자체가 무산되어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이라는 유명한 말을 만든 적도 있다. 직전 G20 회의가 개최되었던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역시 이런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서울 G20을 앞두고 국군의 날도 아니고, 계엄령도 아닌데 총을 든 특공대에 장갑차까지 서울 강남 한복판에 나타난 것도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며, 회의장 근방에 등장한 Green fence는 동물원이 연상되어 우습기까지 하다. 최고의 압권은 감이 떨어질까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철사줄로 매달아 놓은 것이고 냄새 난다고 X차 운행을 중단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내 놓지 말라는 당국의 방침도 조금도 뒤짐이 없어 보인다. G20이 보여주는 2010년 대한민국의 슬픈 초상이다.
[댓글 놀이 제안] 이외에도 각 분야에서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한 때 인터넷에 유행했던 '댓글달기' 놀이를 한 번 해 보면 어떨까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리는 것도 괜찮고, 이미 알려진 것들을 패러디하는 것도 괜찮고..... 이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한 번 돌아보자는 의미로 말로도 좋고, 그림으로도 좋고, 뭐든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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